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오늘은 일찍 출발하는 날이라 다들 벌써 일어나 갈 준비를 마쳤다. 아침에 오래 씻는 태경이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대단하다. 아침형 인간 태경이.
호텔 근처 과일가게에서 아침으로 먹을 바나나 한 무더기를 구입한 후, 라끼라로 향한다. 악세서리 쇼핑을 즐겨하는 연희언니의 얼굴에선 기대감이 살포시 묻어 난다. 태경이는 바나나 먹고 바로 잠들고, 성욱오빠는 풍경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잠시 후, 우리가 강추 했던 라끼라로 가는 예쁜 초록 목장 길 풍경이 나타난다. 으릉이도 쉬어갈 겸, 풍경 감상도 할 겸 잠시 쉬어 가기로 결정. 차를 세우자 자동으로 태경이도 잠에서 깬다.
반짝 반짝 빛나는 초록의 육지 바다에서 헤엄쳐 노는 젖소들.봐도 봐도 또 봐도 예쁜 이 곳.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이 곳. 너무 좋다!!
갑자기 연희언니는 강아지와 대면을 하더니 서로 짓고 쫓기 놀이에 심취했다.우린 아침 공기 마시며~ 이 순간을 만끽한다. 이른 아침 출발 해,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 여긴 특별한 휴게소라 부를 만한 곳도 없어 대충 세우면 그게 휴게소다.
<낮선 이를 경계하기 시작하는 멍멍이...>
<내가 혼내 주겠어~!!! 멍멍~~!!>
<기싸움에서 밀려서 후퇴~~~~~~~>
<공기 놀이 중 @@>
다시 차에 올라 타 라끼라로 향한다. 길은 산 길을 따라 가서 꼬부랑 꼬부랑~ 성욱오빠는 이 도로가 일반 작은 지방도로라 생각했는데, 나름 큰 메인 도로인 걸 알고 깜짝 놀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길이 좋은 편인데;;
<이 표지판 무슨 뜻일까요???!!!! 1번. 건널목 2번. 소매치기 조심>
10시가 채 되지 않아 라끼라에 도착 했다. 오늘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바나나로 먹은 아침이 부실했는지 벌써 배가 고파와 근처 빵집으로 들어가서 커피와 빵을 주문해 두 번째 아침을 먹는다. 커피5잔 + 빵 여러 개 17,500페소 ( 약 10.500원)
두 번째 아침을 먹고 나니, 기념품 가게들이 하나 둘 씩 문을 연다. 처음엔 다섯이 우르르 몰려 다녔지만 자연스럽게 토끼 +팬더 + 성욱오빠 / 연희언니 + 태경이로 나뉘었다. 우린 12시쯤 마을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잠시 분산했다.
성욱오빠는 가볍게 쓸 여행용 지갑과 냉장고 자석, 작은 기념품 들을 사고 싶어 했다. 몇 군데 돌아다니고 흥정도 해 예쁜 여행용 지갑과 작은 커피잔 미니어처 등을 구입했다. 토끼는 팬더와 세트로 가죽모자와 무지개색 예쁜 가방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사고 싶어 했던 또 다른 체스판을 보여주러 근방에서 가장 퀄리티 높은 기념품 가게로 데려 갔다. 그런데 그 체스판에 성욱오빠도 홀랑~ 빠져 버렸다. 체스 말이 코코넛 나무 열매로 만들어졌는데 '식물계의 상아'라고 불릴 정도로 단단하고 곱게 생겼다. 그리고 체스 판도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어 수제품 티가 팍팍 나는 제품이다.
사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가격보다는 운반이 더 문제다. 만약 사게 된다면 콜롬비아 - 볼리비아 - 멕시코 - 쿠바 - 캐나다를 다 짊어 지고 다녀야 하는데, 그건 너무 힘들 것 같아 고민한다. 그래서 가방에 쉽게 넣을 작은 제품을 살까? 고민 하는데, 큰 것 보다가 작은 것 보니 답답하고 맘에 안 찬다. 만약 우리였다면, 큰 것 지르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겠지만 우리처럼 차에 짱 박아 두고 다닐 입장이 아니다 보니 엄청난 고민을 한다. 결국은 작은 것으로 구매! 오빠는 전혀 체스판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우리 때문에 뽐뿌질을 받아 구입 한다.
그리고는 오빠 친구 선물로 귀걸이도 하나 구입하고, 오늘 쇼핑 메이트로 애 쓴 나에게도 귀걸이를 하나 사 준다.
"우.유.빛.깔. 최.성.욱. 멋.진.남.자. 최.성.욱"
귀걸이 하나에 즉석 팬클럽 결성한 나. +_+ 쇼핑하면서 한 번의 의견 충돌 없이 쇼핑코드가 맞는 성욱오빠와 함께라서 너무 즐거웠던 쇼핑 시간이었다. 반면에 내가 고른 것마다 별 감흥을 보이질 않는 연희언니는 태경이랑 쇼핑코드가 짝짝 맞는다. 오늘 쇼핑에 최대 수혜자가 성욱오빠였다면 기대에 못 미친 쇼퍼는 바로 연희언니와 태경이다. 둘 다 반지 하나 씩만 사고 별다른 쇼핑은 하지 않았다. 악세서리를 좋아하는 언니라 잔~뜩 살 줄 알았는데… 언니의 기대에 못 미치는 쇼핑지였나 보다.
