[ Nov 17 Wed ]
어제 잠이 든 페닌술라 발데스의 전망대(미라도르)에서 눈을 뜨고, 아침을 시작 한다. 아침의 시작은 뭐니 뭐니해도 아침밥 먹기!! ^-^ 따로 장을 봐 온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재료로 창작해서 먹어야 할 시간. 갖고 있는 호박으로 호박전을 부치고, 몇 일 전에 사서 조금 딱딱해진 빵에 계란을 입히고 구웠더니 맛있는 프렌치 토스트도 완성 되었다. ^^ 아침을 맛나게 먹고, 점심으로 만들어 둔 스파게티까지 욕심 내 다~~ 다 먹고 나서야 출발 한다.
발데스 반도는 많은 해양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지금은 고래철이라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9~10월엔 고래가 가까이 와 배를 타지 않아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배를 타고 조금 나가야 가까이서 고래를 볼 수 있다. 투어 가격을 알아 보고는 오늘 고래 보는 투어를 할 계획이다.
<어제의 잠자리. 마을로 들어가기 전 전망대>
뿌에르또 삐라미데, 발데스 반도 안에 있는 마을에 도착 해 가격을 알아 보니… 생각 보다 너무 비싸다. 1시간 반에 1인당 180페소. 우수아이에서 6시간 배 탈 때 200페소 낸 것과 비교해 보면… 진짜 너무 하게도 비싸다. 아… 어쩌지? 망설이는 사이에, 아침 출발 배는 다 출발 해 버렸고,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에 다시 와서 투어를 하는 것으로 하고 우선 공원을 한 바퀴 빙 돌아 보기로 했다.
인포로 가서, 지도를 얻고 루트를 추천해 달라 했더니 크게 한 바퀴 도는 데 약 250KM인데 뿐타 델가다의 경우 사유지라 그 곳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어야만 근처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인포 직원이 강조를 한다. 차를 마시면 안 되고 무조건 밥 먹는 것만 된다고… 레스토랑이 문 여는 시간은 12시 부터 2시까지. 가격은 밥 한끼당 약 100페소 정도. 페닌술라 반도를 들어 와서부터는 계속 돈! 돈! 돈! 이 곳 정체가 뭐야!! 뿐따 델가다를 가지 않고 작게 원을 한 바퀴 돌면 약 220KM, 30KM 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린 뿐따 노르떼를 시작으로 작게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수 십명의 사람들이 투어를 마치고 온다.>
펜닌술라 반도 내 도로는 모두 비포장이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이라 시속 50KM/H 까지는 쉽게 낼 수 있었다. 먼지가 폴폴 나는 비포장을 달려 뿐따노르떼에 도착하자, 주차장에는 우리 말고도 여려 대의 투어차량들과 일반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도 그 옆에 으릉이를 세워두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발데스 반도 내 도로는 이렇답니다. >
친절하게도 입구에 산책로의 난이도도 '쉬움' 이라고 적혀 있었다. 바닷가쪽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로였는데, 연두색 물풀과 푸른 바다가 만들어 내는 색상과 풍경은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해변까지는 내려 갈 수 없도록 막아 놓아 먼발치에서나 경치를 감상해야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자니, 돈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것 같았다. 여행 할 때는 아낀다고 아끼지만, 지나고 나면 뭐 그런 것 까지 아꼈는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다시 오고자 하면 엄청난 수고와 시간을 들여서 와야 하니, 오히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돈을 더 아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이 것 저 것 다 해 보기에는 또 돈의 제약이 있는 법이니, 그 중용을 지키는 것이 참 어렵다. !.!
<독특한 풍경이 나타났어요~!!! 이럴수가~!>
<햇빛이 따가운지 모래 찜질 중이신 바다 코끼리님>
조금 더 걸어가자, 망원경이 하나 놓여 있고, 바다코끼리가 모래 사장에 여기 저기 누워 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 코끼리다! 예전에 미국 101 Hwy를 달릴 때, 만났던 그 바다 코끼리… 냄새가 무척 심했던 녀석이었는데, 오늘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냄새까지는 나지 않는다. 팬더는 바다 코끼리가 소시지 닮았다고… 소시지라고 부른다.
