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3 Wed 2010
아침에 일어나 신용카드로 기차표 예약하기 성공! 아무래도 밤이 늦어 전산이 닫혀서 잘 되지 않았나 보다. 오늘은 맘 먹은 대로 기념품 쇼핑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알파카 목도리. 털의 종류와 모양, 색상이 다른 종류별로 약 40개의 목도리를 구입했다. ^^V 그리고 그저께 봐 두었던 그 상점에서 판초 모양 아기 옷도 색깔 별로 3개 구입, 빌 할아버지와 메리 할머니의 선물인 노트북도 하나 구입. 그 많은 기념품들을 다 사고 나니 수중에 동전 한닢도 남지 않았고, 두 손만 무거워 졌다. 내일 있을 인티라이미(태양의 축제) 전야제로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차서 무거운 짐들을 들고 수 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걸으니 조금만 걸어도 가벼운 고산병 증세가 와서 금방이라도 주저 앉고만 싶었다.
우선은 숙소에 가서 짐들을 놓고 정리를 하고 다시 나와서 현금을 뽑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 길도 잃어서 몇 번을 헤매고야 천신만고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기운이 쫙 쫙 빠진다. 잠시 쉬다 보니 쿠스코 시내에서 갈라진 세민이와 곰곰오빠도 들어 온다. 다들 엄청난 인파 탓에 기운이 소진된 게 틀림 없다.
<우리 맘에 딱 들었던 목도리. 나름 알파카 털이라는데...과연 몇 %가 섞였을까...>
<곰곰이와 붉은 목도리 ㅋㄷㅋㄷㅋㄷ 불곰이닷 ㅋㅋ>
<로꼬똥~! 고추 안에 야채를 넣어서 튀긴 음식.>
한 번 숙소에 들어 오니 다시 나가기가 귀찮고 싫어 진다. 그래도 당장 수중에 1센띠모도 없으니 답답해져 현금인출도 할 겸 다시 밖으로 털레 털레 나가 본다. 가는 길 책에서만 보던 12각돌도 운 좋게 구경을 하고 아름다운 쿠스코 거리를 따라 걸으니 아까 피곤하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두둥실 기분이 좋아 진다. 헤헷~
<우리 숙소의 DVD 방. 천장 이쁘다~! 나중에 방을 이렇게 꾸미면 좋을듯..>
<12각 돌. 빈틈이 없는 잉카인들이 만든 이 돌. 힘을 잘 분산 하게 끔 설계 되어졌다고 합니다.>
<대 성당 앞 광장에는 이미 퍼레이드가 펼쳐 졌습니다.>
<마침 렌즈 필터가 필요해서 찾아보니, 가격이 2만 5천원 수준. 가게에 따라서 6만원쯤 하기도 한다.>
이젠 인출을 하고는 집에 가야지~ 그런데 ATM은 큰 길을 따라 있는데 축제 전야제로 큰 길은 한 발자국 내딛기도 힘들게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을 뚫고 은행으로 가 700 솔레스 (약 30만원)와 US200(약 26만원)를 뽑고 지갑에 돈을 넣은 뒤 은행을 빠져 나왔다.
한 블록도 가지 않았을 때, 갑자기 왠 사내 두 명이 앞을 가로 막고는 "Despacio"(천천히) 라고 크게 소리친다. 축제 참가자인지 전통의상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도배 한 걸 보니 축제 관련 스태프 같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 두 사내는 세게 우리 어깨를 부딪힌다. 뭐야~ -_- 싶었는데 갑자기 거의 동시에 누군가 팬더에게 과자 부스러기 등 잡다한 무언가를 한 움큰을 집어 던진다. 이건 이 축제 전통인가? -_-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팬더 주머니를 뒤에서 뒤졌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가 꽉 잡아서 다행히 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한다. 히유~ 큰 일 날뻔 했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앞을 가로막던 전통옷 입은 사내와 과자 등을 집어던진 사람, 그리고 주머니를 뒤진 사람 모두가 한 패인 5인조 소매치기 였다. 아마 ATM 에서 부터 우리를 따라왔나 보다. 그래도 주머니를 꽉 잡아서 당하지는 않았구나 하며 안심 하는데…
주머니 한 개가 열려 있다. 헉. 지갑 두 개중 돈이 거의 없는 지갑에는 손도 대지 않고, 갓 뽑은 현금과 신용카드, 현금카드가 잔뜩 들어 있는 중요한 지갑만 쏙 빼간 것이다. 팬더 주머니에 지갑 2개, 외장하드1 등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서 다른 것들을 지키느라 정작 제일 중요한 지갑이 도난 당하는 건 몰랐던 것이다. 아~~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도 이렇게 당하다니. 분하다. 그 5인조 중 전통옷 입은 사내 얼굴도 똑똑히 봤고 과자 던질 땐 수상하다 싶어 특별히 주의까지 했는데도 너무나 빠르게 순식간에 당해 버렸다. 사람 많은 날이라 번잡스러울까봐 가방도 안 들고 오고 주머니에 넣었는데도 이럴 줄이야. 젠장.
돈 보다도 필요한 신용카드와 현금카드가 다 도둑 맞아서 그게 더 힘들다. 도난 신고도 해야 하고 이제부터는 다른 은행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은행 시스템도 다 새로 셋팅 해야 한다. 인터넷도 느린 이 곳에서 그 모든 일을 다 하려면… 속상하다.
페루.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오래 머물게 된 페루. 하지만 그만큼 페루 사람들은 우리에게 시련을 준다. 페루 입국 하자마자 돈 밝히는 경찰들 때문에 엄청 시달렸고, 만꼬라 에서는 신호등에 잠시 정차한 우리 차 유리를 폭력적으로 치고 달아난 10대 소년 때문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또, 아레끼파에서는 호스텔 앞에 잠시 세워둔 차 옆 거울을 산산 조각 내 버려서 속상하게 했었다. 그리고 오늘은 축제 전야제 날, 5인조 전문 소매치기에 당했다. 콜롬비아 카니발 때는 어린 아이들이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지만, 오늘은 나이도 30대는 훌쩍 넘은 전문 소매치기단에 당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당한 우리가 바보 같기도 하고, 마침 축제 때 돈이 똑 떨어진 상황 탓도 해 보고… 이렇게 쉽게 없어질 돈이었으면 물건 값 깎지나 말고 달라는 대로 다 줄걸… 하는 쓸데 없는 생각까지 다 하게 된다. 그래도 뭐 달라지는 상황은 없다.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은 아는데… 알아도 마음 정리가 쉽지 않다.
곰곰오빠가 정성스럽게 만든 김밥을 먹자, 마음이 조금 누그러 진다. 그리고 예전 '내 마음 바로보기' 라는 교양 수업에서 배운 명상도 도움이 된다.
뭐, 또 한번의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다. 예전 캐나다에 살 때, 영어 과외 선생님이던 그레이스 할머니가 해 준 말이다. 캐나다 생활에 처음이라 많이 몰랐던 것들 땜에 고생도 많이 하고 손해도 많이 보는 것들을 우리가 하소연하면 인자한 얼굴로 항상 해 주던 말. "That's a very expensive lesson" 그래, 이게 뭐 큰 일이라고. 조금 비싸게 인생 수업을 받은 셈이지 뭐. 자 툭툭 털자.
PS. 오늘 산 목도리를 여행용 가방에 넣으니...완전 터지기 직전이다...목도리 40개가 모두 가방 뚜껑쪽의 망에 들어가 버렸다 헤헤헷. ㅋㅋ 이제 다시는 열지 못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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