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7 Wed 2010
아르헨티나를 벗어나 칠레 사무실 쪽으로 간다. 칠레 국기가 우리를 반겨 주고, 여권을 보여주고 입국 신고서를 작성 했더니 별 문제 없이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 준다. 특별히 체류 기한을 적어주지 않는 걸 보니, 3개월 무비자 인가? 아무튼 사람 입국이 끝난 후, 이제 으릉이 차례. 으릉이 짐 검사도 마치고 으릉이 입국 서류도 무사히 받았다. 칠레 짐 검사가 까다롭기도 소문 났다고 했는데, 오늘 우리에겐 그렇지도 않았다. 차에 있는 상자들을 열어 보긴 해도, 뒤적여 보진 않으니까 꽤 수월하게 아무런 피해 없이 짐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오히려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 입국 할 때 짐검사가 더 심했던 것 같다. 그 땐, 마약 탐지견 큰 멍멍이까지 출동 했으니.
칠레 보더에 바로 붙어 있는 마을은, 마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았다. 기본적인 상점들도 거의 없고, 커다란 단층 건물 하나가 기념품 상점 겸, 레스토랑 겸, 까페테리아 겸, 환전소 겸 여러 가지를 겸업하고 있었다.
우린 가지고 있는 120달러 모두들 환전 했다. 이 곳엔 ATM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환전을 하는 수 밖에. 이 곳 국경 환율이 나탈레스 보다 안 좋다고 하나 우리에게 선택 사항은 별로 없다. 환율은 달러당 460페소. 또레스 델 파이네 입장료와 캠핑비, 배 값 등을 모두 합쳤을 때 2인에 10만페소는 필요한 데. 가지고 있던 칠레 페소 와 방금 환전한 돈을 합쳐도 10만 페소가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 페소로 추가 환전을 해야 하나? 그런데 아르헨 페소 환율이 너무 너무 안 좋아서, 참기로 했다. 1페소 당 칠레 페소로 100페소를 주니… 환전소 아저씨도 환전 하지 말고 차라리 입장료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내라고 한다. 그 곳에 가면 1페소랑 113 페소 정도는 쳐 주니까.
마을에 슈퍼 마켓이 있으면 또레스 델 파이네에서 먹을 야채랑 기타 음식들을 사 가려고 했는데 여긴 슈퍼 마켓도 없고… 아까 갔던 그 단층 건물에 물어 보니, 레스토랑에서 야채도 판다 하길래 양파만 6개 사왔다. 싹 다 난 양파 6개에 1500페소. 비싸다. 나중에 푸에르또 나탈레스 가서 야채 값 비교 해 봐야지. !.!
아침 부터 소화도 잘 되지 않았고, 국경 지나 오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띵~ 하니 너무 아프다. 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고 팬더는 날 기다려 준다고 잠시 주차 해 놓고는 오락 하면서 1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다시 출발. 구아나코 무리가 떼 지어서 우르르 지나 간다. 우와 신기하다. 저렇게 많은 구아나코를 한 번에 보다니, 우린 운이 참 좋다. 왠지 아프리카에 있는 듯한 기분. 팬더는 옆에 있는 호수를 가리키며 왠지 저 호숫가에 코끼리와 얼룩말이 있을 것 같단다. 헤헤헤
<구아나꼬 무리들>
갑자기 배 고파진 우리는 경치 좋은 호숫가에 차를 세워 두고 라면 하나 씩 끓여 먹는다. 살짝 추웠는데 따듯한 국물 먹으니 좀 살 것 같다. 역시 라면은 좋아~!!
분명히 깔라파테에서 오전에 출발 했는데, 현재 시각 9시 20분. 여기 까지 오는데 꽤나 시간이 늦어 버렸다. 언뜻 듣기로 밤 10시 넘어서 가면 또레스 델 파이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고… 우리도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구를 지나쳐 직진을 했는데, 아무도 우리를 제지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랏? 성공인가? 그런데… 지도를 보니 길을 잘 못 들어서 이대로 가다가 배를 먼저 타야 한다. 소심해진 우리는 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구로 가서 좌회전을 해서 또레 호텔 입구로 갔다. 다행히 불꺼진 입구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 굉장한 난 코스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다리 통과 하기. 미니 버스들도 사이드 미러 다 접고 겨우 빠져 나간다고 하는데, 으릉이가 통과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 표지판엔 1,500kg까지만 지나갈 수 있다는데, 으릉이 차 무게만 2,500kg 인데 가능할 리 없잖아!! 최대한 속력을 줄이고 사이드 미러 다 접고 조심히 지나 가 본다. 너무 타이트한 넓이라서 괜히 내 가슴이 조마 조마 하다. 팬더는 내가 내려서 차가 지나 갈 수 있는지 없는지 봐 달라고 했는데 내가 고개 내 밀고 보기엔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가자고 했더니 그걸로 살짝 토닥 토닥 했다. 결국은 서로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팬더야~ 나중에 나갈 땐 내가 꼭 봐줄께^^
그리고 두 번째 사건. 난 사실 입장료를 안 내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내야 하는 거면 내고 들어가자는 것이 내 생각. 괜히 혼자 찔려서 맘 불편하게 있느니 돈을 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팬더가 어떻게 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걸 보니, 차마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얘기를 한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일찍 말하지 않았다고 팬더는 불만이다. 앞으로는 지금 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할 듯… !!
무서운 다리를 지나 캠핑장에 도착 했더니, 주변은 온통 암흑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차에서 자야 할 것 같다. 내일 일어나서 방안을 마련 해 봐야지 뭐. 오늘은 이대로 차에서 취침.
칠레에서의 첫 째날부터 노숙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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