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부터 후니와 채팅으로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다. 보통의 레퍼런스는 이전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추천서를 말한다. 이 사람은 내가 보증하는 사람이니 써도 좋다는 대략의 이런 내용이 들어 가면 된다. 하지만 후니는 계속 영문경력증명서를 내야 한단다. 아마 자기가 매리어트에 입사 할 때에 이전 두바이, 미국에서의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서 쉽게 채용됐다는 사실에서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캐나다에서의 레퍼런스는 단순히 자신을 보증할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혹은 직접적인 연락이 어려울 경우(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전화하기 :시차가 맞지 않다) 에는 추천자의 편지 (Letter) 를 요구하기도 한다. 영문경력증명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아무튼 이 한국에도 없는 레퍼런스 시스템때문에 많이 고민 했다. 난 서버로 지원했기에 서비스업과 관련된 사람의 레퍼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서비스 업종에 관련된 경력은 학교 홍보도우미, 스타벅스 경력. 이 둘 뿐인데, 이 둘 모두 레퍼런스를 받을 수 없는 상때다. 홍보도우미는 추천자를 구하기 어려웠고, 스타벅스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고 퇴사했기에 다시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영문경력증명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서비스 직과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근무했던 병역특례 회사에서 영문경력 증명서나 사장님의 추천서를 받는 방법이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느라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고, 그리고 이전 회사에 요구를 하더라도 시차를 고려해야 했다. 이거 빨리 받아도 금요일을 되어야지 받을 수 있다. 면접의 발표는 이번 주 금요일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 까지는 준다고 했다. 레퍼런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사이에 유니가 자신의 호주에서의 호텔 하우스키핑의 경력 증명서를 프란시스에게 보내어 캐나다의 레퍼런스가 맞나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그 시스템이 없어서 지금 혼동이 된다고, 영문 경력증명서냐, 아님 타인의 편지형식의 추천서이냐, 아님 단순한 연락처이냐.. 그리고 오후에 프란시스의 답장이 왔다. 우선 혼동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호주에서의 영문경력증명서가 Helpful 하다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Let's forget about reference ! 헉. 다같이 레퍼런스에 대해서 잊어버리자고? 그럼 어제부터 오늘까지 고민한 나의 생각들은….어쩌자고..ㅜㅜ.
오후 늦게서야 난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윤영이 메일함에는 없던 프란시스의 메일이 와있었다.
" Another opportunity" 또 다른 기회? 이건 불길한 메일이다. 열어본다.
내용은 즉, "Room server 의 자리가 1개 밖에 없어서 윤영이와 너 둘 중에 한 명만 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엔지니어 헬퍼의 자리가 비고 너가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이 있어서 나는 추천한다. " 이게 갑자기 왠 날벼락. 그럼 처음부터 자리가 한 개 밖에 없다고 할 것이지…난 매리어트 호텔에서의 서버 때문에 겨울의 휘슬러에서의 스키를 포기하고 아무런 매력도 없는 이 에드먼튼으로 왔다. 그런데 면접을 보고 난 결과가 이렇다니...가만히 생각해보자.
그럼 유니는 붙었고 내가 떨어졌단 말인가? 아님 정말로 자리가 한 개여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둘 중 한명을 택할 거라면 그냥 면접 결과를 알려줄 것이지 또 다른 기회??? 는 또 머란말인가… 점점 복잡해 진다.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1) 윤영이가 합격하고 내가 떨어 졌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지원했고, 함께 일하기를 원하기에 나에게 또 다른 취업의 기회를 준 것이다.
2) 나와 윤영이가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자리가 한 개 밖에 없어서 프란시스도 고민한다. 하지만 나와 윤영이 중에 한 사람만 합격 시키면 둘 다 나갈 것 같기에 차선책으로 나의 경력을 보고 엔지니어를 권유한다.
매리어트 Job 사이트에 가보니 채용 중이던 룸 서버를 닫아 두었다. 그렇다는 말은 정말 자리가 1개 뿐이였단 말이고 우리 둘 중에 한 명이 채용되었다는 말인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 둘 다 합격은 했지만 자리가 한 개 뿐이고, 둘 다 채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사람을 다른 분야로 빼내었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채용하고 있는 분야에서 내가 지원 가능한 곳은 하우스키핑, 도어맨, 엔지니어(정비사) 였다. 그중에서 가장 대우가 좋은 엔지니어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거 은근히 기분은 나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프란시스가 고맙기도 했다. 자기도 난처한 처치인데 차선책을 마련해준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은 어떠한가, 엔지니어에서 서비스직으로 전업을 하기 위해서 시작된 여행이다. 그리고 유명 호텔에서의 서비스 경험은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기에 밴쿠버에서 버스로 18 시간 이상 떨어진 이 곳으로 온 것인데, 다시 또 엔지니어를 추천 받다니.
음…..또 생각을 정리해 본다. 나의 직업의 원천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되게 하는 날이다. 단지 그 메일 하나가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끔 만든다.
