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30 Wed 2010
오늘 볼리비아로 넘어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가장 먼저, 병원으로 가서 예방접종 병동으로 가 본다. 다시 사정 얘기를 하자, 수간호사가 나와서 사정을 듣더니 흔쾌하게 접종서만 발급을 해 준다. 아~ 다행이다. 걱정했는데 황열병, 소아마비, 홍역 등 필요한 접종 증명서를 다 발급받고 나니, 볼리비아 비자에 대한 초록불이 보이는 것 같다. (발급비 :10 솔레스)
<이 병원에 가면 됩니다. >
<Vacuna 부서가 따로 있으니깐 물어물어서 가면 됩니다. ^^ 어렵지 않아요>
<친절했던 간호사들>
이제 필요한 서류들을 다 복사하고 볼리비아 영사관으로 향한다. 볼리비아 국기가 건물에 없었으면 못 찾을 뻔 했다.
차례를 기다려서 영사를 만났는데, OMG 영사가 아주 진상이다. 다음은 영사와의 간단 대화록이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러 왔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한국 사람입니다. 신청서는 있는데, 예전에 리마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고치지 않았는데 괜찮은가요?"
"그럼 리마가서 비자 받아요. 여긴 푸노 입니다"
"그럼 새로 작성하게 신청서를 다시 받을 수 있나요?"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출력한 뒤 사용하세요. 한국은 비자비도 안 내는 나라인데, 종이 한 장도 줄 수 없습니다."
"리마에서는 신청서를 그냥 주던데 여기는 안 주나 보죠?"
"그럼 리마가서 비자 받아요. 리마에서는 리젝 당해서 이리로 온 것 아닙니까?"
(영어로 이야기 하면 더 편할 줄 알고,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었다가 된통 혼나기만 했다.)
"영어 할 줄 아세요?"
"여기는 볼리비아 영사관 입니다. 볼리비아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게다가 이 곳은 페루에 있는 볼리비아 영사관인데, 페루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이므로 무조건 스페인어를 써야 합니다. 당연히 스페인어를 써야지!!!!! "
"리젝 당한 것이 아니라, 리마에서 받으려고 했는데 비자를 받은 뒤 한 달 이내에 볼리비아 입국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때 받지 못하고 지금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리마, 그 멍청한 것들. 한 달 이내에 입국해야 한다는 말은 다 거짓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뒤 출력해서 다시 기재 해 오라는 괴팍한 영사 때문에 살짝 화가 났다. 다른 곳 보다 특히 푸노가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첨에 우리에게 괴팍하게 굴던 영사가 리마의 볼리비아 대사관을 공공의 적으로 돌린 순간, 갑자기 영사의 꽁꽁 얼은 마음이 조금 녹았다.
" 그럼 내가 오리지널 종이를 줄 테니 복사를 하고 돌려 줘요. 내가 특별히 빌려주는 거니."
" 아, 감사합니다. "
우리는 근처 복사집으로 가서 필요한 서류들을 복사하고, 미리 신청서도 작성해서 이제는 흠 잡을 틈도 없이 완벽하게 서류들을 만들어 갔다. 다시 차례를 기다려 들어 가니, 영사가 서류들을 검토 하더니 11시까지 비자 받으러 오라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우리를 열받게 만든 영사의 한 마디.
"비서~~ 우리 신청서 다 떨어졌으니까 30장만 복사해 놓으세요"
그렇다. 영사관 안에는 복사기가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돌려 비서를 보니 복사기 앞에 서서 복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국처럼 비자비를 내는 나라 사람에게는 신청서를 주고, 우리처럼 비자비를 내지 않는 나라 사람에게는 신청서 종이 한 장도 주지 않는다. 일부러 우리 들으라는 듯이 우리 있는데서 복사해 놓으라는 소리를 한 걸 보면, 우리를 약오르게 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했다. 푸노 영사 듣던 대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_-+
우리는 얼른 다시 숙소로 가 짐정리를 해야 한다. 11시 체크 아웃이기 때문에 시간 맞춰 하지 않으면 까칠한 숙소 청년이 뭔 소리를 할 지 모른다. 암튼 푸노, 다 좋은데 볼리비아 영사와 우리 숙소 청년 둘만 밉상이다.
