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 05 Fri ]
8시부터 10시까지 제공되는 아침 식사 시간에 늦을까 싶어, 부리나케 달려 나오니 아직 식사 중이다. 간단한 바게트 빵과 버터, 커피와 차가 전부인 단촐한 아침 식사. 이런 아침 식사로, 아침 포함 되어 있다고 그렇게 생색을 내다니… 에헴!! 아침 식사 중 쇼킹했던 일은…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청년이 주인 아저씨에게 버터 좀 더 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신경질을 내면서 여기서 점심까지 먹지 말라고 했던 말이다. 헉… 단지 버터 조금 더 달라고 했을 뿐인데 저렇게 무안을 주다니. 옆에 앉아 있던 나도 민망해진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난 샤워를 하러 들어 갔다. 몇 일만에 샤워를 하는 거라 신나게 들어간 순간… 어제 팬더가 샤워하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 났다. 역시나 뜨거운 물과 찬 물이 교대로 나오는 탓에 샤워에 집중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재빨리 씻고는 오늘 체크아웃 할 껄… 아까워라.
방 안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는데 주인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언뜻 들으니, 우리가 인터넷 많이 쓴다고 흉 보는 듯 했다. 에잇, 점점 맘에 안 드는 이 곳. 제 멋대로 10페소를 올려 버린 탓에 40페소인 줄 알고 왔다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이 곳, 다른 침대에 앉거나 물건을 올려 놓으면 10달러 받는다고 침대 하나 하나 팻말을 올려 두는 이 곳, 아침 식사 시 버터 조금 더 달라면 점심까지 여기서 먹지 말라고 눈치 주는 이 곳, 샤워할 땐 뜨거운 물이 제대로 안 나오는 이 곳, 방엔 난방도 해 주지 않아 침낭 없이 자기엔 너무 추운 이 곳. 에잇 게다가 갑자기 아저씨가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아저씨 스스로가 선을 뺀 것 같았지만, 그냥 추측은 추측으로 두고, 우린 외출을 하기로 했다. 불편한 호스텔을 피해 우수아이아 시내로 외출이닷!
<비추 호스텔....에잇~~~!!>
<아침 식사는 20분간만....ㅋㅋㅋㅋㅋㅋ 하라시네요>
<이렇게 까지 쓸 필요가.....뭐 그만큼 규칙 어기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인가요??>
*****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지금 우리가 있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51,485 KM ...달렸습니다. 물론 아직 돌아가야 할 길도 있지만요.>
으릉이를 타고, 항구에 가서 잘 모셔다 놓고(항구 쪽 주차장이 공짜로 널널하다 ^-^) 우린 시내를 어슬렁 어슬렁 해 본다. 그런데 아이고 춥다.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우수아이아인데 너무 우습게 봤나 보다. 춥다 춥다 춥다~ 우선 여행사로 가 본다. 팬더는 아직도 남극투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조금 더 투어 정보를 수집해 보기를 원했다.
'Last minute' 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서, 내일 당장 출발하는 남극 투어를 알아봤더니 3,150달러. 두 명이면 6,300달러 10일 동안 725만원을 쓰는 셈이다. 하루에 72만원 꼴. 우와 비싸다. 난 가격 때문인지, 쉽게 포기가 됐었는데 팬더는 여기 우수아이아까지 와서 포기하자니 너무 분한가 보다. 난 팬더 혼자 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혼자 가면 재미없다고 안 간다고 한다. 이긍~ 당장에 둘이 같이 갈 돈은 없고, 그렇다고 혼자도 안 간다고 하니… 속상하다. 그 김모씨가 일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갑자기 그 사람도 미워지고, 가지도 않을 남극에 간다고 남극신고서 까지 쓰고 국제 등기우편 붙인 돈도 아깝고, 돈 보내 주기로 해 놓고 보내 주지도 않는 무책임한 그 사람 자체도 참 싫다. 저렇게 무책임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우수아이아 시내 길>
기운 빠진 우리 둘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여기 저기 둘러 보고 다녔으나… 생각 보다 식당 가격이 꽤나 비싸다. 고민하다 구석에 있는 핏자 가게로 들어 섰다. 그 곳은 L 사이즈 핏자가 30페소 정도로 그 근방에선 가장 저렴한 메뉴였다. 핏자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주문 해서 식사를 하자,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의 일정 문제를 조금 더 고민 해 본다. 남미를 조금 더 살펴 보고 갈 것인지? 아님 다른 대륙을 갈 것인지? 아님 한국을 조금 더 일찍 들어갈 것인지? 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인 브라질을 더 찬찬히 살펴보고 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이집트, 홍해에서 다이빙을 해 보고 싶기도 하고, 일찍 한국으로 가서 계절학기를 들어야 할 것도 같고 굉장히 복합적인 심정이다.
