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 09 Tue ]
눈의 나라에서 일어난 팬더와 토끼. 그런데 어제 그렇게 쌓인 눈은 대체 어디 갔는지, 아침이 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아침부터 해가 반짝 떠서는 눈들을 해체시킨 것이다. 눈들아~ 안녕! 뭐 한국가면 실컷 볼테니까…
아침으로는 어제 먹던 미역된장국과 밥을 깨끗이 먹었다. 조금 남은 된장국은 점심으로 된장라면으로 응용해서 먹어야겠다. 우리는 알뜰한 동물들~
오늘의 목표지점은 난파선. 어제 가려다 실패한 난파선에 오늘은 가고야 만다. 그 전에 주유소에 들러서 화장실도 가고, 주유도 하고, 물도 담고, 인터넷도 쓴다. 무선 인터넷을 잡았을 때, 모두 비밀번호 걸려 있어서 혹시나 하고 12345 라는 비밀번호를 넣어 봤더니 신기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덕분에 인터넷도 자알 썼다.
다시 출발 할 시간이다. 리오 그란데 방향으로 3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루타 A로 빠져서 약 40km쯤 가다 보면, Rio San Pablo(산 파블로 강)가 나오고, 그 뒤로 조금만 더 가면 난파선이 나온다. 구불 구불한 비포장 길을 달리다 보니, 살짝 멀미가 난다. 비포장 길이라 먼지 날려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참 고민 되는 구간이다. 그래도 달리는 길 중간 중간에 소, 양, 구아나코 들이 특별출연 해 주어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 했을 때, 갑자기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왼쪽 중에 왼쪽 길을 선택해서 가는 데 저 멀리 난파선이 보인다. 아싸~ ^^ 그런데 길은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것 같아서 다시 양 갈래 길이 시작되는 점까지 되 돌아가서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는데 또 다시 갈래 길이라 한참을 고민 해야 겠다. 이번에는 왼쪽 길을 선택했는데, 길 끝이 막혀 있었다. 꼭 미로 찾기 하는 것처럼 몇 번을 실패하며 겨우 길을 찾고 보니, 처음부터 왼쪽 길로 갔어도 나중에 만나는 길 이었다. 괜히 고생했네~ 우리 뒤에는 우리를 믿고 따르는 프랑스 자동차 여행자들도 있었는데, 괜히 길 한 번씩 잘 못 들 때마다 미안했다. ;;;
<Ruta A로 들어 선다. 들어서면 이 이정표가 나온답니다. 39km지점 산 빠블로까지 갑니다.>
<요렇게 나무 다리도 지나구용~~>
<그럼 앞엔 구불구불 동화 속 길로 들어갑니다.>
<저 머리...개울을 건너는 커피 & 크림 소들이 우리가 자연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것을 알려줍니다.>
<한참....을 찾다가 발견한 난파선~@@ 심봤다~! 란 느낌이 이거구나~!>
드디어 도착한 난파선 포인트. 우~ 와~ 입이 딱 벌어 진다. 지금 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다. 영화 속에나 봤던 난파선을 내 눈으로 보고 있자니… 대박!! 꼭 영화 세트장에 놀러 온 것 같다. 떨리는 마음으로 난파선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가 본다. 마침 물이 빠진 때라, 난파선까지 접근할 수 있었는데 배 근처가 진흙이라 부츠신고 오길 참 잘했다. 우리를 뒤 따라 오던 프랑스 여행객들은 2커플인데, 나이 든 부부와 젊은 부부였다. 아마 부모님과 아들부부로 추정 되는데, 그 중 어린 아저씨(?)만 난파선으로 올라 가고 나머지는 밖에서만 구경을 한다. 난 내가 알고 있는 프랑스어 몇 마디 중 하나인 "사바~"를 당당하게 외치자, 내가 프랑스어 잘 하는 줄 알고 착각한 아저씨의 프랑스어 폭탄으로 순간 멍~ 때려야 했다. ㅋㅋㅋ
우리도 난파선 위로 올라 가 보기로 했다. 난파선을 올라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1층으로 올라 가기 위해서는 봉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신발의 접지력을 믿고 미끄럼틀 올라 가 듯이 올라 갔다. 휴~ 그리고 더 어려운 1층에서 2층 코스는 좁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거의 암벽 등반 하듯이 올라 가는 것이라 팔 힘과 다리 힘을 요구하는 운동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2층에서 3층으로 올라 가는 길은, 난파선이다 보니 한 쪽으로 균형이 쏠려서 한 쪽으로만 무게가 실려서 힘들었는데 팔 힘을 잘 사용해 무사히 올라 갈 수 있었다.
오늘 만큼은 토끼가 팬더보다도 더 먼저, 빨리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팬더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래서 얻은 오늘의 별명은 '모험가 토끼' . 팬더는 오히려 고소공포증 때문에 겁을 많이 내었지만, 결국엔 잘 올라 왔다.
