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릉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으니, 우리도 오늘 부터는 메데진 관광을 할 수 있겠다. 메데진의 명물로는 아침에는 케이블카 타기, 저녁에는 모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가 보기, 그리고 근교에는 우리가 이미 다녀 온 구아따뼤의 엘 뼤뇰, 리오 끌라로 등이 있다.
메데진에는 두 개의 케이블카가 있는데 어제 셋은 이미 한 군데에 다녀와서 안 가 본 곳 한 군데를 같이 가기로 했다. 외출 준비를 하고 택시를 잡아 타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간다. (4300페소)
지하철을 타고 케이블 카를 탈 수 있다는 역까지 가서 그 곳에서 갈아 타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공짜란다! 얏호! 일요일이라 그런지, 선거날이라 그런지 암튼 공짜다!!! 공짜!!!
<지하철의 그녀.....무슨 일 일까....>
지하철은 생각보다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깜짝 놀랐다.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는지 모든 게 새 것 같다. 3정거장 정도 가면 종점이고, 그 곳에서 케이블 카를 갈아 탈 수 있다. 그런데 종점에 내렸더니 오늘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다. 오늘 공짜라서 다들 나왔는지, 아니면 선거 하는 날이라 선거하러 왔는지,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줄 서 있는 동양인이라 그런지 또 다시 힐끔 거리는 눈초리가 시작 됐다. 치노~ 치노~ 하면서… 연희언니를 보면서 느끼하게 웃음짓던 남자가 있어 언니와 엮어 주려 했으나 언니의 극구 반대로 무산 되었다.
기다림 끝에 타게 된 케이블 카. 어디 멋진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사는 곳 중간 중간에 역을 만들어 놓아서 그 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케이블 카 이다. 그런데 저렴한 가격에 케이블을 탈 수 있다는 점, 케이블 카를 타면 일명 산동네라 불리는 빈민촌을 안전하게 볼 수 있어서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이다. 빈민촌은 빈민촌이다 보니, 역 중간에 절대 내리지 말고 다시 처음 탔던 역으로 되 돌아오게 한 바퀴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관광객들에게는 권장 사항이다. 약간의 위험 요소도 있기 때문에 오후 4시 이후에는 마을 주민이 아니면 케이블 카를 탈 수 없게 제재를 한다.
케이블 카에서 보이는 마을에는 번듯한 아파트도 있었지만, 점점 산으로 갈 수록 판자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케이블카가 생겨서 다행이지만 예전에는 도로도 없는 저 길을 매일 같이 걸어 다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쓰럽다. 어제 호스텔에서 야경을 볼 때 유난히 반짝이던 산들이 다 이 사람들의 빛 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예쁜 야경의 일부겠지만, 알고 보면 이들의 삶이 담겨져 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의 왕복은 생각보다 꽤 길었다. 나중에는 머리가 띵~ 하며 약간의 멀미도 난다. 드디어 땅을 밟은 우리는 다시 지하철로 갈아 타고 메데진의 도시 중앙부로 향한다.
<케이블 카를 타기 위해 모인 현지인들. 관광객은 거의 없음>
<붉은 벽돌의 메데진을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 둔 것인데 실제로는 관광용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제 한 번 와 본 셋은 우리를 능숙하게 안내 한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곳도 많고, 중간 중간 구걸하는 사람들도 많다. La33 주변은 깔끔한 신도시의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보고타와도 닮아 있는 곳이었다.
배가 고프다는 건의 사항을 받아 들여 근처 식당에서 남자 셋은 밥을 먹고, 언니와 나는 별로 밥 생각이 없어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쌀삐꼰 위에 아이스크림과 씨리얼을 얹은 걸 2개 사와서 먹는다.
