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8 Thu]
으릉이 안에서 하루를 시작 한다. 으릉이 문을 열기 위해 리모컨을 누르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뽕뽕"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순간 당황한 난 시동을 걸어 보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나서… 순간 멍~ 해 졌다.
팬더를 서둘러 깨우고, 으릉이가 깊은 잠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팬더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우리에겐 두 개의 자동차 키가 있는데 하나는 키 박스에 꽂아두고, 하나는 우리 근처에 놔 두고 자는데, 이는 혹시 밤에 춥기라도 하면 쉽게 시동을 걸어 히터를 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침에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통 첫 단계는 전기만 들어 오는 단계, 그 단계에서 조금 더 힘을 주며 돌려야 시동이 걸리는 데, 첫 단계를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전기만 들어오는 그 상태까지만 키를 돌려 놓고 완전히 시동을 끄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배터리 방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 젠장. 난 아침부터 이 곳에 열심히 오는 투어 배에 구조신청을 하기로 하고, 팬더는 건전지 열개를 모아서 시동 걸어 본다고 한다ㅋㅋㅋㅋ. 과연…?? 그런데 배들은 내 구조신청이 그냥 인사하는 줄로만 아는 것이 문제였고, 건전지 열 개를 모은다고 이렇게 큰 차 시동이 걸릴 리 없었다.
<절벽을 내려가서 투어 배에게 구조 요청을 해보는 토끼.....하지만..좌절 ㅠㅠ>
<으릉아 ~~우리 으릉아~~어서 일어나렴.. 태양열 발전기라도...있음 ㅋㅋ>
<하지만 우리만의 캠핑장은 멋져보이네요 ㅋ>
:: 그거 아시나요??
왠지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은 느낌??
예전 같음 완전 스트레스받아서 아무 것도 못할 텐데....이젠 괜찮다는 것??
결국 하나의 남은 방법은 큰 길까지 약 8km, 마을까지는 약 15km를 걸어가서 사람을 데려 오는 것이었다. 역시 앞 뒤가 존재하는 동전의 양 면처럼, 모든 일에도 이렇게 두 가지 면이 존재 한다. 어제 한적하다고 그렇게 좋아 했던 이 곳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독으로 작용한다. 올 사람도 없고 마을까지 가려면 꽤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런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땡볕 길을 4시간이나 걸어야 한다구??? ㅠㅠ ㅠㅠ ㅠㅠ>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충분한 물과 초콜릿 하나를 들고 어제 왔던 길을 걸어서 되 돌아 간다. 희망처럼 멋진 힘 좋은 사륜구동 차 하나가 나타나 우리 으릉이를 구하러 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약 2km 걸었을 때, 진짜 힘 좋은 트럭 하나가 보트를 하나 싣고 앞으로 다가 오는 것이다. 우린 기뻐하며 손을 흔들고 도움을 요청 했는데, 무시하며 쌩~ 지나친다. 헉… 이럴 줄은 몰랐다. 이렇게 허무하게 우리를 지나 칠 줄이야… 우린 뭐 저런 놈이 다 있냐고 욕을 살짝 해 주고는 다시 걷는다. 다시 조금 걸었을 때, 저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려 오고, 이번엔 앞을 가로 막아서라도 세워야 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하고 차를 세웠는데, 차가 아니라 버기다. -_- ;; 과연 도움이 될까? 다행스럽게도, 버기를 탄 청년은 이 국립공원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 우리 차가 있는 고래 전망대에 가면 전화가 터진 다고, 그 곳에 가서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부르겠다고 한다. 그 청년은 전화를 하러 먼저 쓩~ 가 버리고, 우린 왔던 길을 다시 털래 털래 되 돌아 간다. 오래 걸을 줄 알고 챙겨 온 물 두 통이 왠지 민망스럽다.
