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이다. 5일만에 메데진을 떠나려니 엉덩이가 무거워져 쉽게 안 움직이지만, 가 보자.
항상 일찍 일어나는 승재오빠와 큰 아저씨, 그리고 태경이가 배웅을 해 준다. 아저씨는 우리 으릉이를 보더니, 파라과이에서 잘 하면 US17,000까지 받을 수 있겠다고 귀에 솔깃한 말씀을 해 주신다. 남미에서 스틱이 아닌 오토는 귀하고, 거기다 여기서 흔한 모델이 아니니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아저씨 말 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우리 유럽도 GO GO GO닷!!
승재오빠는 곧 에콰도르에 온다고 하니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태경이는 한국가서 만나고, 아저씨는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인사 드리기로 했다.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니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른다.
어제 승재오빠한테 산 GPS를 실험해 본다. 우리 위치를 구글 맵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단점은 배터리를 많이 먹어서 항상 컨버터로 노트북 전원을 유지시키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마니살레스로 향한다. 오늘 오후에 도착하면 바로 커피 농장 투어를 하고, 그 다음 날에는 깔리로 향하는 일정이다.
마니살레스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작고 구불 구불한 길의 연속이다. 주민들에게 물어 물어 길을 가는데도 , 잘 못 빠져서 다시 되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길이 편도 1차선이기 때문에 추월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앞차가 기름 차, 화물 차 인 경우 속도도 느리고 가까이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추월을 하는데, 차들이 길이가 길고 화물차 여러 대가 연속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또 거기다 길을 구불 구불 해 시야가 확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추월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반대차선의 차들이 추월을 하려고 잘 살피지 않고 불쑥 앞으로 나와서 놀라는 일도 허다 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운전을 하는 운전 팬더가 장하다!!
그런데 갑자기 연희언니 표정이 어둡다. 아침에 먹은 빵이 체했는지, 속이 불편한 것 같다. 우리는 근처 식당에 차를 세우 곤 탄산음료를 하나 사러 갔다. 아주머니께 세븐업(7UP) 있냐고 하니,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븐업 달라고 했더니, 다른 건 필요 없고 그 것만 줄까 물어 본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는 그 사이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아직도 음료수를 줄 생각 안한다. 오잉? 왜 그러지 그냥 갈까.. 고민하는데, 아주머니가 은박지에 싼 두툼한 음식을 내게 내민다. 이거 뭐지?? -_- 난 음료수 달라고 했는데, 이건 뭘까?? 순간 멈칫 했는데 아주머니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돼지고기 달라며?" 라고 말한다. "난 음료수 달라고 했는데요" 하자,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내가 발음 한 '세븐업'과 스페인어의 돼지고기 '세르도'가 비슷하게 들려 서로 오해를 가져 온 것이다. 식당에서 밥 먹던 다른 사람들까지도 웃음을 터트리며 흥미롭게 우리들을 바라 본다. 이 모든 과정 끝에 받아 든 음료수 ㅋ 연희언니에게 응급처치 한 후, 작은 식당을 떠난다. 잘 가라고 모든 사람들이 같이 인사 해주는 콜롬비아. 챠우~~ (안녕~~)
<이렇게 트럭들이 쉴 수 있게 식당들이 곳곳에 있답니다.>
12시쯤 되, 배가 고프기도 하고 운전도 좀 쉬었다 해야 하니 점심을 먹으러 경치 좋은 식당으로 들어 갔다. 우리는 강을 볼 수 있는 전망석에 일렬로 쪼르륵 앉아서 점심메뉴 + 과일 주스까지 하나씩 주문했다. 주문 받자 마자 오픈 되어 있는 주방에서 취이이이익~~ 소리와 함께 철판에 고기를 구워 주니, 믿음이 간다. 밥 맛도 GOOD! 전망도 GOOD! 비 오는 날씨라 분위기도 GOOD! 우연히 들어 온 식당인데 참 잘 골랐다 싶다.
<여행 10개월 차 다리 & 15일 차 다리>
식당에서 나온 뒤로는 길이 좋았다. 강을 따라 가는 길이라 차 안에서 바라 보는 전망도 좋았고, 비가 살포시 와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이 낭만적인 분위기도 연출 한다. 그리고 잠시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은은하지만 강한 나무 향기, 풀 향기도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 준다.
