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4 Sun 2010
- 11시 15분 호스텔에서 출발
아침에 일어나니까 9시 반. 에잇 망했다.(팬더 말투 따라하기!) 5시에 일어 나려고 했는데… 팬더가 5시에 맞춰 둔 시계를 꼭!! 끌어 안고 잤단다. 이대로 40km 걷기를 감행해야 하는지… 아님 욕심을 버리고 2일 동안 나눠서 걸을까? 우선은 2끼 도시락을 가지고 출발을 해 보고, 올라 가면서 더 생각 해 봐야겠다.
오늘 가져 가야 할 준비물은 꽤 많았다. 팬더의 60 + 10 리터 가방에 가득 넣어서 팬더가 짊어 지기로 했다. 팬나귀야 미얀~ 토끼도 가방 있으면 같이 매는 건데… @.@ 우선은 가장 중요한 도시락 2끼 분. 점심은 컵라면 두 개랑 보온병에 물 담아서, 그리고 밥 말아 먹을 흰 쌀밥 1통 + 볶음 고추장. 저녁으로는 볶음밥 2 통을 챙기고 비상용으로 물 2통과 초콜릿 하나도 준비 한다. 그 외에도 썬크림, 썬글라스,우산, 카메라,내복, 우비, 랜턴 - 건전지, GPS, 휴지, 버프, 손수건, 카메라 + 렌즈 3개, 비디오 용 카메라, 옷 - 두꺼운 것 까지 챙기니… 꽤나 묵직한 가방 무게. 약 8~10 kg 정도 되는 것 같다. 팬나귀 파이팅!!
*** 산에 다녀 온 지금 생각하기에, 가장 잘 챙긴 준비물은 우리 신발들 이었다. 트레킹화가 없는 우리는 양말 신고 등산용 샌들을 신고 갈까, 아님 눈에서 신는 신발을 신고 갈까 고민하다가 눈에서 신는 신발을 신고 갔다. 그런데 워낙 진흙도 많고, 비 온 다음에 물 고인 땅도 많아서 굽 높은 신발을 신기 잘 한 것 같다. 등산용 샌들을 신고 갔었다면, 발이 아마 다 젖어서 엄청 추웠을 거다.
그리고 컵라면이랑 보온병. 추운 날씨에 따듯한 국물을 먹으니 어찌나 살 것 같던지. 컵라면은 오늘 가진 것이 마지막이었지만, 내일 보온병에 따듯한 숩이라도 싸 가야 겠다. 그리고 우리의 방한을 책임졌던 물품들. 버퍼, 선글라스, 목도리, 두꺼운 옷 등등. 날씨가 워낙 춥기도 했고 비와 우박을 맞을 때 얼굴을 꽁꽁 싸 맬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던 GPS 역시 효자물품이었다.
반면에 괜히 들고 갔다 싶었던 건 렌즈들. 너무 추워서 렌즈 갈아 끼기도 귀찮아서 표준 렌즈만 썼다. 이렇게 안 쓸 줄 알았으면 괜히 무겁게 들고 갔다.
우리의 하루 동안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 11시 45분 국립공원 입장 - 30분이 넘도록 국립공원 입구를 찾느라 마을을 헤맸더니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 1시 30분 전망대를 지나 적당한 곳에서 컵라면 식사 - 전망대까지는 가이드북에서 제시한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2시 25분 진흙에 미끌려 토끼 넘어 짐 - 길이 미끄럽기도 하고, 물 웅덩이가 많아서 물 웅덩이를 피하다가 미끌려 넘어졌는데, 마침 손을 짚은 곳이 가시나무가 있는 데라 손바닥에 가시 다 찔렸다
- 5시 30분 정상 도착 - 5시간 45분만에 드디어 정산을 밟다. 4시간 만에 올라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워낙 마지막에 오르막이 가팔라서, 올라가다 쉬다 올라가다 하는 바람에 좀 늦었다.
- 6시 45분 2차 식사 - 가장 가팔랐던 바윗길을 내려 와서 작은 오두막(?)이 있길래 그 곳에 앉아서 볶음밥으로 2차 식사를 끝냈다.