10분쯤 걸어왔을 때, 버기 청년이 다시 와서는 전화를 했고, 곧 사람들이 차와 케이블을 가지고 올테니 걱정 말라고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할렐루야!! 감사 감사~~ 더 고맙게도 이번엔 버기 뒤에 타라고 한다. 우린 양쪽으로 앉아서 돌아가는 길은 매~우 편하게 돌아 간다. 이히히~ 심각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린 버기 타고 간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서 속상했던 그 기분은 온데 간데 없고 다시 밝음 모드로 바꼈다. ^-^ 우린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국에서 온 기념품을 선물로 주고는 챠우 챠우~
<야홋~!!!! 이 땐 얼마나 신이 나던지 큿큿큿~!! 달려라~~!! 버기야~!!>
팬더는 막간을 이용 해 고래 보러 밑으로 내려갔고, 난 기운 빠져서 으릉이 안에서 축 늘어져 있는데… 엔진소리가 멀리서 들려 오더니… 으릉이의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났다. 4륜 구동의 어디든 다 갈 수 있게 생긴 하얀 색 큰 차에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짜잔~ 나타난 것이다. 할아버지는 으릉이 배터리와 하얀 차의 배터리를 연결 하더니 잠시 만에 으릉이가 되 살아 났다. 아… ㅠ 으릉아, 으릉아, 으릉아!! 다행이다, 공무원에게 도움을 청하길 정말 잘했다. 공짜로 이렇게 달려 와 주고, 도와 주다니… 아르헨티나가 다시금 좋아 진다. 헤헤~ 친절한 할아버지께 내가 기념품 주려고 하니 돈 주려는 줄 알고 안 받으려 하다가 기념품인걸 보고 받는다. ^-^
시련이 있었지만 마무리는 잘 해결되어 호탕하게 웃어 버려야 하는데… 오늘 하루 너무 놀라 버려서인지, 기운이 없다. 한 동안 그림처럼 움직이는 고래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이제는 이 곳을 나가기로 했다. 고래 투어는 오늘 너무 기운이 빠져서 취소!!
<팬더는 이와중에도 다시 절벽을 내려가서 고래 사진을 찍는다.^^; 고래 코에 조개가 잔뜩 묻었네요 ㅋ>
나가는 길에 있는 이슬라 데 파헤로(새들의 섬)로 향했다. 이 곳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인 생떽지 베리가 보아뱀이 삼켜버린 코끼리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 파타고니아의 사나운 바람에서 아프리카 사막의 황량함도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소설 속 무대는 아프리카일지라도, 작가의 상상 속 무대는 이 곳 아르헨티나인 셈이다.
'이슬라 데 파헤로'로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육지 전망대에서 바라 볼 수는 있었다. 정말 모자 모양으로 생긴 섬이다. 정말 작은 성당과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소였다. 우리보다 먼저 온 노부부가 우리에게 갑자기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묻더니, 대화가 생각지도 못하게 길어져 버렸다. 영국에서 출발한 노부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이었는데, 이전에 호주자동차 여행을 한 적이 있는 자동차 여행 매니아 였다. 할머니는 클래식하게 모든 것을 수기로 기록하고 있었는데, 하룻동안 얼마를 썼는지 깨알처럼 메모한 노트를 보고 있자니, 세대차이가 느껴짐과 동시에 옛날 영화에 우리가 들어 온 듯한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우린 GPS를 들고 다닌다면, 할아버지는 전지만한 지도를 들고 다니며 지나 온 길을 하나 하나 표시하는 것이다. 지도와 수기로 기록한 가계부. 다르지만 같은 길을 밟아 온 것을 보니, 전자기기들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주지 못한다.
<정말 비슷하죠?? 코끼리를 먹어버린 보아뱀!!!!! >
<공원 입구에 있는 인포 센터. 발데스 반도에 대해서 알고 갈 수 있답니다. 우린 나갈 때 들렸네요.>
<반도의 전도>
2일간의 발데스 반도 탐험을 마치고, 이제는 부지런히 부에노스를 향해 달려 보기로 했다. 토요일까지는 부에노스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 약 1,300km 남았음.
<토끼는 참...벌래랑 사이가 좋지 않답니다.>
마지막 파타고니아 할인 기름을 파는 씨에라 그란데 마을에서 만땅~으로 주유를 했다. 이제 이 곳을 지나면 다시 비싼 기름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도로 옆 조금 큰 갓길에 으릉이를 세워두고 적당히 하룻밤을 보낸다. 아… 오늘 하루도 바빴네. 우린 왜 하루도 심심한 날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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