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8 Mon 2010
왠지 하루 더 뒹구르르 하며 쉬고 싶은 유혹이 들었으나 이동에 박차를 가해 푸노로 이동을 한다.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마을로 유명한 푸노.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티티카카 호수라 살짝 기대가 된다.
벌써 2 번째 지나는 길이라 익숙해야 하는데도 상행선과 하행선 풍경이 달라 전혀 새로운 곳을 지나는 기분이다. 곰곰오빠는 어깨 디스크가 더 심해졌는지, 통증을 호소하며 뒷좌석에서 죽은 듯이 잠을 잔다. 꼭 동면하는 진짜 곰곰이 같다.
작은 마을에 들러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데 식당 벽에 마이클잭슨 포스터 옆에 익숙한 얼굴인 권상우와 최지우가 회전목마에 올라 탄 '천국의 계단' 포스터도 사이 좋게 붙어 있다. 얼마 전에는 TV에서 나오는 '이브에 모든 것' 드라마도 봤는데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좋나 보다.
엄마 일을 도와주는 꼬마 여자아이 모습에서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이를 물어 보니 9살 이라는데, 수줍어 하는 모습이 귀엽다.
계속 달려 푸노에 도착하니 어느 덧 해가 저물어 간다. 호수를 끼고 형성된 마을이 꼭 바닷가 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동네 주민들은 약간 촌스러운 듯 순박한 느낌을 주는 게, 페루 북부의 사납고 진취적인 사람들과는 사뭇 딴 판이다.
론니 플래닛에서 본 숙소(El Manzano)에 차를 대 놓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침 포함해 3인실 51 솔레스 라고 한다.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론니에 나온 가격과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니 비싸게 느껴진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조금만 깎아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비싸면 딴 데 가란다. -_-+ 까칠하기는… 그래서 인터넷 사용에 대해 물어봤더니 10시가 넘으면 공유기를 꺼 버려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난 한국과 시차가 너무 많이 나서 그러니, 인터넷을 조금 더 길게 사용할 수 없겠냐 물어보니, 택시타고 센트로 가서 인터넷방 다녀 오란다. -_-+ 청년이 너무 까칠해서 이야기 하기가 싫어 진다. 서비스업을 한다는 자각이 있는 건지. 내가 호텔에서 일할 땐 무조건 손님과 싸우는 건 절대로 허용이 되지 않았는데… 그 청년이 너무 까칠하게 이야기를 해서, 난 그냥 질문한 것 뿐인데 왜 그러냐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대답한 것 뿐이라고 맞받아 친다. 그래, 말을 말자. 그러더니 맘에 안 들면 호스텔 옮기라고 또 얘기를 한다. 옮기기도 귀찮아 됐다고 하고 방으로 들어 오는데, 호스텔에 정이 떨어진다. 조금만 더 날 밝을 때 도착 했어도 발품 팔아 다른 호스텔로 가는 건데… 론니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져 간다. 이 세상에 어떠한 가이드북도 전부 신뢰할 것은 못 된다.
방으로 들어 와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저녁으로 때우고 인터넷을 하기 위해 각자의 컴퓨터를 동시에 펼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곰곰오빠 컴퓨터만 연결이 안 된다. 왜 그럴까? 한국에 컴퓨터 잘 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 물어봐도,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공유기가 꺼질 때까지 오빠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아이팟으로만 답답하게 인터넷을 해야 했다.
내일은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 다녀야 할 것 같다. 우선 병원에 가서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고,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 볼리비아 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쿠스코에서는 비자 받기가 쉽다던데, 푸노에서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 된다 +_+
PS. 날씨가 너무너무 춥다. 3,800m 고산 때문인지, 몸이 꽁꽁 얼어 버릴 정도의 이 추위는 참 오랜만이다. 덜덜덜~ 담요 6개는 겹쳐 덮어야 살 것 같다.
'남미(South America) > Peru' 카테고리의 다른 글
[Puno] 볼리비아 비자 획득 ! 그러나…. (0) | 2010.10.07 |
---|---|
[Puno] 갈대를 엮어 만든 인공 섬 우로스, 티티카카 (0) | 2010.10.07 |
[cuzco] 만남, 그리고 이별 (0) | 2010.10.05 |
[Macchu Picchu] 꿈에 그리던 마추픽추에 서다 (0) | 2010.10.05 |
[cuzco ~ Aguas calientes] 위조지폐 사건~ 덜덜덜~ (0) | 2010.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