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이어진 수다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개운치 않음으로 눈을 뜨니 아침 10시. 우리는 조금 더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셋을 보테로와 황금 박물관으로 서둘러 보냈다. 우리는 여유롭게 씻고 늪이라 불리는 태양여관에서 늪에 한 번 빠져봐야 겠다.
태양여관에 있는 작은 도서관 책장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수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민우씨의 '1만 시간의 남미' 책을 빼서 읽기 시작 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하루 만에 읽기에는 좀 많았지만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재밌는 문체와 가슴에 와 닿는 문구들은 사랑 받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 쓰는데 소질이 있어 보여 이력을 봤더니 국어국문과 출신에 잡지사 기자출신이다. 역시나. 난 내 사소한 일기 쓸 때마저 어휘의 빈곤과 표현의 모자람으로 고생을 하는데, 이 사람에겐 쉬울까? 궁금 하다.
그런데 제목이 맘에 들진 않았다. 멕시코부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북미에 속하는 대륙인데 북미/중미/남미의 지정학적 구분을 무시하고 뭉뚱그려 남미로 부른 것은, 아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책략이었을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남미에 대한 환상을 자극시키기 위해서. 한비야씨가 쓴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 정말 도보 여행자로 걸었느냐에 대한 비판과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그림 같은 사진에 비하면 약간은 어설퍼 보이는 사진은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고 오히려 사진이 아닌 글로써 많은 이들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한 듯 싶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과 환상으로 책을 읽었지만 요즘은 가본 곳에 대해 이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가 궁금 해 책을 읽다 보니 어렸을 적처럼 빠져 읽게 되지 않고 따져 읽게 되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 될 즈음에 다니님이 오셨다. 우리를 위해 엇그제 약속한 콜롬비아 여행지 사진집을 무겁게 들고 오신 거다. 우리가 가 보지 못한 곳들, 그리고 너무나 공들여 찍은 사진들이 우리 눈을 너무 즐겁게 해 준다. 움직이는 자연의 새, 곤충, 동물들을 찍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다림의 시간들 이었을 텐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데 지금 게릴라 들에게 점령당해 민간인들은 가 보지 못한다고 하니, 자연보호 측면에선 좋을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아쉽기만 하다.
갑자기 양 손에 가득 뭔가 들고 성욱오빠와 태경이, 연희언니가 들어 온다. 우리 오늘 저녁 해 준다고 저렇게 많이 사왔다는데, 헉 저렇게나 많이? 매운 닭볶음 해 먹자는 말에 닭 두 마리, 각종 야채들, 후식 과일 등등등 진짜 많다. 와~ 우선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몬세라떼부터 가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택시를 잡아도 잡아도 안 잡힌다. 평소엔 그렇게 많은 택시들인데… !.! 겨우 한 대를 잡아 타고는 소형택시에 5명이 구겨 타고는 몬세라떼로 출발. 6시 넘어서 왔다고 돈도 더 받는다. 1인당 17,000페소. 소금성당 입장료도 17,000페소 였는데, 혹시 담합?
텔레페리코 타기 전에도 예쁘게 잘 꾸며 놓아서 사진 한 장 찍고 가려는데 무조건 타야 한대서 억지로 텔레페리코에 올라 탔다. 우~ 여기에 올라가면 보고타 전망이 한 눈에 보이겠지. 인구 800만의 거대 도시 보고타. 내리자 마자 바람이 강하게 느껴진다. 오른쪽의 예쁜 집은 레스토랑? 아님 까페? 우뚝 솟은 산에 예쁜 집이 있는 걸 보니 로맨틱하게 느껴 진다. 가보고 싶은데 엄청 비싸겠지?
<케이블카 타기 전. 이쁘게 꾸며 놓은 계단식 정원이 있답니다.>
그리고 왼쪽엔 흰색의 작은 성당이 보인다. 이 곳에서도 미사가 열릴까? 일요일마다 입장료 17,000페소씩 내고 와야 하나? 살짝 궁금해 진다. @.@ 성당 옆에는 기념품 상 골목이 짜라라~ 서 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여기도 반은 문을 닫았고 나머지 반은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희언니와 태경이가 사라졌다. 사랑의 도피?? 아무튼 그 둘 겨우 찾고 보니 성당에 앉아 있다. 마음이 편해져서 앉아 있었단다.
우리는 다 같이 나와 야경 구경을 하는데, 구름 때문에 시꺼멓게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때를 잘 못 맞췄나… 계속 앉아 기다리니 조금씩 구름이 물러 가고 반짝 반짝 보고타 야경이 보인다. 서울의 야경이 생각나게 하는 보고타 야경. 멋있다.
<안개가 다 걷히고 난 후>
갑자기 나타난 콜롬비아 커플. 우리에게 사진을 부탁하는데, 사진기가 별로라 이렇게 어두운 곳에선 잘 나오지 않는다. 화각도 너무 작아 야경은 보이지 않고 얼굴만 두둥실~ 나오는 게 몇 번을 찍어봐도 맘에 들지 않는다. 결국, 우리 사진기로 찍고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 준다 했더니 너무 기뻐 한다. 그러면서 내일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 오잉~ 단 몇 분간의 인연으로 내일 집으로 초대 받게 생겼다. 이게 콜롬비아를 여행하는 매력이 아닐까?
<준비된 재료로 닭 볶음탕을 만들었어요. 빵빵한 후식과 음료~!!! 행복합니다.>
PS. 자동차 여행에 식구가 늘어나게 생겼다. 16일간의 일정으로 콜롬비아에 왔다는 연희언니와 성욱오빠는 깔리에서 19일 비행기로 볼리비아로 간다고 한다. 우리도 25일 전에는 비자가 만료 되 국경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루트가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그 둘과 큰 계획 없이 콜롬비아에 온 태경이까지 총 5명이 으릉이와 같이 콜롬비아 남부 여행을 내일부터, 시작한다.
PS2. 얼마 전 라끼라에서 엄청나게 지른 기념품 쇼핑 때문에 탈 자리가 없었는데 태경이가 캐나다 벤쿠버까지, 그 후엔 연희언니와 성욱오빠가 한국까지 같이 데리고 간다고 한다. 덕분에 큰 부담 줄게 생겼다. 그래도 아직 남은 왕거니 대왕 그림은 어쩔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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