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 07 Sun ]
아침으로는 짜장 볶음밥을 먹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어제 만든 짜장과 어제 한 밥을 프라이팬에 볶아 먹은 것이다. 밥이 하루만 지나도 딱딱하게 돌밥이 되어서 도저히 그냥 먹을 수가 없다. 어쩔 수없이 재가열을 해야 하니, 볶음밥을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으릉이 안이 익숙한 걸 보니… 으릉이 생활에 완벽 적응이다. 오히려 가끔은 으릉이가 더 편할 때가 있다. 특히 오래 있을 곳이 아니라 하루나 이틀 정도 잘 숙소를 구할 때, 숙소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시간과 짐을 옮기는 시간들이 엄청 아깝다. 그 시간들을 아끼면 이동을 조금 더 할 수 있거나 그 시간 동안 맛있는 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식 후 귀파기~!! 토끼 귓구멍은 작아서...해드렌턴이 꼭 필요하닷~!!>
밥도 먹었겠다, 으릉이 안에서 식후 오락 한 판을 땅기고 있는데… 팬더가 내 별명을 붙여 놓았다. '오돌이' 뭐야~ 오돌뼈도 아니고… 오돌이가 뭐야 -_- 오락을 많이 해서 오돌이 란다. 어이쿠~ 게임 조금 했다고 하루 종일 오돌이 소리를 들어야 했다. !.!
약 1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곳에 폭포가 있어서 폭포에 다녀 왔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로 갈 수 있는 곳이 총 4개의 포인트가 있는데, 우린 다 둘러 보고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 이 곳 국립공원에서 나갈 예정이다.
<잠자리 바로 위 하늘....이랬구나. 어젠 어두워서 안보였더랬지>
<뭔가 이유가있는지 단체 관광객들이 개울에 물을 얼굴에 적신다. 피부에 좋다고 했나???>
<완전....후덜덜.........>
<주말이라 그런지 - 혹은...무료???라서....현지인들이 엄청 많이 놀러왔다.>
두 번째인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그 곳엔 작지만 부두와 우체통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우체통이라는 말과 함께… 그 안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참았다. 괜히 입장 표 검사 하자고 할까 봐 모든 사람들이 경계 대상이다. 이런 날 보고 팬더는 잘 쫀다고 쫄쫄이라고 부른다. ㅠ
3시간짜리 트레킹 코스를 10분만 보고 내려 왔다. 바닷가를 따라 걷는 아름다운 코스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을 무척이나 좋아하겠다. 곳곳마다 난이도와 길이가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널려 있으나. 하지만 우리는… 팬더는 아직도 발가락이 아프다고 하고, 나도 왠지 산에 질려서…. ;;;
<세상 가장 아래에 있는 우체국이라던데....칠레 뿌에르또 윌리엄이 더 아래일 듯..^^;>
<비글 해협의 한 부분이랍니다. 저~~앞 산을 넘고 땅을 건너면...남극 대륙이 보일지도...>
세 번째 포인트는 부에노스에서부터 시작하는 3번 도로가 끝나는 곳이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서 도착하자, 3,079m 푯말이 보인다. 우와~ 진짜 땅끝이다. 이 곳도 섬이긴 하지만, 아무튼 뭔가 끝장을 봤다는 뿌듯한 느낌 이다. 마침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썼던 커플을 만나 사진도 찍고, 인사도 하고 헤어졌다. !.! 알라스카로부터 17,800 킬로가 떨어졌다는 표지판이 보이지만… 우리가 달린 거리는 52,000 킬로. 여기 저기 둘러 보느라 최단거리 보다는 더 많이 달렸다. 근데 차이가 너무 나는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3,097km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17,000km 가 넘네요.>
<정말 땅 끝까지 온 기분~! 행복했다.>
