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3 Sat 2010
아침 부터 은근 바빴다. 아침은 소파 끓여서 먹고, 계속 짐 정리를 시작 했다. 이상하게도 짐 정리를 해도 해도 끝이 안 난다. 안 입는 옷도 정리해서 정리함에 넣고, 주방 기구도 잘 정리 해 두고, 지난 몇 주간 풀어 놓았던 짐들을 다시 차로 옮겼더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남들처럼 배낭 풀었다 싸는 정도가 아니라 이사를 하는 기분 이랄까? 지금 출발해도 오후 2시쯤 도착 하니까, 과연 오늘 트레킹을 갈 수 있으려나 싶다. 그래도 오후 4시까지만 들어가도, 6시간 짜리 트레킹을 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일찍 가 봐야지.
짐 정리를 마치고, 사무실에 가서 해야 할 일 들이 있었다. 우선은 숙박비 정산. 팬더의 은진이 수학과외와 컴퓨터수리 덕분이었는지, 숙박비를 조금 제해 주시면서 맛있는 것 사 먹으라고 하시는 달콤한 사모님의 목소리. 차마 거절은 못하고, 다시 지갑에 돈을 넣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 드렸다. ^^
그리고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사진과 동영상 옮겨 드리기. 팬더가 사장님과 미니트레킹 함께 갔을 때 찍은 사진들, 린다 비스타에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빙하 동영상을 옮겨 드리기로 했었다. 팬더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나는 옆에서 방명록을 썼다. 집처럼 너무 편안하게 지냈던 린다비스타^^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방명록 밑에는 대나무를 들고 있는 팬더와 당근을 들고 있는 토끼를 그렸다. 그리고 새롭게 은진이에게 붙여준 동물인 양도 함께 그렸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여서 사진도 찍고,이제 정말 갈 준비를 마쳤다. 이 곳도 안녕이구나. 너무나 서운해 하는 은진이. 에구~ 그래서 찰뗀 갔다가 또 들르겠다고 약속을 했다. 꼭 들려서 커피 마시고 가겠다고. 은진아 또 보자~ ^^ /
자, 드디어 출발. 벌써 오후 1시 반. 열심히 가도 오후 4시는 훌적 넘겠는데… 뭐 밤이라도 랜턴들고 내려 오면 되니까. 일단은 가 본다. 찰뗀은 뭐든 다 비싼 동네니까, 가기 전 슈퍼에 들러 간식 거리와 물을 사서 출발.
오늘은 날씨가 너무 너무 좋다. 우리가 떠나는 날, 날씨가 이렇게 좋다니! 산에 올라가기 딱 좋은 날씨다. 새 파랗게 들어 낸 하늘, 그리고 뽀얗게 누가 그려 놓은 듯 떠 있는 구름들, 따듯한 날씨. 모든 것이 완벽하다. 지난 번 찰뗀 갔을 땐 그렇게 날씨 안 좋고 힘들었는데… 오늘 그걸 다 보상해 주는 구나 싶다. 헤헤헤~
익숙한 그 길을 달려서 찰뗀으로 가는 길, 해도 나고 날은 좋지만, 이상하게 피츠로이 근처는 구름으로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는다. 꼭 산신령이 사는 산 처럼… 신비롭게 구름으로 덥힌 피츠로이. 내일은 꼭 피츠로이를 잘 봤음 좋겠다. 벌써 두 번째 찾는 찰뗀인데, 설마 삼고초려를 해야만 잘 볼 수 있나?
지난 번 잤던 그 호스텔(Arco iris)로 가서, 짐을 내려 놓고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지금 6시간짜리 트레킹을 가도, 11시에나 돌아 올 텐데… 그리고 깔라파테에선 그렇게 좋았던 날씨가, 여기 오니까 바람불고 흐릿 흐릿해 져서 오늘 가도 고생할 것 같다.
고민을 해 봤지만, 오늘은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까 먹었네. ㅠ 까 먹은 하루를 보충하기 위해 우리가 즉석에서 생각해 낸 방법은 내일 하루 동안 2가지 코스를 다 가 보는 것이다. 8시간 + 6시간 = 약 14시간짜리 코스. 새벽 5시에 출발하면, 밤 10시 쯤에는 돌아 올 수 있을 테니까… 맘 독하게 먹고 내일 죽도록 한 번 크게 걷고, 그 다음 날은 푹 쉬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빨리 자는 것이 중요 하다. 미리 도시락 싸 놓고, 시계는 새벽 5시에 맞춰 놓고, 잔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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