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06 Tue 2010
자명종 시계에 잠을 깨어 외출 준비를 마칠 때 종철오빠가 걸어 온다. 다른 두 명을 더 챙기기 위해 밑으로 내려 가자 그 여우와 다람이 그 둘은 안 가겠다고 한다. 어제까진 좋다고 하다 왜 안갈까 싶었는데, 갈비뼈가 아픈 다람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다고 해 여우가 남아 있겠다 하는 거다. 이상하다. 여우 성격 상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고 따라 가고 다람이를 그냥 집에 두고 갈 사람인데, 왜 다람이만 특별 대우일까?
우리는 어제처럼 산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선 선교사님 댁으로 향한다. 어제 한 번 와 본 곳이라 그런지 익숙한 풍경이다. 덕분에 라 파스 구석 구석을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제와 같은 곳에 내리니 이미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계시는 선교사님. 참 추진력 강하신 분이다.
선교사님 차는 포드 익스플로러 98년식. 우리가 으릉이를 사지 않았더라면 샀을지도 모르는 차다. 그 당시 돈이 한 푼도 없어 살 수 없었는데 지금 와서는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 으릉이도 4륜 구동이었으면 이 곳 저 곳 가리지 않고 다 둘러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만능 자동차 포드 익스플로러!!! 윽.....갖고 싶다>
가볍게 도시 밖으로 달려 나가니, 꼭 달의 계곡을 가지 않아도 도로 곳곳에 달의 계곡처럼 생긴 산 등성이가 널려 있다. 뾰족뾰족 솟은 계곡의 모습이 참 신비롭게 아름답다. 비가 와서 깎이고 침식되어 생긴 작품이라 하는데, 어쩜 저리 생겼을까.
달의 계곡 입장료는 1인당 15 볼리비아노 라고 한다. 우린 기꺼이 들어갈 용의가 있었는데 선교사님의 반대로 그냥 근처 언덕에 올라 가 감상하기로 했다. 막상 들어가봐도 이렇게 보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나는 슬리퍼를 신고 와 살금 살금 올라 가는데, 등산 샌들을 신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성큼 성큼 올라가던 팬더만 꽈당! 했다. 작은 돌맹이들이 많아 미끄러워서이다.
진짜 언덕에 올라 가니 선교사님 말대로 입장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달의 표면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달의 계곡. 그리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 이름이 달의 계곡 이라는 설도 있다. 조금만 더 가면 해의 계곡이 있는 데 가면서 해의 계곡도 보여 주신다고 한다.
<토끼는 쪼리를 신고서 오릅니다.>
<계곡 지킴이 멍멍군. >
<원래는 이런 투어차로 와야하지만...^^ >
<달의 계곡 위에 달이 떳습니다.>
론니에 써 있기로는 동물애호가 들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동물원을 지나(실제로 가 본 선교사님 말씀에도 둥물들이 털 다 빠지고 다 죽어 간다고 한다.) 해의 계곡으로 달려 갔다. 그리고는 다시 평화로운 동네인 발렌시아 지역으로. 이 발렌시아 지역이 그나마 해발고도가 낮아 숨쉬기가 쉬운 곳이라 한다. 그런데 종철오빠 어깨 디스크가 정말 고도와 관련이 있는지 해발고도 낮은 곳에 오니 어깨도 좀 덜 아프다는 것이다. 정말 고산병이 맞았나 보다.
발렌시아에서 선교사님이 사 주시는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입에 물고 시간을 보내다 다시 라 파스 동네로 되 돌아 왔다. 마침 오늘이 차량 5부제에 걸리는 날이라 선교사님 차는 시내로 가져오지 못하고 근처 호텔 앞에다 주차를 해 놓고는 같이 미끄로 버스에 올라 탔다. 어제처럼 우체국에 도착 해, 어제 갔던 그 식당으로 다시 밥 먹으러 갔다. 어제 두 끼나 얻어먹은 우리가 밥 값을 계산하겠다 말씀 드렸더니, 어제와는 달리 가장 저렴한 오늘의 메뉴를 주문하신다. 비싼 것 드셔도 되는데, 가난한 여행자들을 배려해 주시는 따듯한 마음이 한 껏 느껴진다.