이 곳 전망이 다른 곳에 비해 탁월 했다. 그래서 인지 수 많은 투어 버스와 사람들로 북적이긴 했지만, 뭐 그 것도 좋았다. 우린 40분짜리 쉬운 트레킹 코스와 20분짜리 전망대 코스만 다녀 오기로 했다. 처음에 걸을 땐 약간 추웠지만 걸을 수록 몸도 데워 지고, 힘도 더 생기는 것 같았다. 난 걸어가면서 유럽토끼를 만나게 해 달라고 계속 빌었다. 론니 플래닛에 보면, 이 곳의 명물 중 하나가 바로 유러피안 토끼. 유럽토끼가 어떻게 생겼을까 너무너무 궁금했다. 혹시,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브랜드인 Peter's Rabbit 에 나오는 아이일까? 지난 번 디즈니월드에서 영국관을 갔을 때 전시 되어 있던 걸로 보아, 영국 브랜드인데 아마도 그 캐릭터에 나오는 예쁜 갈색 토끼가 유럽토끼의 표준 같기도 했다. 아무튼, 유럽토끼가 나와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한 시간 걸을 동안 유럽토끼의 귀도 볼 수 없었다. ㅠ.ㅜ
<국립 공원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 날씨도 한 몫 했답니다.>
<유럽토끼를 찾아라!!!! 앗...저기~!!ㅋㅋ 토끼닷~>
<팬더가 해변 바위가로 놀러간 사이....토끼는 쎌카질이였군>
마지막 네 번째 포인트는 산장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다. 유료캠핑장과, 산장, 커피숍 등이 들어 선 최신식 문물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린 오늘 하루 유료캠핑장에서 자 볼까 해서… 가격을 봤더니! 화들짝~ 이해할 수가 없는 가격체계였다. 오히려 텐트를 빌려서 치는 것 보다, 산장에서 자는 것이 싸다니… 그리고 가격 분류는 로컬, 내국인, 외국인으로 분류 되어, 우린 그 중 가장 비싼 외국인 요금을 내야 하니 더더더 비싸다. 뭐, 그래도 또레스 델 파이네를 생각하면 엄청 저렴한 가격이긴 하다. 아무튼 우린 이 곳에 자려던 생각을 저만치 던져 버리고 다시 으릉이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우리의 고향(?), 어제 잤던 곳으로 후퇴다. 아무런 편의 시설은 없지만 무료캠핑장이 있고, 물을 떠서 쓸 수 있는 강이 있는 그 곳으로. 그 길을 돌아 가는데, 갑자기 앞에 나타난 유럽토끼~ 정말 내가 생각 했던 대로 갈색의 예쁜 토끼였다. 너무 빨라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유럽토끼도 만나고 오늘 소원 풀었다. ^-^
으릉이를 캠핑카로 변신 시키는 데 드는 시간은 3분 정도. ^^ 짐만 쓱쓱 빼서 앞으로 옮기고 뒤에 우리가 앉으면 된다. 그리고 오늘의 저녁 메뉴는 라볶이. 떡이 없는 순수 라볶이다. 계란을 따로 삶기는 번거로워서 라면에 계란 풀 듯이 그냥 풀어서 넣고, 양파와 참치도 넣었다. 그리고 팬더가 좋아하는 카레가루도 살~짝. 국물이 찐해서 물을 많이 마셔야 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양이 적을까봐 라면 3개를 넣었지만… 너무 많아서 나중엔 배를 두드리며 나머지를 먹어야 했다. 왜 우린 항상 음식을 많이 만드는 것일까? 항상 3인용이 되는 우리 음식들~
설거지는 강에서 하기로 했다. 강에서 하는 거라 세제는 쓰지 않고 물로만 쓱싹 닦는다. 강물에 손을 담가 설거지를 했더니 손이 떨어져 나갈 듯 시렵고 따갑다. 옛날 선조들이 참 대단하다. 저렇게 차가운 물 떠다 쓰고, 산에서 나무 베어 생활하던 시절… 왠지 하루 왠 종일이 여가 없이 노동 시간이었을 것만 같다.
설거지와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난 일기를 쓰고, 팬더는 사진 정리하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히히~ 오늘 하루, 아름다운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에 와서 날씨도 좋고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잘 놀고 쉬다 간다. 아 참, 어제 박물관을 갔다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곳 띠에라 델 푸에고(불의 땅)가 이러한 이름이 붙은 연유는 마젤란이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원주민들이 땅에 불을 지피고 있어서 그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즉, -어!, 사람들이 불을 피고 있으니 여긴 불의 땅이야- 라고 한 셈. 뭔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좀 싱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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