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4 Sun]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뭘 먹을 지부터 상의를 시작 한다. 장시간의 토론 결과 결정 된, 오늘의 아침 메뉴는 된장찌개랑 밥! 간단해 보이지만, 그냥 된장찌개가 아니라 호박,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양파 등이 들어 간 호화 된장찌개다. 그리고 점심 때 또 요리를 하지 않기 위해 도시락으로 볶음밥도 만들기로 했다. 점점 익숙해 지는 으릉이 생활이다. 잠은 차 안에서, 요리도 차 안에서. 왜 진작 이런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나다. 생각해 보니, 윗나라들은 치안이 안 좋아서 못했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남미 나라 중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들로 꼽히니, 캠핑을 할 만 하다.
오늘은 약 400KM 정도를 달려, 꼬모도 리바다비아 라는 도시로 갈 예정이다. 예전에 멜라니님 블로그에서 이 곳에서 홍합 따 먹는 것을 봤다며, 팬더도 홍합 타령을 한다. 그럼, 우리도 오늘 홍합 먹는 건가? ㅎㅎㅎ
지난 2일간 하늘이 참 예뻤는데,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해서 재미가 크지 않다. 거기다 길도 쫙 뻗은 직선이니… 단조로워 지는 도로 풍경이 계속 된다.
가는 길, 80KM 전 올리비아라는 동네를 들른다. 기름(석유) 사업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마을은, 론니플래닛 숙소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숙소를 미리 예약 하면 좋은데, 그 이유는 노동자들로 이미 숙소들이 가득 차 있을지도 몰라서라고 한다. 그만큼 관광객이 안 온다는 이야기 인지, 아님 기름 사업 붐으로 만성적 숙소부족을 앓고 있다는 말인지.
마을을 들어가기 전, 해안가에 차를 세워 놓고, 바닷가 경치를 잠깐 보고 가기로 했다. 살짝 배가 고파 온 우리는 빵이랑 살라미랑 먹다가, 양에 안 차 계란까지 하나 씩 붙여 먹었다. 이걸로 점심 끝! 우린 점심 식사를 성대하게 먹기가 어렵다. 아침은 일어나자 마자 차에서 요리를 하면 되고, 저녁은 자기 전 요리를 하면 된다. 이미 으릉이 구조를 그렇게 배치를 해 놓은 상태이니, 요리를 하기가 쉽지만 점심은 그렇지 않다. 한 참 주행 중에는 달리는 모드로 짐을 재 배치 해 놓았기 때문에, 버너를 꺼내서 요리하기란 조금 어렵다. 그래서 항상 점심은 간단 간단!!.
<주변에서 이렇게 시추하는 기계를 많이 볼 수 있다.>
<한적한 해안 가로 가니.. 가족들이 나들이 나와있네요>
<공업 도시 답게...마을 입구 동상입니다.>
<엇~!! 노말 기름이닷~!! 보통은 잘 팔지 않습니다~ 요걸로 꽉 채웁니다. >
<파도.. 몇 단 콤보??
>
<잠시 휴식을 마치고 저 빨강이를 따라서 북쪽으로 갑니다~저 산 넘어야 함?? ㅠㅠ>
이 마을을 나가는 길에 커다란 주유소가 눈에 들어 온다. 주유소가 크면 클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이니, 우린 궁금한 마음에 가 보기로 했다. 공기압체크 기계로 공기압을 맞추고, 물통에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런데, 팬더가 신기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며,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나 한다. 이 주유소엔 샤워실도 있으니 샤워를 하고 가자는 것. 이잉? 왠 샤워?? 아무리 샤워실이 있어도 누구를 위한 샤워실인지도 모르고, 거기서 우리가 샤워를 하는 건 좀…
내가 꺼려하자, 팬더는 팬더라도 씻겠다고 당당한 걸음으로 샤워실로 향한다. 난 조마 조마하며 팬더를 기다리고, 잠시 후 깨끗한 팬더가 되어 돌아 왔다. 오~ 팬더의 성공에 힘 입어 나도, 도전을 해 본다. 트럭기사들을 위한 샤워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자 비율이 적어서 인지 여자 샤워실은 일반 캠핑장의 샤워실보다 깨끗했다. 따듯한 물도 펑펑 나오고, 공짜 샤워라니… 아 행복하다. 안 그래도 차에서 자는 건 불편한 게 없는데, 씻는 게 힘들어 어디서 하루 자야 하나 고민 했었는데, 이렇게 샤워를 할 기회가 생겨 행운이다. 그리고 살짝 속옷도 손빨래를 해서, 차 안에 여기 저기 널어 놓기까지 하면… 차에서 살아도 불편한 게 전혀 없다. 전기는 시동 걸면 나오니까, 전자 기계들 충전도 어렵지 않고, 인터넷은 주유소 가면 되고, 밥은 차 안에서 버너로 해 먹고, 추우면 히터 더우면 에어컨, 샤워도 주유소. 아무튼 오늘 또 하나의 대박 주유소를 발견 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르헨티나 주유소 대박 좋다~ 다른 중남미랑 비교 불가~!!
우린 또 다시 부지런히 길을 가다가, 오늘의 목표 지점인 '꼬모도 리바다비아'를 20분 정도를 남겨 두고 나오는 도시로 들어 갔다. '라다 틸리' 라는 이 곳은 작은 도시 였는데 도시전체가 중산층이상이 사는 곳 같았다. 우리 나라의 분당이나 일산 같은 느낌?
주유소에 잠시 공기압체크를 하기 위해 들렀는데, 인터넷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잘 된다. 우린 또 붙박이가 되었다. ^^:;; 우린 주유소에 앉아서 여행 계획을 마저 세웠다. 스페인을 그냥 지나칠 건지, 아님 스페인 여행을 대충 할 건지, 자세히 할 건지… 스페인을 그냥 지나치긴 아쉽고, 또 자세하게 여행 하자니 시간과 돈도 문제 였다. 우린 어차피 가야 할 도시인 마드리드를 포함 해, 각자 도시 하나 씩을 추가 했다. 팬더는 바르셀로나 - 가우디 양식을 꼭 보고 싶다고 한다. 난 그라나다 - 알함브라의 궁전을 직접 보고 싶다. 이렇게 3군데의 도시만 가고, 모로코를 통해 이집트로 가서 다이빙이나 실컷 하다가 집에 가는 방향으로 여행 일정을 구체화 했다. 이 일정을 조금 더 생각 해 보고, 미리 비행기 표도 구입 해야겠다. 괜히 나라 하나를 입국 할 때, 출국 티켓이 없다고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마떼(아르헨티나식 녹차) 용 물. 도 나온답니다. 더운 물이겠죠.>
저녁은 바닷가에 차 세워 놓고 스파게티를 만들고,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얹어서 냠~ 냠~ 그리고 푼타 아레나스에서 잔뜩 사재기한 맥주도 한 병 꺼내서 살라미, 치즈, 비스켓을 안주로 또 냠~ 냠~ 한 평 남짓한 으릉이 안에서, 우린 먹고, 자고를 다 한다. 노래 가사처럼, 한 평 짜리 삶에서 백 평짜리 행복을 만드는 우리. ^^~ 헤헤 그런데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 하니, 왜 이리 아쉬울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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