<선교사님께서 데려다 주신 이 곳. 태양의 계곡 이라고 합니다.>
<태양의 계곡 아래 집들. 라파즈 시내의 모습과는 너무 상반 됩니다.>
<집 옆에는 경기장까지...우아~~>
<아스끄림 쪽쪽 빨고선...>
<팬더는 쌍쌍바???>
<라파즈 시내로 돌아옴>
맛있게 밥을 먹고는 선교사님과도 짧지만 아름다웠던 만남을 뒤로 하고는 사진 한 장을 남기고 헤어졌다. 우리가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쩌냐고 말을 해도, 하느님의 뜻이라고만 말씀해 주시는 선교사님. 정말 좋으신 분이다.
우리는 마침 환전해 놓은 볼리비아노가 똑 떨어져 환전을 하고, 아까 먹은 점심 값을 오빠에게 주려는데, 받지를 않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전까지 우리도 한 동안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나름 짧은 이별을 앞두고 오빠가 밥을 한 번 사고 싶었다 하는 것이다. 난 '여행자가 뭔 돈이 있다고' 하는 상투적인 말로 고마움을 대신한다. 같이 있으면 의지되고 든든한 곰곰이. 보고 싶을 거다. 그래도 다시 만날 날이 있기에 아쉬움을 떨쳐 놓고는 네 번째 이별을 고한다. 네 번째 이별이 있으면 다섯 번째 만남도 있기에.
<사진 출처 - 곰곰이 홈피 . 나비공장 : nabigongjang.com>
우리는 숙소로 돌아 와 다람이와 여우가 어떤지 보러 갔더니, 아픈 다람이를 위해 손수 초코케익을 사다 준 여우의 모습에 우린 또 한 번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초코케익을 살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다람이에게만 친절하지? 나도 장난으로 초코케익 사달라고 해 보지만 내 말은 씨도 안 먹히는 걸 보니, 다람이게만 특별대우가 확실하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팬더도 뭔가 수상하다고 한다. 으흠. 우린 유능한 동물 탐정들. 앞으로 더 관찰을 해 봐야지.
우리는 루비 케이블을 고치러 밖으로 다시 나가본다. 케이블 접촉 불량으로 멕시코서 한 번 고쳤는데 또 이상하다. 계속 뺑뺑이 뺑뺑이를 한 끝에 찾아간 거리는 모든 전자제품 부품점과 수리점이 모여 있는 골목이었다.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찾은 전파상.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라 납땜을 다시 해 준다. 그리고 고정을 할 실리콘이 없으니 실리콘을 사 오라고 해, 근처 문방구를 뒤져 실리콘을 사 오니 마무리까지 해 준다. 수리비는 정말 저렴한 5 볼리비아노. (약 850원) 멕시코는 같은 일을 해 주고 만원이나 받은 것에 비하면 엄청나다. 감사합니다. 이제 앞으로 한 동안 루비 전원선 걱정 없이 쓸 수 있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음료수 한 병을 사들고 들어 오니, 맛있는 매운닭볶음이 거의 완성 직전이었다. 여우표 닭볶음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헤헷.
원래 일정대로라면 내일 떠나려고 했지만, 뜻 밖의 많은 일들이 생겨 라 파스 관광을 하나도 하지 못했기에 내일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루레나바께는 가지 않기로 했다. 아마존 체험을 위해 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소형 비행기를 탈 자신도 없고 19시간 비포장 버스를 달릴 자신도 없다. 괜히 갔다가 더 아플 수도 있기에 과감하게 포기. 뭐 다음 기회가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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