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30 Mon 2010
남미사랑 주방에 모여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문득 "우리 월남쌈 한 번 해 먹을까요?" 라는 제안이 튀어 나왔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좋다고 하고. 그럼 덩헌/멜라니/한규/팬더/토끼/소정/윤정/ 원선 이렇게 8인분을 준비하면 되겠지. 좋았어! 그럼 내일 저녁은 월남쌈으로 결정. 말이 나온 김에 미리 장을 보자는 의견에 따라 까르푸에 가서 이것 저것 장을 보러 우르르 몰려 갔다. 파인애플, 버섯, 당근, 양상추, 피망, 계란, 토마토, 오이, 고기, 아보카도 등을 구입. 냉장고에 잘 모셔 두고~ 나갈 준비를 슬슬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한 밀롱가. 어제 산텔모 시장 도레고 광장 근처에서 오케스트라를 열었던 팀인데, 어제 CD 두 장을 사자 오늘 공연하는 밀롱가에 한 사람이 입장할 수 있는 무료 티켓 한 장을 준 것이다. 그래서 우린 한 명 분의 입장료만 내면 되니 오늘 겸사 겸사 밀롱가 외출을 하기로 한 것이다.
10시 반. 우리 둘, 그리고 소정과 윤정언니, 우리들은 페루 거리 570번지를 향해 걷는다. 산텔모 지구는 지금 있는 남미사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살짝 걸어가면 된다. 11시가 되기 전 우린 밀롱가에 도착 했고, 3명 분의 입장료 (1인당 20페소)를 내고 입장. 그런데 좋은 자리는 이미 꽉 차 있거나 예약된 곳이라는 푯말이 놓여 있어 당황스럽다. 어쩌지? 일하는 청년에게 물어 보자 저 구석 자리에 앉으라는데… ㅠ 우리가 내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예약석 푯말을 치워 주며 이 곳에 앉으라고 한다. 아싸~ 신난다. 앞자리다~ 춤추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초밀접 앞자리!! 뭐, 우린 춤도 추지 않을 테니, 앞자리에 앉아서 남들 춤 구경 하는 게 좋다.
메뉴판을 받아보니, 오! 저렴한 술 값. 와인 한 병에 25페소 정도로 저렴하다. 난 물 한 병, 팬더는 아무 것도 안 먹겠다고 해서, 우리의 총 음료 값은 6페소. 오늘 참 싸게 잘 논다. ^^
앞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의 춤을 구경하는데, 와우~ 춤 솜씨들이 다들 훌륭하다. 꼭 크리스탈 선생님이 다섯 명쯤 와 있는 것 같은…? 다들 각자 다른 스타일로, 각자 다른 템포로, 각자 다른 느낌으로, 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Que lindo!
특히나 꼬라손으로 춤을 추는 듯한 한 세뇨리따에게 우리 모두 꽂혔다. 나폴 나폴 나비 같이 부드러운 몸 움직임, 그리고 상대방을 마음을 읽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몸 짓, 아무튼 모든 게 아름다웠다. 옆에서 윤정언니는 그 세뇨리따가 입은 옷도 맘에 드는지, 알라딘 바지와 운동화를 꼭 사고 싶다고 몇 번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한다.
따라라~!! 드디어 공연 시간. 11시 공연이라고 했지만, 뭐 뽀르떼뇨들이 언제 시간 지키는 거 봤어? ㅋ 그냥 대충 11시 쯤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익숙한 얼굴들이 나와서 어제와 같이 공연을 시작 한다. 길거리에서 들을 때 보다, 더 부드럽게 마음을 파고 드는 음악들, 그리고 그 음악에 하나 둘 무대로 나와 춤을 추는 밀롱게로 들. 아~ 부에노스에 냄새가 물씬 나는 오늘 밤! 조오타아~
크리스탈 선생님은 사람들을 춤 추게 만드는 오케스트라가 좋은 땅고 오케스트라 라고 했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이 팀은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다. 많은 사람들을 춤 추게 만드는 음악들을 연주 해 낸다. 그렇게 하나 하나 음악을 풀어 내더니, 마침내 마지막 곡이 끝나고 무대 뒤로 들어 가는 그들. 그런데 짝!짝!짝! 짝! 짝! 엥콜을 원하는 관객들의 박수소리다. 잠시 후, 악기를 모두 들고 뒤로 퇴장했던 단원들이 다시 나와 인사를 하고 마지막 앵콜 곡을 연주 한다. 다시 나올거면 악기도 두고 나가지… 무겁게 왜 들고 나갔데~ ^^
신나는 기분으로 춤 추러 나간 사람들은, 얼어 버렸으니… 바로 앵콜 곡 때문이다. 실험정신 강한 곡으로 꼭 유령의 신부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곡으로 연주하는 덕에… "끼익 끼익~" 다들 춤 추면서도 순간 멈칫하는 것이다. 아이코~ 다신 앵콜 안 해야지. 무섭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나고, 우린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이미 공연도 봤으니 나가서 뿌에르또 마데로 밤 거리를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나가는 길에 단원들이 있길래, 물어 봤더니 월/수에 이 곳에 나와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일요일에 보고 좋아서 한 번 더 보러 왔다고 하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는 단원들^^ 나중에 또 놀러 올께요~
밖으로 나가자, 뚝뚝~ 비가 오기 시작 한다. 갑자기 시작 되는 갈등, 그냥 비 맞고 걸어 갈까?, 그냥 택시타고 뿌에르또 마데로까지 갈까?, 아님 택시타고 집에 돌아갈까? 토의 끝에 살살 오는 가랑비라 걸어 가 보기로 했다.
쭉쭉쭉 걸어 가다, 작은 길이 나오면 큰 길로 큰 길로만 택해 걸었다. 혹시나… 무서워서!! 그런데 저 멀리서 보이는 맥도날드 간판. 다들 배가 출출하다고 해서, 맥도날드로 가 보니 매장은 닫혀 있고 불만 켜져 있었던 것이다. 다들 속았다고 툴툴 대면서 다시 뿌에르또 마데로를 향해 출발이다.
어두워서 물이 깨끗한 지, 더러운 지 모르겠다. 그래도 은은한 조명이 물에 비치면서 어딘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 모두 너무 좋다면서 걸어 가는 데, 동의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윤정언니. 우리 나라 한강이 훨씬 예쁘다며, 이 곳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이었다. 한강은 한강이고, 여긴 여기지 뭐.
강가에 쭈르륵 서 있는 빌딩, 그리고 아파트들. 예전에 호주 멜번에서 살던 집 뒷 쪽에도 야라강이 흘러서 항상 많은 사람들이 조깅하곤 했었는데, 문득 스치듯 생각 나는 호주.
크게 뿌에르또 마데로를 한 바퀴 돌아 산책하고, 돌아 오는 길에는 택시를 잡았다. 9페소. 오늘 저렴하게 참 잘 놀았구나. ^^ 헤헤~ 지금까지 간 밀롱가 중 가장 맘에 든 밀롱가. 그런데 밀롱가 이름은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깝고 새로운 밀롱가 발굴을 한 뿌듯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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