<바다의 소세지 ㅋㅋㅋㅋ>
산책로가 끝나는 길에 우리 앞을 가로 막은 정체 불명의 그림자. ??? 자세히 보니, '아마르디요' 구나. 이 곳에 사는 털 난 아마르디요가 우리 앞을 알짱 알짱 거리고 있었다. 우린 후다닥 뛰어 가 아마르디요 앞으로 서니, 그의 은신처인 나무 밑둥으로 가기 위해 우리와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펼친다. 신기하지만 조금은 징그럽게 생긴 아마르디요를 만질 자신은 없다. !.! 물론 동물을 만지지 말라고 여기 저기 표지판에 적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아마르디요를 잠시 지켜 보다가, 다음 포인트로 향하려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 으릉이 창문을 똑똑똑 두드린다. 우린 궁금함에 창문을 열어 봤더니, 할아버지가 호탕하게 소리 치신다.
"Long Way!!"
콜롬비아에서 자동차를 타고 여기까지 온 부부여행자였는데, 우리가 살던 에드먼튼 근처 도시인 캘거리에서도 10년 동안 산 적이 있어 우리 번호판을 보고는 반가워서 말을 건 거였다. 파나마 - 콜롬비아 구간의 다이렌 갭을 어떻게 지났는지를 궁금해 하셔서 선박을 이용해 싣고 이동을 했다고 대답해 주니 할아버지도 몇 년 안에 그렇게 하리라 하며 의지를 불태우신다. 가끔씩 이렇게 우리 번호판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참 반갑다. ^^ 한국 번호판을 달고 왔으면 어땠을까?
<아마르딜요~! 털 완전 많음>
깔레따 발데스로 가는 길, 작은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바라 본다. 근처의 독일에서 온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저씨는 여기서 오르카(범고래 - killer whale)를 봤다고 하며,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상하다 지금은 오르카를 볼 수 있는 철이 아닌데… 우리도 속는 셈 치고 앉아서 기다려 보지만, 역시 속았다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기로 했다. 꼬맹이가 너무 예뻐서 안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독일어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에이~ 급하게 아저씨에게 안녕이 독일어로 뭐냐고 물었더니 허무하게도 '할로' 라고 한다.
꼬마와 더 놀고 싶었지만 내 독일어 실력도 모자라고, 오르카도 안 나올 것 같아서 다음 포인트로 이동~ 이번엔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 외투를 꺼내 입어야만 했다. 파타고니아에서 펭귄은 정말 지겹게도 본다. 칠레의 푼따 아레나스, 우수아이아의 핑귀네라, 몬떼 레온 국립공원, 어제 갔던 푼따 똠보, 그리고 우린 오늘 5번째로 펭귄 서식지를 찾았다. 보고 또 봐도 워낙 귀엽게 생겨서 막상 보고 나니 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들판의 깡총이들??? 넌 뭐닝???>
깔레따 발데스에 도착 해, 우린 1시간짜리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바다 경치와 새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페닌술라 반도, 명성과 기대했던 것 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에, 입장료가 비싼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 즐거운 곳이다. 특히 으릉이와 함께해서 더 즐거운 곳이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파타고니아 지역은 정말 자동차 여행자가 꿈꾸는 곳, 자동차 여행자가 행복해 지는 곳이다.
