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6 Mon 2010
생일 주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가사일을 게을리 한다는 팬더의 불만으로 우리는 작은 불화가 생겼고, 결국 그 불화는 냉전으로 이어 졌다. 그리하여 오늘 원래 목표 했던 모든 곳을 다 제끼고선 바로 부에노스 아이레스(Bs As)로 출발 했다.
< Santa Catalina 교회. >
<오늘은 월요일..........................................ㅠㅠ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나도 고집이 세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듣지만, 팬더의 고집은 나보다 열배? 혹은 백배? 쯤은 질기다. 별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먼저 사과를 하려고 하지 않아 버티고 버티다 보니, 쓸데 없는 에너지 소모전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그렇다 쳐도, 귀여운 먹깨비 팬더는 배가 많이 고팠을 텐데, 아침부터 서로 음식을 만들지도 먹지도 않는 경쟁을 끈질기게 오후 늦게까지 이어 나가고 있었다. 팬더가 나에게 사과 한 마디만 하면 난 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정말 질기다 질겨. 결국은 내가 먼저 손을 들고는 화해하자고 하니, 그 때 되서야 팬더가 배 고프다고 밥 먹자고 한다. 아무튼 팬더 독한 건 알아 줘야 한다.
우린, 서로 말도 한 마디 없이, 음악도 없이 침묵 속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7시간을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정말 우리 독하지 않은가? 아마 내가 그 때 화해를 신청하지 않았으면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그러고 있었을 줄 누가 알겠어.
화해 후, 배 불리 밥을 먹고 나서는 고민이 생긴다. 냉전 덕분에 원래 가려고 했던 도시들을 지나쳐서 생각 보다 빨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 상 대도시에 밤에 도착 할 경우에 힘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쭉 뻗은 고속도로...이대로 부에노스까지 달린다.>
결국 내일 들어가려고 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늘 도착하게 생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선 주유소에 있는 공중전화를 찾아 현재 남미 사랑의 매니져님과(핸드폰) 남미사랑 호스텔로 전화를 해 보기로 했다. 도착하기 전에 전화를 드리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유소엔 전화기가 없었고, 두 번째 주유소엔 동전 먹는 고장 난 전화기가 있었다. 마지막 시도라고 마음 먹고 한, 세 번째 전화에서 한 여성분과 통화가 되었으나 매니져님은 10시 반이나 넘어 호스텔에 도착 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린 다시 전화를 하겠지만, 혹시 못 할 경우 지금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우린 조금이라도 일찍 부에노스에 도착하기 위해 속력을 높였다. 부우우웅~ 점점 고속도로의 넓이가 쑥쑥 늘어 나더니, 지금까지 본 도로와는 차원이 다른 최고 속도 130!!이 보이기 시작.
이건 완전 미쿡이잖아!! 정말 대단한 고속도로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고속도로. 감동이다. 이건 정말 톨비가 아깝지 않다.
<부에노스로 들어가는 입구. 서울로 진입하는 것 같이 톨 게이트도 엄청 많습니다.>
GPS가 정말 일을 잘 해줘서, 정확하게 남미사랑 호스텔 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벨을 딩~동 누르니 반갑게 맞아주는 매니져님. 라 봄바 데 띠엠포 라는 브라질 타악기 공연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밤이라 그런지 많은 주차장의 문이 닫혀 있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침 문을 연 주차장(24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주차를 마치고 들어선 남미사랑의 식당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거의 숙소의 모든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그리고 반가운 얼굴인 재영씨(와카치나에서 만났음), 그리고 여우까지. 헤헤~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모습에 피곤함도 잊은 채 팬더는 꼴딱 밤을 새고, 나도 늦게나 잠이 들었다. 중독성 있는 남미사랑.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 된다.
PS. 오랜만에 만난 여우. 고생을 많이 했는지 살이 쏙 빠져 있다. 혼자 돌아 다니느라고 분명 잘 먹지 못한게 분명하다. 그런 여우가 생일이라고 잊지 않고 내 선물을 사 온걸 보니, 참 고맙다. 은으로 된 마떼 빨대와 나무로 만든 마떼잔. 기념품으로 하나 사야지 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살 필요가 없어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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