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 온 호스텔에서 하루를 보낸 뒤 무료 아침식사를 식당에서 즐기는데, 한 아저씨가 말을 건다. 어제 밤에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아저씨다. 호주 펄쓰 출신인 아저씨는 우연히 써핑 하러 멕시코에 왔다가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한다. 호스텔을 하나 만들고 기본적인 셋팅을 해 놓은 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다시 다른 호스텔 자리를 알아보고 또 기본적인 셋팅을 해 놓은 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기를 반복 해 지금은 5개 이상의 호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한다. 호스텔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은행계좌에는 몇 십만 달러씩 몇 개국에 분산을 해 놓았다고 하지만 왜 고급호텔이 아닌 18인실 도리토리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는 잘 모르겠다. ( 나중에 들은 바로는 호스텔 주인끼리는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짜로 우리 호스텔에 머물고 있다 한다.)
아저씨 말이 사실인지, 사기꾼인지 의심스럽지만 우리와 엮이지만 않으면 별 상관이 없기에 그냥 그러려니 넘기려는데 우리에게 솔깃 미끼를 던진다. 바로, 멕시코 운전 면허증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어라?' 갑자기 종이 서류를 꺼내 들더니 사실은 자기가 소방서 서장이라고 한다. 잉? 에스빠뇰 수준이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도 힘들어 보이는 이 아저씨가? 이 아저씨 정체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중에 하는 말로는 자기랑 친한 사람이 소방서 서장인데 그 사람만 들고 다닐 수 있는 서류를 자신에게 줬다고 한다. 이상한 나라 멕시코? 아님 이상한 사기꾼 아저씨? !.!
우리는 속는 셈치고, 아저씨를 따라 나서보기로 했다. 우선 아저씨와 간 곳은 'BanComer' 인터넷 뱅킹과 국제 송금관련 서비스를 신청하러 온 김에 팬더 앞으로 신용카드도 만들어 준다 한다. 처음엔 안 된다 하던 은행직원들도 아저씨가 소방서 서장이라는 종이에 꼼짝을 못하고 만들어 준다. 뭐…지? 외국인 아저씨가 소방서 서장이라는 것도 이상한데, 그걸 보고 꼼짝달싹 못하는 사람들도 이상하기 그지 없다.
다음 목적지는 운전 면허증을 만들기 위한 에이젼시. 그런데 직접 경찰서에 가야 된다고 하는 바람에 경찰서까지 출두했다. 또, 처음엔 안 된다던 경찰들도 아저씨의 마법 종이를 한 번 보자, 마술에 걸린 듯 아저씨 말에 순종한다. 아저씨는 팬더를 한국에서 온 교환소방관이라고 소개하고, 경찰들은 유효기간이 비자 기간과 같은 6개월 짜리 운전면허증을 팬더 손에 쥐어 준다. 아저씨의 존재가 다시 한 번 의심스럽지만 뭔들 어떠랴 싶다. (피검사비 :70페소, 면허증 발급비 :403페소, 복사비 :6페소 / 총 479페소 지출)
사실, 캐나다 운전면허증이 팬더의 생일과 함께 만료가 된다. (내년 1월) 하지만 1월까지 아메리카 대륙 자동차 여행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리하여 뭔가 대안이 필요했던 우리였는데, 내년 5월까지로 늘어 난 면허증의 유효기간이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이제는 걱정 없이 운전을 할 수 있겠다. ^0^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아저씨가 돈을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우리에게 돈을 요구 한 것이다. 은행계좌가 갑자기 다 묶여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친구가 오면 돈을 갚겠다고 하며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거참. 난처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오늘 3시간 이상을 우리와 다녀 준 걸 생각하면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예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주자니, 사기꾼에게 당한 느낌이다. 머리 빠지게 고민 하던 우리는 … 결국 주고 말자고 결정했다. 아저씨가 요구한 돈보다는 조금 적게 300페소 정도만 쥐어 준 것.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순간이다.
돈 보다도 교묘한 사기꾼에게 당했다는 것에 기분이 흙탕물에 몇 번 담궈진 듯 하다. 거기다 우리가 애지중지했던 마늘짱아치가 바닥에 엎어 진 순간 울고 싶었다. 인간이란, 왜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웃다가 울고 싶은 걸까? 아~~~
<이젠 멕시코 로컬!! 이다. 하지만 곧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 ^^>
우리는 이 기분 나쁜 호스텔을 빨리 떠나버리기로 했다. 오늘 저녁 8~9시쯤 만나기로 한 새로운 카우치써핑의 호스트와 만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남은 시간 동안 기분의 정화도 할 겸, 근처 스타벅스로 향한 것. 추울 정도로 강력한 에어컨 바람아래 우리는 음료를 주문하고, 평화롭게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었다.
달콤한 음료와 함께 조금씩 나쁜 기분은 잊혀져 갔고, 오랜만에 하는 카우치 써핑에 다시 궁금하고 기대된다.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
호세의 콘도는 칸쿤 최고의 노른자 땅인 호텔존에 위치했다. 입구에는 2명의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우리는 콘도 앞에 차를 주차하고 호세를 만나기 위해 4층으로 향했다. 호세는 스페인에서 와서 현재 멕시코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부엌 쪽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바다 풍경, 그리고 거실 쪽에서 보이는 고요한 호수 풍경이 입을 못 다물 정도로 대단한 곳이었다. 우리는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호세를 위해 오뚜기라면 새우맛을 접대했고, 일본에 머문 적이 있는 호세는 두 팔 벌려 우리의 라면을 환영했다. ^^ 라면국물까지 쭈욱~ 마신 호세는 진정한 라면 애호가 ㅎㅎ
또한 와인애호가이기도 한 호세는 남아프리카 와인과 아르헨티나 와인을 우리에게 접대 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밤바다를 보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바다에서 와인을 마시기로 한 우리는 와인 잔을 그대로 들고 아름다운 바닷가로 향했다. 오직 이 콘도에 사는 사람만이 접근 가능한 거의 개인 바다나 다름 없는 바닷가에 우리는 털썩 걸터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와인 한 모금, 모래 한 움큼 쥐어 마사지를 하며 또 와인 한 모금 …. 가슴 뛰게 행복했던 시간.
::PS : 여행이란. 일주일간 좋고 싫은 일상적인 생활을 단 하루만에 느끼게 해주는 것. 인생의 압축판. <- 특히 장기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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