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 11 Thu ]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 넘기. 이 구간은 수 많은 여행자들이 들락 날락 하는 곳이라 짐 검사도 안 하고 그냥 통과다. 칠레 돈 남을 걸 다 쓰려고 했는데, 쓸 때를 못 찾고 결국 들고 와 버렸다. 약 3,000페소. 이걸 어디 쓰지?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지기 싫어 하는 기질은 국경 사무실만 가 봐도 알 수 있다. 띠에라 델 푸에고의 아르헨티나 국경 넘자 마자 포장도로가 나오는게, 이 곳도 아르헨티나 사무실만 자동문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칠레에 지기 싫어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 같다. 칠레가 잘 살기 시작 해 질투하는 건가? 아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같은 미묘한 관계인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은근한 신경전이 신기하다.
벌써 4번째 온 아르헨티나, 여권에 아르헨티나 도장만 늘어 간다. 이 전자여권은 에콰도르부터 쓰기 시작 해 많은 나라의 흔적이 없어서 아쉽다.
국경을 넘자 마자, 라구나 아술이라는 큰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크게 만들어 놓은 걸 보니, 좋은 데인가?? 팬더는 멜라니 님 블로그에서 봤다며 백두산 천지 같은 예쁜 호수라고 설명해 준다. 그럼 가 볼까? 뭐 시간도 많은데!!
<산타크루즈 주로 넘어왔답니다. 이대로 쭉~~3번 도로만 타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합니다.>
<라구나 아술 로 들어가는 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밖으로 나가니, 어마어마 하게 부는 강풍.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위쪽, 꽤 낮은 곳에 호수가 있었다. 호수가 없을 것 같은 곳에 호수가 있다는 것이, 또 그 호수가 예쁘다는 것이, 근처의 기괴한 암석들이 그 경치를 더 해 준다는 것이 의외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라구나 아술(파란 호수 라는 뜻)은 에콰도르의 낄로또아 호수와도 닮아 있었다. 이 곳도 분명 아름답지만, 왠지 에콰도르의 낄로또아 호수가 더 정이 간다. 약 4,000미터의 고산에 위치 해 한 걸음 걷기도 힘들었던 그 곳에서의 감상이 지워지지 않아서 이다. 사람은 같은 걸 보더라도 스스로 투자 한 에너지만큼을 의미부여를 하기 마련이다. 그냥 봤으면 좋은 경치를 고생해서 보면 대단한 경치로 둔갑시키듯 , 돈의 의미도 고생해서 번 사람들이 더 귀하게 와 닿는 것처럼. 아무튼 우리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너무나 쉽게 온 라구나 아술보다는 낄로또아 호수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리오 가제고스. 이 지방에선 꽤 큰 도시인데, 여행자들이 보통 트랜짓을 하려고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다들 머물지는 않고 그 날 와서 바로 그 날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숙소도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보다는 비즈니스호텔이 많은 것이 특징. 우린 단 하나의 호스텔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 본다. 외곽에 있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 저렴한가 보다.
팬더는 동네를 보고 슬럼가 같다고 하지만, 비싸 보이는 집들과 차도 가끔 있어서 슬럼가 같지는 않다. 역시, 인플레이션의 대가 아르헨티나 답게 숙박요금은 올라 있었다. 도미토리는 50페소, 더블룸은 140페소. 우린 고민하다 더블룸을 쓰기로 했다. 조금 더 내고 1층 침대에서 편하게 자기 위해서다. 체크아웃은 10시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도 조금 더 머물면서 요리를 하거나 인터넷을 더 써도 좋다고 한다.
우린 짐을 풀고 우선 밀린 샤워부터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어느새 8시가 넘었다. 듣기로는 9시에 슈퍼마켓 문을 닫고, 10시에는 이 곳 주방을 닫는다고 한다. 그럼 서둘러 슈퍼마켓으로 가 볼까? 오늘은 오랜만에 아르헨티나 쇠고기를 좀 구어 먹어봐야겠다. 우린 근처 슈퍼로 가서 고기, 상추, 양파, 마늘, 고구마 등을 구입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을 잘 못 들고 왔다. 칠레 돈이 든 지갑으로 가져 온 것이다. ㅠ 슈퍼마켓 문 닫을 시간은 다가오고.. 미치겠다. 팬더의 눈총은 따갑고… 잘 못했어요. 싹싹 빌고… 난 슈퍼에 남겨 지고, 팬더는 다시 숙소에 다녀 온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밥을 해 먹는데… 분위기가 좀… 왠지 남의 주방 빌려 쓰는 듯 맘이 편치는 않다. 가스렌지 불도 모기만해서 거기다 고기를 구우니… 육즙은 다 빠지고 맛도 없게 변해 버린다. 이건 맛있는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엉엉엉~ 밤 10시에 주방을 닫는다고 했는데 벌써 9시가 훌쩍 넘어서 눈치도 보이고… 암튼 그렇다. 주차 문제도 불편하고, 주방 문제도 불편하고, 돈은 이미 냈고… 다음 부턴 호스텔에 오는 걸 고려 해 봐야 겠다. 그냥 차에서 먹고 자고, 씻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으니까!!
'남미(South America) > Argentina'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n Julian] 남미 아웃 비행기 표가 생겼어요~ (0) | 2011.02.22 |
---|---|
[Monte Leon] 기암절벽이 빚은 숨 막히는 풍경 속으로 (0) | 2011.02.22 |
[Tolhuin] 난파선을 찾아서… (0) | 2011.02.13 |
[Ushuaia] 겨울나라로 온 팬더와 토끼 (0) | 2011.02.13 |
[Ushuaia]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탐험 (0) | 201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