<어느 화보집에서 나왔던 모습...나도 따라 찍어본다. ㅋㅋ>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네요.. 썰물 때만 이렇게 들어올 수 있다는 군요.>
<부식된 갑판위로 보이는 하늘...>
3층에서 보는 전망은 훌륭했다. 꼭 전망대에 일부러 올라 온 것처럼, 앞뒤로 바다와 초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주는 흔적인 녹이 적당히 슨 배는, 세월에 녹아 들어 더욱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찍는 사진 마다 그림엽서가 되는, 꼭 화보촬영을 연상케 하는 너무나 아름다운 배경에 가슴이 두근 두근 뛴다. 으릉이 덕분에 멋진 난파선에도 직접 와 보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특별한 시간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너무 부식되어 발을 디뎠다간 영화처럼 몸이 밑으로 푹 꺼질 것만 같아서 조심 해야 했다. 아마 5년 뒤에는 더 부식 되어, 지금처럼 배 위에 올라 오지 못할수도 있을 것 같다.
<옥상으로 올라왔어요~~헉헉헉....팬더는 완전 무서움..>
<촬영장으로 완전 좋은 곳 인듯...>
<마리오 친구 '슈퍼 토끼'....삐욱삐욱삐욱~~ 쿠파를 만나러 지하세계로.... ㅋㅋㅋ>
난파선에 나와 시계를 보니 어느 새 5시가 다 되어 간다. 어쩐지… 배가 고프다 했지. 밥 때가 지나도 훨씬 지났다. 늦은 점심으로는 남은 된장국을 응용한 너구리 된장 라면을 끓였는데, 바람 부는 날 먹는 따듯한 라면 맛은 정말 최고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내가 아끼던 초콜릿을 새로 하나 풀었다. 지난 번 스틱형 민트 초콜릿과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인데, 이번엔 모카커피 맛이다. 포장을 뜯고, 입에 하나 넣자 마자 터져 나오는 감탄사들!! 특히나 모카커피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화이트 밀크 초콜릿과 어우러진 모카커피 크림. 브라보!! 초콜릿 제조국인 네덜란드. 꼭 가 보리라~
다시 3번 도로로 나오는 길에도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익숙한 소, 양, 과나코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재미나게도 멀리서는 으릉이를 노려 보다가도 가까이 가면 전속력으로 도망쳐 버린다. 겁쟁이들. 너희들이 원조 쫄쫄이다. 특히나 양들이 도망 갈 때, 가장 웃긴데 엉덩이에 묻은 갈색 X들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3번 도로로 나가는 길은, 이런 동물들의 소란함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아름다움들이 혼재 되어 있었다. 하늘, 구름, 나무, 집 등등
<환상적인 맛...
>
<남쪽 나라 하늘은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안아요>
리오 그란데로 가는 길. 고민이 하나 생겼다. 오늘 어디서 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리오 그런데에서 자야 하나, 아님 도시 벗어나서 조금 더 가다가 으릉이 안에서 자야 하나… 우린 오늘도 으릉이 안에서 자기로 결정 했다. 파타고니아에 와서 다중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으릉이가 참 자랑스럽다.
리오 그란데 마트에서 오늘 저녁으로 먹을 파스타 재료와 내일 아침으로 먹을 재료들도 샀다. 마트에서 버섯을 고르는 중에 행인1로 부터 엉뚱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건 바로 버섯을 어떻게 먹느냐는 질문. 아마도 동양의 신비 내지는 그러한 대답을 듣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내가 파스타에 넣어 먹는다니까 급 실망하고 돌아선 그 분. 왜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
차를 세워 둔 주유소에 다시 돌아 와서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순간 유혹이 하나 생긴다. 여기서 세수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비누 들고 와서 세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긴 했지만, 참길 잘 했다. 우리 차에 물도 있고, 바가지도 있고, 비누도 있고, 수건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걸 뭐.
리오 그란데를 빠져 나가는 길, 바닷가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바닷가 풍경을 보기 위해 차가 서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인데, 더 늦기 전에 오늘 하루를 이 곳에서 마감하기로 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시간은 벌써 9시 15분. 빨리 저녁을 먹어도 거의 10시니… 우리도 아르헨티나 사람들 다 되어 버렸다. (아르헨티노들의 평균 저녁 시작 시간 9시^^)
저녁은 오늘 산 고기와 버섯, 양파를 넣은 아라비안 파스타. 오늘 구입한 파스타 소스 이름이 '아라비아나'인데, 아라비안 스타일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대체 아라비안 스타일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팬더의 애장 맥주 한 병도 열어서 즐겁게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헤헤~
<리오 그란데 오늘의 하늘. 이렇게 붉은 하늘은 본적이 없다. 실제 색깔 무보정.>
내일은 다시 칠레로 들어 간다. 배를 타고, 메인랜드로 건너 가서 리오 가제고스까지 가는 것이 목표!! ^^* 내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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