- 9시 45분 국립공원 입구 도착 - 10시간의 힘들었던 행군을 마치고… ㅠ.ㅜ
- 10시 10분 호스텔 도착 - 트렉 시작에서 호스텔까지의 거리가 꽤 되더라…
가이드북에서 말 하는 8시간 이라는 말은 다 뻥이었다. 8시간은 무슨 8시간. 정말 서양친구들 처럼 열심히 걸어야 8시간이고, 우리 체력에는 그 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팬더 말로는 팬더 혼자 갔으면 8시간을 맞출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하지만, 나랑 같이 가는 바람에 1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럼 나만 느림보?? ㅠ.ㅜ 그리고 호스텔에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걷는 길도 꽤 되서, 총 11시간의 외출을 한 셈이다. 만약 오늘 40km 걷는 스케쥴로 갔으면 뼈도 못 추렸으리라…
처음의 경사는 별로 힘들지 않았으나 마지막에 나오는 돌 길이 특히나 위험했다. 돌 길 시작하는 길에, 경고 문구(위험한 길이니 트레킹화를 신지 않았으면 더 이상 올라가지 말라는)를 보고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 보단 덜 위험하긴 했지만, 내려 갈 때가 작은 돌들이 같이 쓸려 내려오는 바람에 미끄럽고 무척 위험 했다. 신발의 중요성을 톡톡히 체험 했다. 특히나 팬더의 신발은 스파이크까지 박힌 접착력이 우수한 신발이라 나보다 덜 미끄러웠던 것 같다.
오늘의 경치는… 카프리 호수까지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지금 같은 날씨에는 무리하지 말고, 카프리 호수까지만 갔다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구름 때문에 끝까지 올라가도 산 경치도 잘 안 보이고, 정상에선 우박을 어찌나 맞았는지 아프고 춥고 왕고생 했다. 그리고 호수 근처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호수까지 100미터 남겨두고 못 간 것도 너무 아쉬웠다. 정상까지 다 올라 가서 마지막 100미터 남겨 두고 못 가는 심정은…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그래도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어서 뿌듯하긴 하다만…
-사진과 함께 하는 피츠로이 트레킹-
<출발전....오늘도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ㅠㅠ 토끼의 새로운 아이템. 방풍 썬글라스>
<팬더의 새로운 아이템. 곰곰이한테 받은 모자>
<피츠로이로 가는 입구입니다. 출발해볼까요?>
<길은 약간 진~~득한 진흙이 있었답니다. >
<조금만! 올라가니 벌써 이런 좋은 풍경이???? 사실 이 풍경이 오늘의 전망 중에 가장 좋았답니다.>
<시어머니 방석이라고 불린다는 꽃나무. 보기엔 이쁘지만 실제로는 가시가 한~~가득이랍니다.>
<벌써 정상에 온 것 같습니다만.......다가올 고생이. ㅠㅠ>
<계속 질퍽질퍽!! 겨울용 신발을 신고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이 때 드네요>
<피츠로이 전망대... 그러나. 피츠로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양쪽 산들은 보이지만 정작 가운데 피츠로이는....없다??>
<가끔은 이렇게 오솔길 같은 곳을 지납니다.>
<전망대를 지나서....가는 길. 신라면을 쭈르륵~~ 먹습니다. 양이..참 아쉬움>
<멀리 산 아래에 빙하가 보여요~>
<토끼 업어지닷~!!!!! 그러게 팬더 말 안들으니깐 그러지~!>
<통나무 위의 댄싱 토끼.>
<우리 피츠로이는 아직도 얼굴을 감추고 있어요.>
<상시 물이 흐르는 곳. 잘못하면 신발에 물 다들어갑니다. ㅋㅋㅋ>
<오직 한명씩 지납니다. 혹시...부러질라...아래는 급류가 흐른답니다.>
<균형 토끼 ㅋㅋ>
<돌맹이가 길을 만들고...>
<3시간 반이 지나..급경사로를 오르기 전에 캠핑장이 있답니다. 일출을 보고 싶다면 여기서 하룻밤을..>
<급경사는 시작되고....>
<고도는 점점 올라가는데...바람..그리고 우박이 쏟아집니다. 악...!!>
<급기야 눈길까지...얼마전 눈이 왔다는데.아직 있네요.>
<정상에 다와서..! 하지만. 빙하 아래에 호수가 있답니다. 그 곳이 목적지.!! 눈 쌓인 내리막을 못건너고.
포기하고 마는데.........이.럴.수.가......>
<대신 뽀족산을 배경으로 한컷 날려보고.>
<경사로를 내려오면 작은 오두막이 있답니다.여기서 두번째 점심을..ㅋㄷㅋㄷ>
<비와 우박이 내리는 곳을 피해서...열심히 도망치니 하늘이 아름답네요....>
호스텔에 돌아 오니, 우리 말고 다른 3명이 더 있었다. 이 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이 사람이 없다는 것 이었는데, 사람이 생겨 버렸네. ^^:; 샤워를 마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내일 먹을 도시락 주먹밥을 준비 해 놓고, 방 안에 들어 왔는데… 온 몸이 다 쑤신다. 발톱, 발바닥, 복숭아뼈, 종아리, 허벅지, 팔, 어깨, 허리, 목 … 엉엉엉 이 몸으로 내일 또 어떻게 걸으려나…
오늘 하루가 우리에겐 도전이었다.
저질 체력 토끼양, 피츠로이 코스 도전에 성공!!
발이 약한 동물 팬더군, 피츠로이 코스 도전에 성공!!
내일은 또레 산 코스로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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