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05 Mon 2010
오늘은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 월요일이 되면 하려고 했던 SOAT에 가입하기. 주차장 청년과 택시 아저씨에게 자문을 구한 뒤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서(자동차 등록증, 운전 면허증, 여권 사본 등) 보험을 들 수 있다는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경찰서에 도착하니 이곳이 아니라고 다른 건물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면허증 발급소 같은 건물에 다시금 도착하니 개인 운전자는 사설 보험회사에서 들어야 한다고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 한다. 그리고 몇 번을 헤매고 물어 보고 나서야 도착한 Credinform 이라는 보험회사. 처음부터 회사 이름이라도 알았더라면 이렇게 찾기가 힘들지 않았을텐데 길거리에 가는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는 다짜고짜 "Donde se vende SOAT?"이라고 물으니 서로 엉뚱한 데만 알려 주고, 우리만 죽도록 헤맸다. 헥헥~
보험회사를 찾고 나서도 우리의 삽질은 연속이었다. 번호표를 뽑는 시스템이 없는 이 곳에서는 줄을 서야 하는데, 그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의 줄 이었던 것이다. 한 명이 끝나면 한 명이 앞으로 당겨 앉는 방식이었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데 앉아 있다가 우리 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까지 순서를 빼앗겨야만 했다. ㅠㅜ 보험 한 번 들기 참 어렵다.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고, 보험을 가입하는 데 1개월은 불가능하고, 무조건 1년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폐루와 같은 시스템이다. 어쩌지? 조심스럽게 우선 가격을 물어 보는 데 1년에 백 볼리비아노 란다. 응? 겨우? 1년 보험비가 17,000원 밖에 안 한다니. 정말 저렴한 볼리비아. 우와 최고다!! 한 달에 1,400원 꼴이다. ㅋㅋㅋ 이건 뭐 생각 할 것도 없이 1년 가입이다. 우린 조심스럽게 백 달러 예상했는데, 백 볼리비아노라니… 크크큭~ 보험회사 찾느라 고생한 건 까맣게 잊고 다시 기분이 UP UP
<라파즈 센트로 언덕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한 끝에 종이 한장을 얻었답니다. ~!>
12시 우체국 앞에서 종철오빠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팬더 먹을 소염제와 곰곰오빠를 위한 크림 하나를 샀다. 건조해서인지 발바닥이 심하게 갈라져 피까지 나는데, 꾸준히 크림을 발라주면 효과가 있으니 꾸준히 바르라고 해야 겠다.
우체국에 도착하니 종철오빠는 누군가와 열심히 이야기 하는 중이었다. 어라? 누구지? 우리도 합류해 인사를 드리니, 볼리비아에서 오래 동안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 이셨다. 난 이상하게도 볼리비아와 쿠바가 비슷한 인상이라, 볼리비아에 교민이 있다는 건 내게 신기한 일이었다. 종철오빠의 정체(곰곰이?)를 아신 선교사님은 점심 한 끼를 대접해 주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도 부록처럼 달려 함께 근처 분위기 좋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고민할 필요 없이 알아서 주문을 해 주셨고, 음식은 너무 맛 좋은 스테이크 였다. 지금까지 볼리비아에서 사 먹은 음식들과 너무 다른, 맛 있는 스테이크. 술술 넘어 간다. :)(: 헤헷
약 30년 전에 볼리비아에 처음 오신 선교사님은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볼리비아도 많이 발전했다며 넉넉한 웃음을 지으신다. 처음 언어가 힘들어 야간 고등학교에 등록해 부딪히며 언어를 배운 이야기부터 지금은 약 3,000명의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는 4개의 교회를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한국에서의 나는 기독교란 집단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편이었는데, 여행을 다니고부터는 조금 마음의 문이 넓어 지고 있다. 아마 기독교란 이름으로 혹은 종교인이란 명찰을 붙이고선 '왜 저렇게 살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오히려 해외에서는 이렇게 조용히 하지만 꾸준하게 사역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나 역시도 편견 속에서 기독교란 집단을 바라본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알파카 스테이크 였습니다. 이 음식점에서 최고급 이었습니다. ^^;>
오늘 저녁 6시, 밤차를 타고 수끄레로 가기로 한 종철오빠는 발목이 잡혔다. 선교사님께서 기꺼이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셨기 때문이다. 밥이나 한끼 먹고 내일 가라는 설득에 고민하다 결국 표를 내일 것으로 바꿔 버렸다. 역시나 추진력 강한 선교사님.