밥을 먹고는 근처 보테로 광장까지 걸어서 구경을 하고 잠시 숨을 돌리려 앉아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와 "You speak English?" 라고 묻는다. 우린 서로 아무 대답도 없이 침묵… 몇 일전 만난 빵 녀와 양말 남 때문에 영어 할 줄 아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말 거는 사람을 일단 의심하고 본다. 우리가 대답 없으니 그냥 가는 아저씨. 우리가 너무 경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남미에선 일단 조심하고 보는 게 좋다. 얼마 전에도 같은 관광객이 친한 척 말 걸어 놓고, 알고 보니 사기꾼과 한 패여서 당했던 사건이 5불당에도 보고 되었다. 볼리비아에 가면 가짜 사복경찰을 조심하고, 심지어는 경찰 제복까지 갖춰 입은 사기꾼도 있다니, 경찰도 믿을 게 못 되는 곳이 바로 남미다. 아무튼 조심, 또 조심.
<보테로 광장>
6시에는 선거가 끝나니 그 때부턴 술을 살 수 있겠지? 그러면 마트에 가서 술도 사고, 기념품인 콜롬비아 커피도 사기 위해 근처 엑시토로 갔다. 버드와이져 맥주 한 박스와 메데진 지역 럼 큰 것 한 병과 콜라 2병, 쌀 하나를 공동 카트에 싣고, 각자 필요한 것들도 알아서 구입 했다. 다들 기념품으로 가져 갈 커피를 사지만,우린 팬더 속옷 2개를 구입했다. 화사한 봄 느낌이 나는 하늘색과 노란색 속옷. 팬더가 기뻐하고 있다. ㅋㅋ
계산하려 계산대에 간 순간. 어라. 술은 구입을 못 한다 한다. 내일부터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한다. 선거도 지금 끝났는데 왜 못 사냐고 했더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말에 할 말이 없다. 결국 술을 내려 놓고, 콜라만 사게 되었다.
La33에 돌아 오니, 오늘 돈 걷어서 해물 파전을 만들어 먹는단다. 그럼 우리도 in!! 한 사람당 만 페소 씩 걷어서 재료 사러 출동대가 출동한다. 술 살 수 있는 비밀의 장소를 안다기에 우린 급하게 태경이를 파견 해 술 사는 데 보태라 돈도 조금 쥐어줬다. 어제 우리가 내일 술을 사겠다고 말을 해 두어 그 말을 꼭 지키고 싶었다.
잠시 후, 돌아와 북적 북적 요리를 하시더니 금새 맛있는 해물파전이 다다다다~ 나온다. 먹으면 또 나오고, 먹으면 또 나오고, 앉아서 받아 먹기만 하니 미안하다. 정말 오랜만에 배 터지도록 먹었다. 으하하하~ 그리고는 이어서 설거지 배 포커 게임이 벌어진다. 팬더-토끼 한 팀, 태경- 연희언니 한 팀, 성욱오빠 - 인도바지오빠 한 팀, 큰 아저씨- 작은 아저씨 한 팀이다. 포커 칩을 받아 들고, 어렸을 적 열심히 본 만화를 떠올려 본다. @.@ 어떤 패가 좋은 패였는지도 헷갈리지만, 팬더가 믿음직스런 모습으로 "나만 믿어 손에 물 안 묻히게 해 줄 께." 라고 호언장담 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하면 할 수록 가세가 기울더니 우리가 졌다. OTL 팬더는 이제 와서 물은 묻힐 수도 있지 라며 얼른 설거지 하러 가자고 한다. 지난 번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느꼈지만, 우린 정말 도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어떻게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을까. 정직하게 살아야지.
설거지를 마치자, 또 다른 요리가 만들어져 있다. 돼지 수육. 와~ 오늘 제대로 한국음식의 한을 풀겠구나. 메데진 사람들하고 친해지니, 호스텔 생활이 점점 즐거워 진다. 이래서 이 곳도 또 하나의 늪이라고 했나… 아무튼 오래도록 떠나기 싫은 곳. 메데진 만세!!
PS. 오늘 구입 한, 팬더 속옷 중 하나가 도난방지택이 아직도 붙어 있다. 이걸 어떻게 입지? ;;; 앞으론 물건 살 땐 도난방지택을 떼었는지 꼭 확인해야 겠다.
PS2. 팬더의 허리가 완쾌 되었다. 빨리 회복 되어 다행이다. 에드먼튼 때처럼 회복이 늦게 되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이젠 소포만 오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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