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8 Thu 2010
아침 7시에 눈이 번쩍! 배가 아파 죽겠다. 어제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소화제도 한 알 먹고 잤는데, 기어이 탈이 나 버렸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벌떡 일어나서는 마침 동시에 깬 팬더에게 등 좀 두드려 달라고 했다. 조금 내려 가는 것 갔더니.. 그래도 꽉 막힌 느낌에, 답답하고, 머리도 어지럽다. 손을 좀 따 볼까? 가지고 있는 사혈침으로 양손 엄지를 땃더니, 조금 내려 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복통… 화장실을 다녀와서야 살살 가라 앉는다. 난 참 몸이 예민하기도 하지. 마음이 불편하면 꼭 이렇게 표가 난다. 아픈 게 가시고 나서야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그 동안 설친 잠들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푹 잠이 들어 버렸다. 지금 이 몇 시간이 몇 일을 통 틀어 가장 달게 잔 잠이었다. ^^* 으릉아 고마워^^
팬더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더니, 이사 가자고 한다. 이사? 어디로? 이미 텐트 쳐 놓았다고 해서 룰루랄라 드디어 캠핑장에 들어 섰다. 내가 자는 동안 캠핑장에 이것 저것 물어 보고선 텐트까지 이미 쳐 놓은 것이다. 고마운 팬더. 역시 팬더는 참 생각이 깊다. 일도 잘 하고~ ^^
시간은 이미 12시가 넘었고, 8시간이 꼬박 걸리는 등반 코스는 잠정적으로 취소가 되었다. 그 곳에 가려면 도시락도 싸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아직도 출발 못 했으면, 못 간다. 그럼 지금부터 캠핑 놀이나 해 볼까?
팬더는 속이 아픈 나를 위해 늦은 아침으로 소파를 끓여 줬다. 그리고 소파와 비스킷을 곁들어 먹는다. 새로 산 둘세 데 레체를 꺼내 비스킷에 한 번 발라보니…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맛이다. 그 동안 먹었던 둘세 데 레체는 싸구려였고, 지금 먹는 둘세 데 레체가 진짜 고급스럽고 너무 맛있다. 은진이의 추천을 받아서 산 '폰초 네그로' 표 둘세 데 레체.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만드는 둘세 데 레체라고 한다. 다른 제품보다 배 이상은 비싼 제품이었는데, 비싼 값을 하는지… 맛은 지금껏 먹은 둘세 데 레체 중 최고다. 결국 우린 식탐을 멈추지 못하고, 비스킷 큰 것 두 봉지나 비워 버렸다. >.<
비스킷과 둘레 데 레체로 입맛을 돋군 우리는 이제 2차로 미역국 끓이고 밥 해서 먹기로 했다. 오늘은 몸도 아프고 지쳤으니까, 많이 먹어 둬야지. 조금 심심한 맛에 우리가 아끼는 가쯔오부시 다시다를 넣었더니 오뎅국물처럼 너무 맛있어졌다. 오예~ 결국 앉은 자리에서 또 밥 한 그릇 뚝딱!!
그리고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산에서 먹을 간식용으로 산 과자도 뜯어 먹어 버렸다. 아… 오늘 진짜 하루 종일 먹기만 한다. 이 곳 캠핑장엔 전기도 안 들어오니까 컴퓨터를 쓸 수도 없고, 그냥 심심하니까 먹기만 하는 거다. 완전 먹깨비들.
또 다시 찾아 온 심심함. 지금까지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먹었는데… 먹을 것도 슬슬 떨어져 가고, 그럼 샤워나 하지 뭐. 캠핑장 샤워 시설이 어떤지 확인도 할 겸 샤워실로 향했다. 가스로 물을 데워서 뜨거운 물이 콸콸 잘 나오는 편이다. 볼리비아 호텔보다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칠레 캠핑장. 좋구나!! 나 다음엔 팬더 씻을 차례.
둘 다 씻고 나니, 또 찾아 온 심심함. 이젠 또 뭐하지?? 잠시 마실이나 다녀 올까? 팬더가 또레 호텔 가 보고 싶다고 해서, 또레 호텔 쪽으로 쉬엄 쉬엄 걸었다. 말들이 중간 중간 많고, 우린 기프트 샵 들어가서 구경만 하다가 다시 돌아 왔다. 또레 호텔은 더블룸 기준 300달러 라고 하던데… 캠핑 기준 17.25배나 비싼 셈이다. 못 먹는 감, 살짝 구경만 하고 온 동물 친구들.
<300불 짜리 호텔....^^;>
다녀와서는 또 심심해 진 우리는 이번에 라면 하나 끓여서 나눠 먹었다. 우리가 생각 하는 캠핑이란,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조금은 과거로 돌아 가는 것. 과거로 돌아 갔더니, 참 심심하긴 하다. 컴퓨터라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으릉이에 시동을 걸고 컴퓨터를 충전시켜 돌아 왔다. 이러면 영화 하나 정도는 볼 수 있을 거다. 오늘 우리가 볼 영화는 '박쥐' . 흡혈귀 나오는 영화 라던데, 무서울까?? 신부님인 송강호가 연구소에 가서 임상실험을 받다가 흡혈귀가 되어 돌아 와선 욕망에 눈 뜬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 평소 예쁘다고 생각했던 배우 '김옥빈'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였다. 생각 보다 잔인 했고, 인간의 본능에 대해 솔직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그런데 송강호씨의 성기노출이 있었던데, 과연 우리 나라 영화 심의로 통과 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한 참 영화를 보는 중에, 누군가 텐트를 막대기로 톡톡 쳐서 나가 보니, 한 아저씨가 캠핑 요금 수금하러 왔다고 한다. 1인당 4,000페소. 내일도 있을 거냐고 묻길래 모르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오늘 자 보고 추우면 차로 다시 돌아가려고… ^^
이젠 뭘 하지? 팬더가 캠프파이어 하자고 해서, 장작 구해다가 불을 붙였다. 신문지를 이용해 불을 크게 붙이는 데 성공한 팬더. 덕분에 따듯하게 불가에서 추운 밤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예전 추억을 떠올려 보며, 촛불의식 흉내도 내 보고 (중고등학교 때 수련회 가면 꼭 시키는 촛불 들고 엄마 생각하게 하는 시간 ^^)불을 이용해 물도 끓여서 차도 마시고, 내일 도시락으로 가져 갈 햇반도 데우고. 지난 번 부에노스 일일가이드를 하고 선물로 받은 햇반이 내일 도시락으로 귀하게 쓰일 예정이다. 후흣.
<내일 산에서 먹을 인스턴트 밥을 끓이는 중. 공짜 불을 쓰는 구나~^^>
12시가 되고, 캠프파이어도 다 꺼져 가고… 우리가 오늘 잘 곳인 텐트 안으로 들어 갔는데… 왜 이렇게 춥냐? ㅠ 입김 나오고… 아무리 옷을 많이 껴 입고 침낭을 덮어도…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아 춥다.
'남미(South America) > Chi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Punta Arenas] 드디어 와 버렸네! 펭귄아 안녕 (0) | 2010.12.03 |
---|---|
[Puerto Natales] 행복한 하루 (0) | 2010.11.14 |
[Puerto Natales] 행복한 결정 (0) | 2010.11.14 |
[Torres del Paine] 또레 전망대에 오르다!!(I 코스) (0) | 2010.11.14 |
[Torres del Paine] 칠레, 반갑습니다. (0) | 201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