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16 Fri 2010 ]
춥고, 매트리스의 시트가 너무 작아서 몸을 조금만 움직였다 하면 돌돌 말리는 통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눈을 떴다. 작은 오두막에 불 꺼진 난로가 눈에 가장 먼저 띈다. 으 춥다! @.@
팬더는 아침 먹으러 떠나고, 밤새 배 앓이를 한 나는 방 안에서 대기 한다. 꼼짝 할 수도 없이 춥다. 씻을 물은 커녕 화장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방에 전기 플러그도 없어 밤 새 전기도 물도 없는 곳에서 하루를 지냈더니 조금은 현지인들과 비슷한 생활인 것 같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들은 차에 미리 다 실어 놨다. 주인 아저씨는 우리에게 차를 사고 싶다고 얼마냐고 묻는다. 자기가 $5,000 주고, 법적인 문제는 알아서 한다고 계속 팔라고 한다.
(아저씨~ 안 팔아요~~)
숙박료에 포함 된 식사 두 끼 식사를 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하자, 잠시만 기다리라 해 놓고 10분이 넘게 우리를 밖에다 세워둔 채 소식이 없다. 뭐지? -_- 방 안으로 들어 가 다시 물어 보니, 환불을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미 식사가 포함된 가격으로 흥정을 했기 때문이란다. 어제 밥 먹기 한 참전에 이미 식사를 못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이제 와서 발 뺌을 한다. 인디언들에게 손님의 권리를 이야기 하기는 무리일까? ;;; 여러 차례 이야기 한 끝에 식사비로 $4을 환급 받을 수 있었다.
<다시 살아난 토끼>
숙소 바로 뒤에 있는 작은 동산에 올라서자, 우와~~ 전혀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곳에 호수가 펼쳐져 있다. 끼토 아저씨가 얘기했던 에콰도르의 백두산이 짠~ 하고 신기루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곳의 사진을 찍어가 백두산 천지 호라고 해도 다 믿을 것 같은 산 정상에 고인 아름다운 호수. 햇빛이 쨍~하고 비쳤다면 더 아름다웠을 테지만 약간은 구름에 가리워진 이 모습 자체도 이 곳 원주민들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메라 17mm 렌즈에 겨우 담기는 크기의 낄로또아 호수. 너무 아름답다. 저 아래 호수 밑까지 내려가 보고 싶지만, 어제의 사고 휴유증 + 고산병 증세까지 있는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숨이 헐떡 헐떡 대는, 여기는 3,940m.
이 곳 원주민들은 이 호수가 바닥이 없다고 믿는다. 그만큼 그들에겐 신성시 되었던 이 곳. 하지만 지금은 이 호수를 관광객에게 팔기 바쁘다는 인상을 받는다. 마을을 들어갈 때마다 받는 외국인 입장료, 그리고 곳곳에 영어로 세워진 간판들, 그리고 카누 등의 상품들.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호수 근처에도 호스텔이 있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주변을 걸어보다, 이제는 다시 밑으로 내려 갈 시간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바뇨스까지. 1,500m 정도의 온화한 고도라 도착하면 고산병 증세가 완화 되겠지? !.!
구불 구불 내려 오는 길도 아찔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땐 빵빵!! 소리를 내며 반대편에 오는 차에게 주의를 주면서, 쭉 쭉 내려간다
바뇨스에 접어 들고,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고민하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 한 Chimenea로 결정했다.
가격은 1인당 $8.5 로 하루에 $17이나 하지만 주차장도 있고, 시설도 맘에 들어서 이 곳으로 결정 했다.
(도미토리 6.5$)
<주방 사용 완전 편리!!>
<호스텔 뒷쪽으로 보이는 폭포>
<성당을 중심으로 오목히 자리한 바뇨스. 밤이 되면 보라색 조명이 성당을 밝힙니다.>
짐을 풀고, 서서히 배가 고파 온다. 어제 하루 종일 제대로 못 먹었더니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고추장 넣은 매콤한 파스타. 아플 땐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처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데… 너무 너무 기운이 딸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당에 가서 사 먹을 것을, 너무 고생이다.
<투어 회사가 즐비한....바뇨스의 거리.>
<바뇨스의 슈퍼마켓-사진 왼쪽에 토끼도 끼었네요 ㅋㅋ>
그래도 완성된 요리를 먹었을 땐!! 그래!! 이 맛이야!! 하며 손바닥을 짝짝!! 치며 맛있게 잘~ 먹었다. 매콤한 고추장 파스타를 맘껏 먹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추노를 보는데, 행복하다. 역시, 적당한 휴식과 적당한 문명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이다.
<요리 팬더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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