숙소로 돌아와 계산을 하는데, 102 솔레스가 나와 200 솔레스를 냈더니 거스름돈 없다고 신경질이다. 보통 다른 주인들 같으면 자기가 돈을 바꿔 오겠다고 하며 나가는데, 이 청년은… 나에게 잔돈 있으면서 안 주는게 아니냐고 의심까지 하다, 네 친구들도 잔돈이 하나도 없는게 이상하단다. 내가 잔돈을 숨겨놓고 안 주는 것도 아닌데… 결국 지갑을 다 까서 보여줘도 궁시렁 하다 30분을 더 기다리라고 한다. 우린 빨리 나가야 하니까 지금 잔돈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니 지금 못 준다고 해 유치하게 한 말 또 하면서 그 청년과 작은 말싸움을 했다. 결국 곰곰오빠의 중재로 오빠가 가진 1솔을 주고는 101솔만 받기로 하고 끝냈다. 에잇!! 숙소 청년과 영사 아저씨. 푸노의 물을 흐리는 사람들.
다시 볼리비아 영사관으로 비자를 찾으러 갔더니, 비자가 있는 면을 다시 복사집에 가서 복사 해 오라고 한다. 복사기도 있으면서 계속 우리보고 시킨다. 그래도 분란을 만들기 싫어 복사도 해다 주고 인사치례로 고맙다는 말도 하고는 영사관을 나왔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볼리비아 비자 받기에 성공~~~~~~~~~~~~~~~~~~~ 예이~~~~~~~~~~~~~!!!!!!!!!!!!!!!!!!!!!!!!!!!!!!!!!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빨리 볼리비아로 넘어가자꾸나~~ 우린 페루에서의 마지막 점심으로 치파를 먹었다. 백배에서 추천한 치파로 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탕수육 맛과 비슷한 cinco sabores, 세뇨리따가 추천한 치킨롤, 모두 모두 맛있었다. 크큭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돈만 인출해서 볼리비아로 넘어 가면 된다. 볼리비아에서는 크고 작은 ATM사고가 많아서 미리 필요한 US 달러를 인출해서 가려고 한다. 두 명이서 약 US1,000면 되지 않을까? 아침에 팬더 형이 120만원을 보냈다고 했으니, 가서 찾으면 되겠다.
쿠스코에서의 사건을 떠올리며 주의를 살피며 은행 ATM에 당도. 그런데 돈이 뽑히지 않는다. 잔액 조회를 해 보니, 470 솔레스를 더 뽑을 수 있다고 나온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돈 보냈다고 통화까지 했는데… 이게 뭘까??
우리 때문에 곰곰오빠 스케쥴까지 어긋나는 것 같아 상의 하에 오빠는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에 먼저 가고 우린 돈이 확인 되는 대로 볼리비아로 넘어가기로 했다. 버스 터미널에 오빠를 데려다 주러 가는 데 마침 만난 호객꾼 아저씨. 35솔레스에 괜찮은 숙소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오빠를 보낸 뒤 우린 그 아저씨를 따라 숙소에 왔다. 어제 숙소와 같은 금액인데, 여긴 침대도 넓고 화장실도 딸려 있고 조금 덜 춥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밉상 총각이 없어 이 곳으로 고민 없이 결정!!
짐을 풀고, 우리은행 인터넷 뱅킹에 접속 해 거래 내역을 보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팬더 형아가 120만원이 아닌 120원을 송금했던 것. 헉…………… 어쩐지. 오히려 잔액조회를 한 수수료가 팬더 형아가 보낸 금액보다 크다. 결국은 팬더 형아가 일어날 때가지 기다렸다 다시 돈을 받는 수 밖에 없다.
<증거 자료.......ㅠㅠ 울고.......하지만 웃는다 ㅋㄷㅋㄷㅋㄷㄷ>
이제 모든 비밀이 풀리니, 조금은 속이 시원하다. 남은 페루 돈에서 기름 넣을 돈을 빼니 약 80 솔레스. 이걸로 마지막 만찬이나 즐기자 싶어 다시 페루의 중앙 거리로 나섰다. 뭘 먹을까? 여기 저기 음식점들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우리 눈에 들어 온 예쁜 기념품들. 결국 마지막 만찬은 취소되고 벽걸이용 뜨개질 제품 2개와 팬더 옆으로 매는 가방, 기념 핀 등을 구입하니 로컬 식당에서 밥 먹을 돈마저 없어졌다.
결국 숙소에서 물 끓이개와 밥통을 이용해 라면을 끓여 먹었지만, 기념품들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 진다. 아, 우리도 내일이면 볼리비아로 간다~ 으헤헷
PS. 와라스에서 설산에 다녀온 뒤 팬더 엄지 발톱 안쪽으로 생긴 고름과 상처. 자연치유가 될 거라 믿었지만 아직까지도 아프다고 한다. 결국 소염제를 사다 먹고 후시딘을 열심히 바르고는 있는데, 언제 나을 련지… (스페인어로 소염제는 antiinflamatorio 라고 합니다.)
:: 페루 편이 끝났습니다. 으흣. 볼리비아를 지나 아르헨티나에 온지 3개월이 지나서 업댓을 마무리하네요.
분발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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