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늦게 잔 터라, 10시가 다 되 서야 눈을 떴다. 그런데 분주한 바깥소리. 뭐지? 어제, 아사도 먹고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먹고 가라고 아침 일찍부터 아사도 판을 꺼내 불을 지피고 계신다. 최소 6시간을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하는 아사도,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섣불리 시작도 안 하는 게 아사도인데…
저녁으로 먹으려던 아사도를 우리 먹이고 보낸다고 아침부터 시작하셨다. 지금 하면 오후에는 먹고 떠날 수 있다고 하는 말씀이 또 우리를 찡하게 한다. 아저씨 두 분은 아르헨티나에 오래 거주하시는데, 요즘 아르헨티나 경기도 안 좋아서 사업체를 콜롬비아로 옮겨 볼 까 하고 콜롬비아에 잠깐 오셨다고 한다. La33에 머무르시면서 수 많은 여행자들을 보셨을 텐데, 하나 하나 처음 본 여행자처럼 정을 주고 잘 해 주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 만난다는 자체에 질리기도 하는데 항상 처음처럼 잘 해 주시는 아저씨들이 참 순수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가게 되면 꼭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지!!
<우리가 눈도 뜨기 전부터 불 판을 정리하시는 아저씨>
<그리고 아침까지..... ㅠ ㅠ 감사합니다.>
<오늘 들어간 숯의 양도 어마어마 했습니다.>
<드라이기 신공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너무 뜨거워도 안되는 아르헨티나 식 아사도. 정말 따뜻할 정도로 해서 굽습니다.>
<불이 세다며 급기야 승재형님은 옆 집 기와장으로 불을 가리고!!>
<오늘의 고기 모듬.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순대 등등 싹 쓸어왔답니다.>
아사도는 한참 있어야 완성이 된다고 해, 잠깐 사이에 어제 못 간 식물원을 가려고 외출준비를 하는데, 우리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상추 씻을 사람이 필요해, 상추씻기 배 포커가 한 판 더 열리니 참가 준비를 하라는 것. 식물원은 무슨 식물원이냐, ㅋㅋ 우린 다시 테이블에 그대로 앉았다. 팀은 어제처럼 팬더-토끼 / 태경-연희언니 / 성욱오빠 - 승재오빠 / 메데진 유학생 둘 / 이 이렇게 4팀이 되었다.
초반에 피를 흘려서 또 우리가 꼴찌인지 가슴 졸였는데, 다행히 꼴찌는 태경이와 연희언니에게로 돌아 갔다. 연희언니는 상추 씻고, 태경이는 숯 사러 갔다. 이 포커 게임 생각보다 중독이다. 게임 칩을 사용하니 실재감이 들어 더 아슬 아슬 흥미 진진이다.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배팅한다는 그 자체가 재밌다.
<익은 것 부터 하나씩 차례대로 내어 주십니다. >
<그리고 이렇게 간식까지....정말 먹을 복이 터졌습죠!>
그렇게 앉아서 노닥 노닥 거리다 보니, 하나씩 음식들이 차려진다. 처음엔 콜롬비아 스타일 순대, 닭다리, 돼지 등 갈비 등 소고기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 감자튀김까지. 아 맛있다.
생각해 보니, 이젠 술 금지 기간이 끝나 슈퍼에서도 술을 살 수 있다. 우린 마지막 날도 이렇게 멋지게 보내게 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술과 음료수를 사러 가기로 했다.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 그리고 찌개에 필요한 야채들도 사서 돌아가니,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빨리 자리에 앉으라고 하신다. 응??
밥이 다 되었는데도 우리 기다리느라 아직 식사도 시작 안하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우린 밥 먹기 전 단체사진도 한 장 남기고, 식사 시작!! 콜롬비아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한식이다!! 아저씨는 귀한 반찬인 갈치까지 꺼내 구워 주셨다. 많이 먹으라며 밥 그릇에 한 마리씩 올려 주시는데, 우리를 챙겨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만약 우리가 힘 깨나 쓰는 권력자 입장에서 받는 대접이라면 그 마음이 순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여행자들에게 이렇게 대접 해 주시는 마음이라 더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사진 한 장 남겨 뒀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보고 또 볼 수 있으니깐요. ^^>
식사를마친후, 오늘의설거지당번은연희언니가설거지를시작한다. 어제주사위게임으로아사도먹고설거지까지하고가겠단말을지키기위해서. 맥주한잔을하면서호스텔 3층옥상에서바라보는야경이참괜찮다.
우리가지난번갔던빈민촌의불이환하게밝혀져있다. 남들눈에는환하기만한저불빛들. 콜롬비아에는신기하게도주거등급이있다고한다. 1등급부터 5등급까지. 1등급은가장빈민촌, 5등급이가장부촌이라고한다. La33호스텔이있는이곳은 4등급으로부촌에속한다고한다. 4~5등급에사는사람들이가장많은세금을내고 1~2등급에사는사람들은전기세와물세를안내기때문에이늦은시간에도빈민촌의불이환하게켜져있다고한다. 그사람들의속은모르겠지만환하게켜져있는불이그나마 '그래도빛이없이살지는않는구나' 라는생각에위안이된다.
빈민을사회의문제로돌릴것인가, 개인의문제로돌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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