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근하는 호세에게 오늘 저녁은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치고는 우리끼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엔 뭘 할까? 멕시코부터는 한국음식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만 해야 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불고기 소스로 불고기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야채와 고기는 장을 보고, 호세가 돌아오는 시간인 8시에 맞춰 요리를 하면 되겠다.
오전 시간은 주로 인터넷과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 6시부터 본격적으로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양배추와 양파 버섯 감자(팬더는 불고기에 감자 넣는 걸 좋아한다)등을 손질하고, 고기도 적당하게 썰고 불고기를 만든다. 그리고 쌀을 씻어 밭솥에 앉힌다. 한참 요리하는 중인데 호세의 친구들이 오기 시작한다. 점점 늘어가는 입들. 이로써, 총 5인분에 도전한다. !.!
저녁 8시. 5명은 식탁에 앉고 우리는 요리를 서빙한다. 그들은 우선 불고기 향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하고, 나는 음식에 대해 하나씩 설명한다. 한국인들은 항상 밥과 반찬을 먹으며 평상시에는 더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지만 오늘은 불가피하게 하나밖에 준비하지 못했고, 밥은 끈기가 있는 일본과 같은 스쉬라이스를 먹고, 불고기는 주로 코리안BBQ로 불리는 음식으로 전문식당에 가면 가운데 가스렌지가 있는 식탁에서 먹을 수 있으며 불고기는 간장 베이스로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라고… 동시에 호세는 에스파냐 산 와인을 모두에게 서빙 했다. 그리고 나의 '건배' 구령에 맞춰 모두들 건배, 그리고 그 다음은 호세의 '살루' 구령에 맞춰 모두들 건배. 모두들 새로운 한국음식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처음에는 새모이처럼 한 입 두입 먹다가 맛을 본 뒤에는 너무나 잘 먹었다. 모두들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고, 역시나 호세는 2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한국식당이 비교적 많은 미국에 비해 멕시코는 아직 한국음식의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다. 한국음식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무척 많았지만 그들도 한 번 맛보면 호세와 그 친구들처럼 좋아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_+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호세의 에스빠냐 산 초콜릿과 와인으로 대화를 꽃피었다. 대화는 에스빠뇰로 이루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ㅠㅜ 다행히 호세 친구들이 다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멕시코 전통 이야기, 한국 이야기, 에스빠냐 이야기 등등. 호세는 내일 일이 끝나자 마자 3박 4일 일정으로 미국 마이애미로 놀러 간다고 한다. 여기서 마이애미까지는 가깝고 비행기 값도 싸서 여러 번 다녀왔다고 한다. 방문 목적은 미국 땡스기빙데이에 맞춰 하는 빅세일에 쇼핑여행이었다. 집에 필요한 홈씨어터와 닌텐도, 오락기, 옷 등을 사러 간다고 하는 호세는 개구쟁이처럼 환하게 웃는다. 역시 여유로운 생활 속에 나오는 천진난만함이다.
우리도 호세의 여행에 맞춰 내일은 이 집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어딜 가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아직 쿠바에 있는 잠재적 일행인 선호오빠와 의철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쿠바를 힘들어 했던 그들은 비행기표를 바꿔 조금 일찍 칸쿤으로 돌아온 후, 과테말라까지 함께 동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두 가지 루트 중 선택을 하지 못했다. 첫 째는 벨리세를 경유해 과테말라 북부로 들어가는 방법, 둘 째는 다시 산크리스토발로 가서 과테말라 중부로 바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첫 번째 방법의 경우 조금 더 단시간 안에 과테말라에 들어 갈 수 있고 새로운 나라를 한 곳 더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나 입국세 출국세가 만만치 않아 단순경유의 경우 예상외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 경비적인 측면과 과테말라 쉘라나 안티구아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은 이미 왔던 길을 되 돌아 가야 한다는 지루함과 빨렝께-산크리스토발 사이 도로가 좋지 않아 운전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쿠바의 열악한 인터넷 사정 때문에 그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비행기표를 언제로 바꿨는지도 알 수 없다. 이대로 그냥 기다려야 하는지 아님 내일 이슬라 무헤레스를 하루 다녀오고 시간을 벌어야 하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 내일쯤 칸쿤 공항에 도착할 것 같다는 어슴프레한 짐작이 전부이다. 두 시간쯤 고민한 결과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였다. 그래. 내일이 되면 더 좋은 생각이 나겠지.
오늘은 이만 잡시다. '굿나잇'. 아니 '부에나스 노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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