그리고 지금 같이 사역장을 둘러 보러 나가자는 말씀에 우리도 흔쾌히 일어섰다. 선교사님 차를 타고선 약 10분쯤 달리니, 라 파스와 엘 알토 중간 지역에 위치한 학교처럼 생긴 건물이 나온다. 안을 들어서니 아주 어린 유아부터 청소년들까지 각자 반을 나눠서 나이에 알맞은 교육을 받고 있었다. 마침 식사시간이라 다들 밥을 먹고 있었는데, 위생상태도 좋아 보였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아 보였다. 이렇게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아이들에겐 참 다행이었다. 지금 일하는 선생님들도 다들 이 학교 출신인데, 서로 도움을 받고 또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줄 수 있으니 참 좋은 제도 였다. 하지만 볼리비아엔 이렇게 케어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 한데, 케어 할 수 있는 아이들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그 기준선에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역차별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이런 사업들을 확장시킬 수도 축소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선교사님 차를 타고 가는 길.... 달의 계곡처럼 생긴 바위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엠마누엘 교회 도착>
<기자재 들을 아주 잘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규칙적이고 기본적인 생활 습관인 이닦기. 어린이 각자 한자리씩 꼭 자기 것이 있었답니다.>
<교회 투어를 시켜 주시는 현지인 선교사님>
우리는 시간 맞춰 다시 우체국 앞으로 돌아왔다. 선교사님이 소개시켜 주신 로베르또 라는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 청년이 혹시나 볼리비아 국제 운전 면허증을 만드는 데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우리는 그 청년과 함께 BAA (볼리비아 자동차 협회, 미국의 AAA, 캐나다의 CAA와 같은 단체 이다.)도 다녀오고, 경찰서에 가서 임시 운전면허증이 나올련지 물어봤지만, 모두들의 대답은 NO. 아르헨티나부터는 경찰들도 영어를 잘 하고 기준이 강화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면허증으로는 다들 힘들다는 의견이라 꼭 볼리비아에서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받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녀야 겠다. @.@
<혹시 볼리비아 현지 면허증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곳에서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해 준답니다.>
로베르또와 헤어지고 선교사님 댁에 들고 간 케익을 사러 돌아다니는 데 발견한 한국 슈퍼. "Unicentro" 도심에 꽤 커다란 매장이었다. 한국 과자, 라면 등의 식품류와 기타 생활 필수품에 옷까지 파는 단순 슈퍼가 아닌 하나의 복합 매장이었다. 우린 단숨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 필요는 없지만 팬더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이라 그래 '애니타임' 한 봉지와 빨래망 하나를 구입. 그런데 곰곰이는 이것 저것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다 보니 200 볼리비아노 이상의 가격이 나온다. 헉, 저걸 어찌 다 들고 다니려고, 어깨 디스크에 어깨까지 아픈 사람이 말야. 하지만 아무도 곰곰이를 말릴 수는 없었다.
숙소에 들러 짐들을 놔두고는 선교사님 댁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고 산 프란시스코 광장으로 나왔다. 볼리비아에만 있는 합승택시 제도. 목적지를 창문에 써 붙여 놓고는 그 목적지에 맞는 사람들만 타는 데 1인당 3볼리비아로(앞자리 2명, 뒷자리 3명의 손님을 태운다.) 매우 저렴하다. 우리도 Los Pinos 라고 붙은 합승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다들 씽씽 지나갈 뿐, 기다리다 못해 일반 택시를 잡아 타고는 Los Pinos로 향했다.
길이 막히기도 하고, 택시기사가 길을 잘 몰라 헤매는 바람에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선교사님 댁에 도착을 했다. 미리 마중을 나와계신 선교사님 덕분에 헤매지 않고 댁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한국식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에 특히나 선교사님댁은 한국식으로 꾸며 놓으셔서 괜시리 반가웠다. 들어서자 사모님은 인터넷으로 TV를 보고 계셨는데, 우리에겐 내색은 안하지만 뭔가 속상한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때를 잘 못 맞춰 온 건가 싶었지만, 우리도 내색하지 않고 자리로 앉았다.
가정식 저녁을 차려주신 사모님은 음식솜씨가 훌륭하셨다. 맛있는 국과 반찬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것이라 우리에겐 더 뜻 깊었다. 반찬이 다 떨어지면 새로 꺼내다 주시고, 또 새로 꺼내다 주셔서 정말 원대로 밥을 먹었다. 잘 모르는 스쳐지나는 사람인 우리에게도 이렇게 따듯하게 대해주시는 선교사님 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진짜 하느님이 계시다면 선교사님도 잘 보살펴 달라고.
<사모님께서 한~~상 가득 차려주신 한식>
식사를 마치고 사모님이 내 주시는 수박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내일 아침에 다시 이 곳으로 오면 달의 계곡을 보여주겠다 하신다. 달의 계곡까지? 우리야 감사하지만,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나 걱정이 되어 살짝 망설이자 그 마음을 아셨는지 단호하게 내일 아침 9시까지 오라고 통보를 하신다. 넵!!
숙소로 돌아와서 종철오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람이와 여우가 등장 했다. 마침 숙소를 예약해 놓았는데도 오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도 눈치가 보였는데 다행이다. 우리가 없는 사이에 둘은 많이 친해졌나 보다. 그리고 내가 쿠스코 호스텔에 두고 간 내 목도리도 돌려 받았다. 헤에~ 없어진 줄도 몰랐는데, 쿠스코에 두고 왔었다. ^^*
<곰곰이가 오늘 산 단무지. 라면을 먹으면서 함께 얌얌..어찌나 잘 먹던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내일 아침 7시 반쯤 집합을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선교사님의 달의 계곡 투어에 모두들 참석하기로 한 것. 뜻하지도 않게 계획하지도 않은 일정들이 스르륵 생기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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