난 엔지니어 생활을 2년 반 가량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야근과 그에 반해 대우는 낮았다. 물론 특이 분야에 종사한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엔지니어의 대우는 선진국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9시 이전의 퇴근은 거의 없고, 눈치도 많이 본다. 급여는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여기 캐나다에서의 엔지니어의 대우는 다르다. 철처한 시간제 근무(주 40시간) 과 휴일이 보장되고, 시급도 최상위급이다. 어렵고 몸을 많이 쓰는 일일 수록 연봉이 높고, 인지도 또한 높다. 그런 내가 서비스 직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서비스 직이 좋다. 하지만 엔지니어에 대한 생각은?? 내가 근무할 때 그렇게 일이 재미없고 싫지는 않았다. 일 때문에 개인 스케줄이 많이 침범 받아서 일이 싫어진 탓도 있다. 만약 고된 만큼 대우를 받는 다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서비스 직도 사람을 대하는 터라 자신을 자제하고 낮추며 대해야 하기에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생활은 좋다. 그렇다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서비스직(항공 승무원, 호텔리어) 가 맘먹은 대로 쉽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하자. 요즘 주변에 영주권을 준비하는 한국분들을 꽤 많이 만났다. 이분들은 보통 유학생으로 오거나, 아님 30 대를 넘겨서 와서 바로 일을 시작한다. 유학생으로 와서 캐나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정상적은 코스로 취업비자를 받는다면 영주권 따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30살이 넘어서 한국 학교를 졸업해서 온다면 한국에서의 경력과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노동이다. 가족들이 있기에 단순 노동을 하는 이유도 있다. 노동의 시급은 거의 30불/시간 쯤이다. 용접공의 시급은 40불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기피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을 더 챙겨주는 고마운 캐나다이다. 엔지니어 같은 기술직은 영주권을 따는데 기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단순직종은 약 5년, 기술직종은 2~3년 정도를 예상 하면 된다고 한다. 기술직이 대우 받는 나라이다.
이전에 나는 영주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여행일정으로 출발했었고, 세계를 다니면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다양한 해외경험으로 전공도 아닌 서비스직에 취업해보려는 의도였다. 물론 여행이 좋아서 출발한 것도 있지만, 귀국해서의 일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다. 하지만 프란시스로 부터의 엔지니어 추천메일 한 장이 나를 이런 생각을 하게 끔 만들었다. 그럼 이번 기회를 잘 살려서 캐나다에서의 엔지니어 경험도 쌓고 기회가 되면 학교 진학도 노려보고, 영주권까지 생각할 수 있다. 그럼 그냥 1년 정도 일만 하고 다시 귀국해서 국내에서 취업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여기 와서 보는 캐나다의 복지는 놀라워서 누구든 영주권과 시민권을 한번 쯤 생각하게 만든다. 복지의 예는 우선 치과와 안과를 제외한 모든 의료비가 무료이다. 암 수술을 포함한 각종 수술 모두 포함이다. 그리고 시민권자의 노후 연금은 막강하다. 100살 까지 산다고 했을 때, 40년간의 고액 연금 생활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자녀의 공교육비가 무료이다. 대학이전까지. 우리나라처럼 남들과 비교하면서 사교육비 (특히 영어) 로 한 달에 50만원 이상씩 들여가며 쓸 필요가 없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자녀 한 명당 월 35만원씩 지원도 된다고 한다. 3명이 있다면 월 100만원의 수익은 확보된 점. 우스겟소리로 10명만 나으면 월 400만원은 나온다는 이야기 교육비가 들지 않고 애들이 20살을 넘기면 독립을 시키니 우리나라처럼 대학등록금을 대신 내주지 않아도 된다.ㅋㅋㅋ
왜 여러사람들이 이민을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도 상당하고, 캐나다에 비해서 엄청 편리하다.(인터넷 쇼핑/ 은행 업무 등) 손님들 접대 서비스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여기 캐나다는 신용카드를 신청해도 1달이 지나야 하고, 신체검사를 받아도 1~3달이 지나야 결과를 볼 수 있다. 풍요로운 나라에서 산 사람들이여서 그런지 느리고 게으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괜찮다. 자녀의 사교육비와 빡빡한 하루 일정 취업전선에 뛰어 들고 나면 대한민국 남자는 자신의 생활을 누릴 기회가 많이 줄고, 앞만 보고 살아야 하는 경향이 있다. 확률적으로 말이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은 선택의 권한이 없다. 이미 구석진 이곳 에드먼튼으로 왔고, 서버의 자리는 없다. 내가 빨리 자리가 정해져야 유니도 일을 할 수 있는 처지이다. 결국 엔지니어 헬퍼를 해야 한다는 말!! 그래 한다. 서버를 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왔지만 이게 무슨 하늘의 뜻인가… 캐나다에서의 엔지니어도 경험도 나쁘지 않겠지. 혹시 이 기회가 나를 영원히 캐나다에 눌러 살게 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은 시작하자. 나중에 기회를 봐서 파트타임으로 라도 서버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지금 이 추천을 거부하면 매리어트 호텔에서 일을 못하는 처지이다. 좋은 점도 있다. 시급은 룸서버보다 좋다^^. 14불/시간. 룸서버는 9.5불/시간 이다. 물론 서버는 세금도 안 때는 팁이 있기 때문에 매달 실제 소득은 차이가 난다. 프란시스에게 답문을 쓴다.
"너의 추천에 OK 하겠다. 그럼 또 한번의 면접을 봐야하나? 앞으로의 진행을 설명해 달다. "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다.
PS::
아참. 그리고 오늘 민박집에 같이 사는 사람들과 고기 구워먹으면서 영주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윤영이의 못다한 생일 파티를 했다. Safe way 에서 20만원치 장을 봤는데 장기적으로 필요한 살림을 장만 했다. 그리고 케잌도 사서 저녁에 아저씨들이랑 같이 먹자며 준비했다. 24개의 초를 꽂고, 노래도 불러 주었다. 생일 축하해 유니야.오래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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