<캐나다 - 브라질 - 콜롬비아 - 아르헨티나 에서 온 자동차들.. 같은 국적이 하나도 없구나~!!>
<깔레따 발데스 산책로를 따라서....>
<토끼 신났음~!!>
<깍~~!! 귀뚜라미 같은 이 놈 펄쩍 펄쩍 어디로 튈지 모르는.....ㅠ ㅠ>
혹시나 싶어 푼따 델가다를 거쳐 가 보기로 했다. 거리는 30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혹시라도 문이 열렸으면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깔레따 발데스에서 푼따 델가다 까지는 이상하게도 길이 더 멀게 느껴진다. 계속 돌아다녀 피곤이 쌓여서 인가…? 졸린 눈을 비비며, 도착 한 푼따 델가다는… 입구부터 아주 강력하게 막아 놓았다. 치사한 것들. 우린 1분도 안 되서 다시 돌아와야 했다.
마을로 다시 돌아 가는 길, 팬더가 지도를 보며, 길은 나 있지만 이름도 없는 것을 보고는 이리로 가 보자고 한다. OK!! 별 망설임 없이 미지의 길로 가 본다. 길은 비포장이지만 아주 미세한 흙으로 되 있어 지금 당장은 부드러운 비포장이지만 비 오면 길이 망가질 것 같았다. 도착한 곳에는 '미라도르 바제나(고래 전망대)'라고 적혀 있었다. 오잉?? 이렇게 고래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면 대체 왜 안 알려 준거지? 왠지 관광객들에게 투어를 많이 하게 하려고 숨겨진 진실인 걸까? 지도에는 분명 길이 있지만 아무도 알려 주지 않고, 지명조차 없는 곳.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곳을 찾은 것이다. 마침 해가 질 시간이라 붉게 물든 하늘이 막힌 곳 없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고, 해안 절벽처럼 생긴 이 곳은 밑으로 내려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배 몇 대가 근처 바다에서 계속 맴 도는데… 그건 아까 우리가 타려고 했었던 고래 보는 투어회사의 배 였다. 배를 타면 오는 곳이 바로 이 곳이었구나. 배를 타면 조금 더 가깝게 보이긴 하겠지만 여기서도 석양과 고래의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꽁꽁 숨기고 안 알려 주었다니… 왠지 인포직원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숨겨진 명소를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몇 몇 차들만이 이 곳에 와 있었다.
우린 더 가깝게 보기 위해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 곳은 예전에 바다였던 지형이 틀림 없다. 혹은 철 따라 바다가 되었다 육지가 되었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이 너무 너무 신기했다. 조개가 가득한 땅을 밟아 보기는 난생처음이다. 그것도 조개가 가득한 육지땅을 밟아 보다니… 일반 조개라기 보다는 조개화석들로 보였다. 음… 하나 챙길까?? !.!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조금은 심심한 발데스 반도 였을 텐데, 이 곳으로 인해 행복지수가 하늘 끝까지 올라 가 버렸다.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 아 한 달도 남지 않은 으릉이와의 동행, 점점 으릉이와 헤어지기가 싫어 진다.
<검정 색이 고래 랍니다. ^^>
<이런 곳이.....있다니..>
<산 기슭을 내려갈 수 있답니다. 조심해야 한다는...>
<조개로 된 바닥 우앗~!! 정말 바다였군 ㅋ>
<절벽을 내려와 바다 가까이 가봅니다.>
<우리 으릉이는...요기에.. 그럼?? 오늘의 잠자리도 바로 저기. 절벽 아래의 바다를 내려다 봅니다.>
<무지개가 새초롬히 있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투어를 마치고... 석양 넘어로 돌아갑니다.>
<해질 무렵.......세상에 이런 곳은 둘도 없을 듯..>
<이 곳에서 오늘은 잘랍니다. ^^ 행복합니다. >
저녁으로는 짜장면을 해 먹기로 했다. 스파게티 면을 삶고, 짜장은 고구마를 잔뜩 넣고 만든다. 이 곳은 고구마가 싸니까, 고구마를 자주 먹는다. 나머지 고구마로 고구마 튀김을 만들어서 맥주와 곁들어 먹으니… 오늘 하루도 뿌듯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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