마니살레스 마을로 들어서니, 오후 2시가 넘는다. 커피 농장 투어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안심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론리에 나온 커피농장을 찾는데, 꽤 어렵다. 한참을 헤매다 오토바이 아저씨의 도움으로 커피농장 입구까지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콜롬비아 커피카라멜을 손에 쥐어 준다. 이건 우리 나라 사람에게 고맙다고 외국인이 초코파이 쥐어주는 격인가? 그래도 아저씨는 고맙게 받아 든다. :)
갑자기 아까 보다 거세진 빗방울. 우리는 지금 커피농장 투어를 할 수 있는 지 묻자, 우선 앉아서 기다리라고 농장 커피를 한 잔씩 따라 주신다. 벌써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농장투어를 하게 되면 이 곳에서 하룻 밤 자기로 했다.
투어 가격은 스페인어일 경우 14,000페소, 영어일 경우 17,000페소라고 한다. 그리고 숙박은 1인당 35,000페소에 식사를 하게 되면 아침이나 점심은 7,000페소, 저녁은 10,000페소 이다.
오~ 완전 고가의 숙박이다. 그래도 한적한 곳에서 빗소리도 들으며 하루 밤 자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들어 지금 투어를 받고, 저녁을 이 곳에서 먹고, 하루 밤 자고 떠나면 되겠다. 콜롬비아 여행의 끝자락인데 이 정도는 쓰자!!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오늘 밤 투어는 안 된단다. 내일 아침 투어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하는 데 확실치 않다.(비 때문에) 저녁 메뉴에 소, 돼지, 닭만 있고 송어요리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린 송어요리 먹으러 왔는데… 소, 돼지, 닭은 우리도 이제 지겹다.) 방을 둘러 봤는데, 안락한 방이 아니라 도미토리 수준이다(35,000페소/인 씩이면 140,000페소인데 그 돈이면 중급 호텔 값인데, 그 돈 내면서 도미토리에서 자긴 싫다.)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가 한가지도 없다. 우리는 커피농장 투어는 건너 뛰고 바로 다음 마을로 떠나기로 했다. 그래도 농장 커피도 얻어 마시고, 대충 눈으로 훑어 봤으니 큰 미련은 없다.
<마니살레스로 들어서면 일단 가로수가 커피나무일 정도다.>
<글라인더인가요?? 잠시 구경만 하고 갑니다요~>
<싱그러운 풀 냄새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곳. 우리와는 연이 없나봅니다.>
근처 마을인 온천으로 유명한 산타로사. 우린 시간이 없어 건너 뛰어야 겠다. 사실, 예정에는 들어 있었던 곳들인데, 메데진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보내는 바람에 일정이 다 망가져 버렸다. 무서운 늪 메데진. 최후의 순간이 되야지만 벗어날 수 있다는 메데진.
피곤이 몰려 와 대충 숙소를 찾으려고 별 기대 없이 눈에 처음 보이는 호텔에 들어 갔는데, 마음에 쏙 든다. 더 따질 것 없이 당첨. 가격은 아까 커피 농장의 반도 안되고 (60,000페소 - 약 36,000원), 침대도 편하고 수건도 바쓰 타월 + 페이스 타월 두 가지에 비누 + 샴프도 준다. 그리고 주차까지 무료!!
방에 들어 오자 마자, 연희언니는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오전에 체한 속이 금새 괜찮아 졌다고 점심도 가득 채워 먹은 것, 이번엔 점심에 먹은 밥이 체해버렸다. 언니는 한 숨 자겠다고 우리끼리 밥 먹으러 다녀오라고 한다.
언니를 방에 두고 나와서 근처 핏자 집에서 핏자 패밀리사이즈 1개와 감자튀김, 샐러드, 치킨너겟, 음료수, 맥주 등을 사서 호텔로 돌아 왔다. 우리가 나가고 난 뒤 사실 배가 조금 고팠다고 고백하며 연희언니는 우리가 사 온 음식들을 반긴다. 소화 안 될 때는 고기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언니는 파인애플이 들어 간 하와이언 핏자만 먹게 하고 우린 다 먹는다 ㅋㅋ 그리고 남는 음식은 내일 아침으로.. ^^
<콜롬비아에서 본 가장 싸고 좋은 방. !>
<피자 한 판에 반반씩 다른 맛으로 채웠습니다. ^^>
든 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금방 티가 난다고, 태경이 하나 없는 게 금방 티가 난다. 항상 셋이 앉던 뒷자리도 둘이 앉기엔 크다고 한다. 생각난 김에 태경이의 독특한 말투도 우리끼리 흉내 내 본다. 태경이는 새롭게 알게 된 모든 것에 큰 리액션을 취하며 감탄을 하는 모습이 의욕에 넘쳐, 우리는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밌다. 심지어는 본인 대신 태경이 연애문제까지도 걱정 해 준다. 친절한 우리들 ㅋ
태경이 하나 비는 것도 이렇게 티가 나는데, 곧 언니와 오빠까지 비게 되면 엄청난 빈자리가 생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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