<얼굴은 밝게...머리는 무겁게.. ㅠㅠ>
<이 치츠 피자가 맘을 좀 녹여주네요>
식당을 나와 우린 Fin del mundo(세상의 끝) 박물관으로 향했다. 학생할인 받아 입장료는 일인당 15페소. 전시수준에 비해 굉장히 비싼 가격이다. 작은 규모의 박물관은 우수아이아의 사람들이란 주제로 꾸며져 있었다. 처음에 살았던 원주민, 선교활동을 왔던 선교사들, 그리고 마젤란 등의 사람들, 또 이 곳 감옥으로 보내졌던 죄수들, 난파한 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 등등등 이 곳의 역사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박물관을 나오는 통로에 놓인 방명록을 들쳐 보니, 낯 익은 한글이 눈에 띈다. 근영이가 그렇게 와 보고 싶어 했던 우수아이아라는 대목에서 빵 터졌다. '신데렐라 언니' 라는 드라마에서 문근영과 천정명이 꼭 가기로 약속했던 우리 나라와 엄청 먼 이 땅 우수아이아에, 그 둘 대신 우리가 와 있다. ^^
<중국 특별 전시관에서 본 팬더^^:>
<박물관에 남긴 방명록. 으릉아 고마워~>
항구 근처 수 많은 여행사 사무실이 있는데, 그 중 한 군데에서 우린 내일 출발하는 비글해협 투어를 신청했다. 약 6시간 짜리 항해인데, 바다표범이 사는 섬을 지나, 등대를 지나, 펭귄들이 사는 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투어인데, 아침 투어와 오후 투어 중 오후 투어를 선택했다. 오후에 가야 더 많은 펭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말 때문이다. 실제로 펭귄은 낮에 물고기 사냥을 갔다가 저녁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오후에 가야 더 많은 펭귄을 볼 수 있다. 정가는 1인당 235페소 였으나 조금 할인 받아서 1인당 200페소씩에 구입!!
투어 회사에서 준 쿠폰을 가지고 공짜 핫초코를 준다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깔끔한 수제 초콜릿 집엔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기가 망설여 졌으나, 이왕 받은 쿠폰을 서 보자는 생각에 들어가서 쿠폰을 들이 밀었더니, 다른 먹을 것은 안 먹느냐고 묻는다. 그럼, 브라우니를 하나 먹어 볼까 해서 브라우니를 선택했더니… 브라우니 하나에 18페소란다. 아무래도 이 쿠폰을 들고 온 사람들에겐 가격을 더 받는 것 같았다. 종업원이 가격을 모를 리 없는데 내가 가격을 물어 보니, 주인 아주머니께 한 번 가격을 확인한 후에야 가격을 알려주는걸 보니 말이다. 그래도 핫초코 두 잔과 브라우니 하나에 18페소면 저렴하다. 대신 맛 없는 브라우니에 맛 없는 핫초코지만… 오랜만에 커피숍에 온 분위기 냈으니, 이 정도면 됐다! ^^
커피숍을 나와 우리가 찾은 곳은 기념품 샵. 투어회사에서 기념품 샵에 가면 지도를 무료로 준다고 했으니, 그 지도도 받을 겸 우리가 수집하는 핀도 구입할 겸 이다. 예쁜 우수아이아 기념 핀 하나와 세계지도가 그려진 골프공 하나를 구입했다. 참 기념품도 다양하게 구입하는 우리들^^
<저. 붉은 배가 아마 남극가는 크루즈일 겁니다.>
호스텔에 들어 가기 전, 슈퍼에 들러 장을 본다. 몇 일 동안 먹을 만큼의 식량만 구입해야 한다. 분명히 칠레 국경 넘을 때 야채나 고기는 뺏길 테니. 귤, 사과, 배, 계란, 소시지, 고구마, 양파, 우유, 칫솔 등을 구입 했다. 매번 마트에 올 때마다 가격비교를 하는 우리들~ 이것도 습관이다.
내일 체크아웃을 하는 우리들은 미리 음식들을 충분히 만들어 놓기로 했다. 도시락용으로 밥을 하고, 짜장을 만들고, 소시지를 계란에 입혀서 부쳐 놓고, 오늘 저녁으로는 파스타를 먹는다. 요즘 들어 자주 먹지만 질리지 않는 파스타가 참 맛있다.
옆에 있는 이스라엘 여자들에게 군대에 대해 물어 봤더니, 이스라엘은 여자들도 군대를 2년씩 간다고 한다. 남자들은 3년씩 다녀오고. 더 자세한 걸 물어 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군대에 대해 너무 많은 질문들을 받아 지겨울 까봐 참았다.
우리와 같이 방을 쓰는 커플은 독일-남아공 커플이었는데, 주로 영어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독일녀의 영어 실력이 완벽했다. 여기까지 캐나다에서부터 차를 타고 내려왔다고 하니, 우리 여행을 살짝 부러워 하는 눈치 였다. 그들도 이 호스텔이 맘에 들지 않아 하는 듯 했다. 다운타운과 위치가 너무 멀어서 고민하다, 내일 호스텔을 옮긴다고 했다. 역시, 모두에게 불편한 호스텔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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