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날이라 까딱하면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지 몰라 일어나서 점심 때 먹을 샌드위치를 만든다. 연희언니는 내가 주방에 설 때마다 부담스럽고 미안한지 발을 동동 구른다.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는데도 언니 맘은 그게 아닌가 보다. 그런데 어차피 재료는 빨리 사용 안 하면 상해버리니, 오늘까지만 요리하고 앞으로는 계속 사먹기로 했다.
언니의 도움으로 5인분의 점심용 샌드위치와 아침으로 먹을 계란부침, 그리고 간식으로 먹을 당근을 잘라 놓고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다.
목적지는 리오끌라로. 메데진 근교에 있는 강이라는데 수영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 한다. 추운 곳에 있다 오랜만에 수영 할 생각 하니 기대된다. 뭐, 수영은 잘 못해도 물에 몸 담그고 튜브 잡고 헤엄쳐도 재밌으니까 ^^ 그런데, 연희언니는 물이 싫단다. 어렸을 적 우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후로 물을 싫어 한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난 언니가 아레나(유명한 수영복 브랜드)가방을 가지고 다녀서 수영 매니아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뒤 이어 태경이도 커밍아웃을 한다. 역시, 연희언니와 잘 통하는 태경이 아니랄까봐 태경이도 물이 싫단다. 항상 휴가 때면 친구들 가방과 옷 지키는 담당이라니… 생긴 건 수영 잘 하게 생겼는데, 이상하다.
다행히 성욱오빠는 물놀이를 좋아 한다니 토끼랑 팬더랑 성욱오빠랑 놀면 되겠다. 지난 번 쇼핑 때 부터 유난히 사이가 좋은 토끼 + 팬더 + 성욱오빠.
우선 빌야 데 레이바 센트로로 나가 보자. 여기서 메데진 방면 길을 어떻게 타는지도 몰라 현지인들에게 좀 물어볼 필요도 있고 성욱오빠와 연희언니가 US 달러 로만 경비를 챙겨와서 환전을 해야 한다.
몇 차례 운전하는 분들에게 물어본 결과 길은 어렴풋이 알겠다. 그런데 US달러 환전은 실패를 하고 돌아왔다. 역시, 콜롬비아는 달러 쓰기 어려운 나라다. 이상하게 다른 나라들처럼 환전소가 흔치 않다. 그래서 ATM으로 페소 뽑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 보고타를 떠날 땐 토요일이라 은행문이 안 열어 환전을 못하고, 보고타를 떠나 오니 환전을 아예 해 주질 않는다. 혹시 마약관련 돈세탁 될까봐 정부에서 환전 사업을 막는 건지도 모르겠다.
출발 하려는 데, 갑자기 운전팬더가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프다고 한다. 운전자가 아프다면 쉬어가야지 뭐.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음료를 주문하고는 또 다시 이야기 꽃 도란 도란. 정말 우리처럼 이야기 많이 하는 사람들도 흔치 않을 게다. 특히 성욱오빠의 백세주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오빠가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는데, 친구 중 하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 남자친구는 젠틀하게 "2차로 자리 옮겨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저희 집에 백세주 있는데 그걸로 한 잔 더 하시죠?"라고 말해, 안주만 사서 택시 타고 친구 남자친구네 집으로 갔다고 한다. 잠시 후, 친구 남친이 자랑스럽게 가져 온 백세주 30ml 미니어쳐 두 병. 오빠는 벙 쪄서 순간 할 말을 잃었단다. 4명이 한 잔씩만 마셔도 없어질 양인데, 그거 먹자고 택시비 들여서 그 집으로 갔던 그 때의 그 사건.ㅋ
그것 말고도 진지한 얘기 + 재미난 얘기 등등 또 수다에 심취하다 보니, 시간은 한참 지나가버렸다. 팬더의 두통도 가셨고 슬슬 출발하자.
.....................................................................우린 이렇게 논다
차에 타자 마자, 밥 먹을 때가 됐는지 배가 살짝 고파 온다. 우리는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고, 간식용으로 준비한 당근도 렌치소스에 찍어 먹으니 참 깔끔한 한 끼 식사 해결이다. 서로 의 대화에 푹 빠져 오후가 돼서야 출발한 우리는, 익숙한 그 곳에서 하룻밤 더 묶기로 했다. 우리의 완소 도시 씨빠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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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휴게소>
<3등신 당나귀도 있구요>
달려 달려 씨빠끼라 도시 입구에 있는 까르푸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지난 차량 도난사건 의 장소도 까르푸 였기 때문에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도시의 유일무이한 대형마트로 보여 들어갔다.
태경이는 운동화 하나를 구입, 팬더는 카메라 가방과 DVD를 구입, 연희언니와 성욱오빠는 쪼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으로 먹을 전기구이통닭과 와인, 내일 아침으로 먹을 빵 등을 구입하고 지난 번 잤던 숙소로 향했다.
그때와 같이 같은 방에 쪼르륵 모여 전기구이 통닭을 바베큐소스에 찍어 먹으니 훨~ 씬 맛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샀나보다. 한 명당 반마리씩은 먹을 테고(2.5마리 필요), 거기다 여유분으로 조금 더 (0.5마리) 로 계산 해 3마리를 구입 했는데, 우리에겐 너무 많다. 배를 땅땅 두르리며 먹고도 남아 결국은 남겨 버렸다.
오늘 조금 밖에 못 와서 내일 갈 길이 더 길어졌다. 내일은 다시 새벽 6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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