성욱오빠는 쇼핑에 기분이 좋아져서 싱글 벙글 웃는다. 지나가던 꼬마에게까지 "올라! (안녕)"라고 기운차게 인사를 한다. 어라라? 그러면서 "여자들이 이래서 스트레스 쌓일 떄 쇼핑을 하나 봐!" 라며 큰 이치를 깨달은 듯 우리에게 말해 주는 오빠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난다.
오후 1시가 다 되서야 우리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빌야 데 레이바 로 출발한다. 약 40~50분쯤 걸려 도착하니 밥 때가 살짝 지났는지 뱃 속이 밥 달라고 요동을 친다.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메뉴인 알무에르소를 주문한다. 6,000페소 (약 3,600원)에 숩 + 메인 메뉴 + 과일쥬스가 포함이다. 숩만 먹어도 살짝 배가 불러 오는데 밥, 고기, 샐러드가 포함된 메인 메뉴를 먹자 꽉 차게 배 불러 온다. 샐러드에 실란트로가 들어 있어 연희언니는 하나도 못 먹고, 언니 꺼는 실란트로를 좋아하는 태경이 몫이다. 나도 실란트로를 병적으로 싫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먹다 보니 싫어 해도 먹게는 되 던데 언니는 예전의 나처럼 조금도 못 먹는다.
밖으로 나와 마을 전경과 기념품 샵을 하나씩 둘러 본다. 여기서 또 맘에 드는 귀걸이 발견. 단추를 엮어 꽃 모양으로 만든 건데 아이디어도 좋고 저렴하고 예쁘다. 맘에 들어 하자, 연희언니와 성욱오빠가 둘의 공금으로 또 나에게 선물 해 준다. 포장도 너무 예쁘게 해 주는 이 곳. 앗 졸지에 오늘 귀걸이가 두 개나 생겨버렸다. 우히히~~
"완.전.동.안. 김.연.희 깜.찍.해.요.김.연.희."
난 오늘부터 무조건 언니와 오빠편이다. 성욱오빠는 누나 선물로 나와 같은 디자인이지만 다른 색의 귀걸이를 하나 더 구입했다. 포장도 예뻐 받는 사람도 좋아할 것 같다.
<이.......끊없는 대화...대화....대화.......>
오늘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 우리가 가는 숙소에 그릴도 있으니 고기를 구어 먹기로 했다. 요리를 부담스러워 하는 연희언니는 반대를 했지만 우리가 가는 숙소가 고립되어 있어 해 먹지 않으면 별달리 먹을 게 없어 어쩔 수 없다.
<몇 가지 재료를 사서 숙소로 갑니다.-사진 성욱이 형>
소고기와 상추, 파인애플, 쁠라따노, 맥주 등을 구입 해 우리가 강추 했던 지난 번 숙소로 갔다. 이번엔 다섯이라 지난 번처럼 캠핑은 어렵고 도미토리에 묶기로 했다. 숙소가 맘에 들었는지 연희언니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윤영아, 고마워. 이렇게 좋은 곳에 자게 해줘서" 라고 말한다. 뒤이어 성욱오빠도 " 여기 너무 좋아. 좋은 데 데려와 줘서 고마워" 라며 인사를 하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다들 좋아하니 우리도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 가이드가 된 느낌.
갑자기 비가 추적 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연희언니는 발코니에 한참을 서서 비 내리는 산을 바라 본다. 그걸 바라보며 여행기록도 차근 차근 하는 지적인 분위기의 연희언니.
태경이와 팬더가 고기를 굽고 성욱오빠와 나는 밥, 유까와 쁠라따노 튀김, 파인애플 굽기를 맡았다. 한참 유까를 다듬고 있는데, "으악~"하는 짧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불이 잘 안 붙어 기름을 붓다가 머리까지 불이 살짝 옮겨 붙어 깜짝 놀랬나 보다. 안 그래도 기름이 좀 위험해 보이긴 했는데… 조심 좀 허지~
약 한 시간쯤 뒤, 맛있게 된 밥에 고기, 쌈장, 유까 튀김, 쁠라따노 튀김, 구운 파인애플, 상추쌈까지 완전 진수성찬이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는 고깃상에 빠질 수 없는 맥주까지 곁들어 니나노~ 하며 와구 와구 잘 먹었다. 난 이렇게 맛있는 음식 만들어 사람들끼리 도란 도란 먹는 시간이 참 좋다. ^------------^
PS. 샤워 운이 없는 성욱오빠. 예전에 우유니에서도 혼자 찬물로 샤워하다 감기 걸려 여행 내내 고생했다는데… 어제도 혼자 순간온수기 사용 법을 몰라 찬물로 샤워, 오늘도 화장실 2개 중 따듯한 물 안 나오는 곳에서 샤워 하는 바람에 또 찬물로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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