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c 12- 13 ]
상파울로의 일요일은 볼거리가 많다 들었다. 그럼 오늘 하루 뭐할까 계획을 세우는 중… 분위기가 심각하다. 팬더가 형아팬더와 통화를 하는데, 여러 가지 오해와 돈 문제가 얽혀서 찝찝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에휴~ 졸지에 오해의 중심에 서게 된 난 마음이 무겁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즉, 우리 경비에 관한 문제였다. 우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번 돈과 팬더가 병역특례 할 떄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하는 중이었는데… 팬더 입장에선 팬더가 번 돈을 형에게 맡겼고 그 걸 찾아 쓴다고 생각 했지만 형의 입장은 조금 달랐던 것이다. 예전에 팬더가 준 돈은 다른 명목으로 나간 비용이었고, 형은 형이 번 돈으로 우리 여행을 후원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형의 입장에선 형이 열심히 번 돈으로 나까지 나눠 쓰고 있다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받아 쓸 때마다 당연하다는 그 태도 또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팬더가 형한테 빌려 준 돈을 받아 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린 팬더가 이미 자세하게 설명을 한 줄 알았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 경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관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항상 팬더가 집에 전화할 때마다 형은 자금 사정이 넉넉한 것처럼 말을 했는데, 알고 보니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던 게 아니라 힘들게 구해서 준 것이었다. 우리가 모르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속 편하게 여행을 할 순 없었다.
오늘 놀러가려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는, 우린 심각하게 생각을 했다. 원래 계획했던 포루투칼,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면 못해도 약 천 만원의 경비가, 나라 수를 줄인다고 해도 기본적인 금액은 나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 밖에는 살 수가 없었다.
팬더는 너무 마음이 아파 했다. 아무리 '다음에' 라는 말로 나중을 기약한다 해도, 그 일이 쉬울리 없었다. 아마 30년은 족히 더 걸릴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여행을 계속 이어가느니, 한국에 일찍 들어가는 편이 낫다는 데에 결론이 이르렀고… 마음을 정리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바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기 시작 했다. 가격은 1인당 567달러 였다. 에어차이나로 북경을 경유 해 가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했다. 고민 하다, 즉석에서 구입해 버렸다. 정말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채 한국에 들어가게 되는구나. 또 언제 나와보겠냐는 생각에 아까운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속 시원한 마음이 더 컸다. 집에 돌아가면 학비도 없어 학자금대출 받아 학교를 다녀야 하는 마당에, 여행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였다. 이유야 어찌됐건, 한국으로 간다.
팬더 : 계속 맘이 편치 않다. 가족을 희생시키면서 계속 여행을 했다는 생각과 갑자기 계획이 변경된 것에 대한 충격이 계속 괴롭힌다. 마지막에 약간의 욕심이 생겼다. 원래 세계일주로 떠난 것이었다. 하지만 토끼를 만나고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많은 포기를 했다. 지금은 당시에 포기를 함으로 얻은 것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게 된 지금 여행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다.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는 한번 씩 들리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기록을 세우는 것 처럼.. 이 때 토끼가 그랬다. " 그 동안 우리가 봤던 것, 배웠던 것은 이미 충분해. 남들이 평생 생각조차 못해볼 일들은 우리는 다 겪었잖아. 이미 충분해. 이제 돌아갈 때야." 라고... 항상 이렇게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토끼 말이 맞다. 다시 맘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충분 했던 것이다. 으릉이를 타고 우슈아이아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충분했던 것이다. 여행을 계속 하면서 충분히 버릴 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늘 또 버리는 것을 배웠다. 일찍 돌아간 만큼 미처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들이 들어올 것이다. 미리 겁먹지 말자. 아쉬운 마음을 품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니깐.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니깐. 만약 여행을 어떻게든 계속 했었더라면 불편한 맘으로 다녔을 것이다.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또 다시 설랜다.
- 한가지를 정하고 나면 맘이 편해짐과 동시에 설램도 함께 느낀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고. 그래서 즐겁다.
난 앞으로 계속 인생을 여행을 하 듯 설레는 맘을 가지고 살았음 좋겠다. 꼭 그래야겠다..
비행기 표를 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묶을 호스텔도 하루 예약하고, 짐 정리도 마치니 공항으로 얼른 갈 시간이다. 민박집 앞에서 택시를 타면 80헤알에 갈 수 있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32헤알이 넘는데, 공항버스를 타려면 시내까지 짐 들고 나가야 하는 걸 고려하면 2명이 택시를 타는 편이 낫다.
공항에 도착하니, 줄이 너무 길었다. 우리가 늦긴 늦었나 보다. 그래서 같은 좌석에 앉을 수 없었다. ㅠㅜ 공항 환전 환율이 안 좋긴 하지만 남은 헤알은 유로로 모두 환전을 했다. 오늘 쓸 돈이었는데, 하루 종일 고민하며 집에 있느라고 돈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환전을 하고 나머지 돈으로 남은 6헤알을 어찌 쓸까 하다 공항 내 까페테리아에서 파는 치즈빵 두 개를 사 먹었다. 우리 나라 찹살도너츠 보다 더 작은 빵 하나가 3헤알(2,100원)이라니… !..! 그래도 맛은 있더라~
날짜로는 다음 날이 되어, 새벽 2시. 우리를 콜롬비아 보고타로 실어 줄 아비앙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렇게 이른 새벽 비행기는 처음 타 본다. 난 앞자리, 팬더는 뒷자리, 비행기가 붕~ 공중에 뜬다. 아직도 비행기는 너무너무 신기한 존재다. 어떻게 그 무거운 게 하늘을 날아 우리를 먼 곳으로 빠르게 데려다 주는지 말이다.
공항에서 빗줄기를 보고 이런 상황을 예측했어야 하는데… 비 때문인지 기상악화로 비행기 떨림이 너무 심하다. 비행기를 몇 번 타봤지만, 이렇게 강렬한 터뷸런스는 만나 본 적이 없다. 혹시 이러다 죽는 건 아닐지 너무 너무 무섭고, 내 옆의 승객들도 자다가 일어나 앞좌석을 꼭 부둥켜 앉는다. 뒤에 앉은 팬더는 무서워 하는 날 위해 얼른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난 그 손을 잡으며 안정을 찾는다. 혹시, 이러다 미지의 섬 '로스트'로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별 생각이 다 나더라.
잠시 후 비행기가 안정된 기류를 타고 떨림이 멈추었지만, 그래도 내 심장의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승객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스튜어디스들은 서둘러 기내식을 나누어 주고, 난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서 멀미약만 한 알 먹었다. 내가 기내식을 안 먹다니… ㅠ
약 7시간의 비행 후, 보고타에 내렸는데… 내 어깨에 곰 열마리가 있는 듯 너무 피곤하다. 새벽 동안 내내 시달려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내 다시는 아비앙카를 타지 않으리!! ㅠ 아 정말 무서웠다고.
<보고타에서 상파울루.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데 11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오늘 돌아간 때는 비행기로 아마존을 가로질러 단 몇 시간이라니..... 웬지 섭섭한걸??>
<다시 돌아온 보고타>
약 7시간의 대기 시간 동안 면세점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그런데 워낙 면세점이 작아서… 오빠가 부탁한 물건도 없고, 별로 살 것도 없어 보인다. 마침 보이는 후안 발데스 커피 상점에서 원두만 몇 개 구입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콜롬비아 커피 맛을 조금 보여 줄까 해서… ^^
그리고 다시 심심해 진 우리. 대기실에 앉아 인터넷을 하는데… 우리를 쫓아 낸다. 알고 보니, 콜롬비아는 마약 때문에 보안 검색이 철저해서 여러 번 짐 수색을 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한 번 뜰 때마다 각 대기실에서 짐 검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기실을 들어가지 않으면 콘센트가 없어 노트북 전원을 꽃을 길이 없다. 결국, 우린 철새처럼… 이리 저리 비행기 한 대 뜰때마다 이리 저리 대기실을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밤 새 힘든 비행이었는데, 대기실에서도 철새처럼 이리 저리 돌아다니니 참 피곤하다. 에이! 콜롬비아, 끝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구나.
그래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을 보며 지루한 대기시간을 버틸 수가 있었다. 약 7시간의 대기가 끝나고, 우리가 비행기에 다시 올라 탈 시간이 되었다. 보고타를 출발 해, 깔리에서 한 시간 대기를 하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다.
이번엔 다행히 둘이 나란히 앉을 수 있다. :)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아 비행기는 줄기차게 흔들렸지만, 어제도 강도도 약하고 팬더가 옆자리에 앉아 어제보단 훨씬 마음이 안정된다. 이제 눈 뜨면 스페인 이겠지? 하루 밖에 못 있어 아쉽지만, 스페인!! 한 숨 자고 만나자!!
남미야 그럼... 안녕. 평생 가지고 갈 추억을 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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