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2 Thu 2010]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껴 있다. 지난 5일 동안 반짝 반짝 날씨 좋다가 맘 놓고 놀려고 한 날 이렇게 흐리다니!! 말도 안 된다!! 바닥을 보니, 밤새 비가 살짝 왔는지 젖어 있기까지 하다. 어쩌지. 어쩌지. 일정을 하루 더 미루자니, 오타발로 장 날을 놓치게 되고… 역시 시간 있을 때 미리 놀아야지, 이제 와 놀려고 하니 이렇게 뭐가 안 맞는다.
툴툴 거리면서도 어제 미리 싸 놓은 점심을 가지고 여행사로 간다. 여행사에서 자전거는 하루 종일 $5, 버기는 시간 당 $10, 쿼드는 $8에 대여 중이다. 날씨도 그렇고, 빡센 자전거는 Pass, 쿼드는 1일용 혹은 좁은 2인용이라 Pass, 넉넉하게 버기를 대여하기로 했다. 나름 널찍한 두 자리. 맘에 든다. 신분증을 맡기고 선불 2시간 어치 비용을 지불하고, 지도만 가지고 바뇨스 교외 폭포길로 향한다.
가장 유명한 길은 바뇨스에서 출발 해 뿌요까지 가는 길인데, 총 64km 보통 이 구간이 내리막이라 산악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돌아 올 때는 버스를 타고 돌아 온다고 한다. 그 구간 중간 중간 많은 폭포가 있고, 그 폭포 위를 지나는 작고 아찔한 리프트 등등의 볼거리도 많은 곳이라 우리도 이 구간을 따라서 간다. 하지만 뿌요마을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중간 지점에 있는 폭포까지 갔다가 돌아 오는 게 오늘의 일정.
살짝 빗방울이 얼굴을 스치지만 개의치 않고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출발한 지 10분만에 돌아와야 했으니, 뚜껑이 없는 버기차에 비바람이 그대로 들어 오다 보니 썬글라스 없이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어 숙소에 썬글라스를 가지러 들른 것이다.
이번엔 진짜 출발이다. 최대 속력이 60밖에 안 나는 버기차라 큰 차들은 빵빵 소리를 내며 우리를 무시하며 지나간다. 칫~ 겁 하나도 안 난다. 쭉~ 전진 하여 도착한 첫 번째 폭포. 우리 보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은 버기를 주차해 놓고 리프트를 타고 폭포를 한 바퀴 둘러 보고 온다. 가격은 1인당 $1인데, 너무 아찔 해 보인다. 우린 망설이다 망설이다, 돌아 오면서 하기로 했다.
이번엔 토끼가 운전할 차례. 자리를 바꾸고 쭉 밟는다. 이게 얼마 만에 잡아 본 운전대인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돌진!!
그.런.데. 갑자기 나온 장애물. 동굴이다. 꽥!! 어쩌지? 길이 하나 밖에 없으니 지나가야지. 천연동굴이라 불도 없이 캄캄하다. 거기다 뒤에 무섭게 달려 드는 트럭 때문에 무서움이 더하다. 옆에서 팬더는 "밟아!!!!"라고 소리치고 난 엣다 모르겠다. 싶어 쭉 밟는다. 드디어 빠져 나온 동굴. 휴~
그리고는 5분도 안 되어 새로운 동굴이 나온다. 아까 통과한 동굴의 경험을 되살려 여유롭게 빠져 나가려는데… 여긴 천장에서 물까지 후다닥 떨어진다. 맨 살에 그대로 떨어지면 꽤 아프다. ㅠ.ㅜ 이 곳도 비명을 지르며 돌진!! 아 역시, 운전은 어렵다.
또 다른 폭포 앞에서 런치 타임을 갖기로 했다. 어제 저녁 정성껏 만든 토끼표 샌드위치를 사이 좋게 나눠 먹는다. 내가 만들었지만, 어찌나 맛있는지.. ㅋㅋ 새콤 달콤 매콤한 토끼표 샌드위치.
다시 운전석을 팬더에게 양보하고 앞으로 직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이름이 뭐였더라?? -_-a )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 입장료는 $1씩 따로 받는다. 가볍게 생각하고 들어 간 폭포는 생각보다 운동을 요하는 코스 였다. 끝이 없는 내리막길… (이걸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말? ㅠ)
굽이 굽이 내리막 길을 지나 중간 전망대에서 폭포를 감상하고, 다시 밑으로! 밑으로! 끝없이 내려 간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계단을 지나, 흙길을 지나, 아슬 아슬 흔들 다리를 지나 드디어 폭포 밑에 도착했다. 얏호!! 폭포 앞을 걸어가자, 물보라가 일며 폭포 물이 다 튀지만, 더운 날씨라 그것도 O.K 나이아가라에 비하며 약한 물보라지만 시원하게 공중에 흩날리는 물보라를 바라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우려하던 오르막 길. 역시나, 반쯤 올라가고부터는 헥헥~ 거린다.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 않는 계단 들이 어찌나 밉던지… 결국은 2/3 지점에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숨을 고르고 스스로 쪼물락 쪼물락 다리 마사지도 한 뒤에야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버기에 다시 올라 타 시계를 보니, 벌써 바뇨스를 출발한 지 2시간 반이나 지났다. 30분 안에 쉬지 않고 밟아야지만 3시간 안에 돌아갈 수 있다. 돌아오면서 타려고 했던 아슬 아슬 동력으로 움직이는 리프트는 과감히 포기 하고, 바뇨스로 직행 한다.
한 바가지 흘린 땀은 자연스럽게 바람에 식는다. 다시 한 번 "야~~~호~~" 소리 지르며 버기 차에 몸을 맡긴다. 아까 한 번 지나 와 봤다고 돌아오는 동굴 길은 참 쉽다. 이게 버기니까 망정이자, 자전거 타고 왔으면 동굴 지나가는 자체도 엄청 겁이 났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버기 빌린 게 흐뭇한 순간. ^^/ 태어나서 처음 타 본 버기! 너무 맘에 든다. 놀이 동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범퍼카랑 똑 같다.
추가 비용 US10. 1시간이나 늦은 바람에 그렇다. 아저씨에게 버기 가격을 물어보니, 우리가 탄 차는 중국제라 US4,000 이고, 일본제는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헉.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난 백만원 ~ 이 백만원 쯤이면 사지 않을까 싶었는데… !.! 한국 가서 하나 살까? 생각했는데, 포기다.
숙소에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는다. 오늘 메뉴는 비빔국수 + 살짝 데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매콤 새콤한 초고추장에 살짝 데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찍어 먹고, 양배추를 잔뜩 넣은 비빔국수도 먹는다. 야채를 실컷 먹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쑥쑥~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호스텔 주방에서 우연히 엄마가 한국인이라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국적불명의 청년 아니 아저씨를 만났다. 태호 라는 한국이름을 가진 이 아저씨 여자친구는 한국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너무 로맨틱 하다나? 권상우와 최지우는 드라마 하나 잘 찍어서 몇 년을 먹고 사는 것 같다. 요즘 밤 새서 '천국의 계단'을 본다는데, 우리가 밤 새서 미국 드라마 보는 것과 똑 같을 수도…
아저씨가 우리 말고도 한국인들이 더 있다고 귀뜸을 해 준다. 눈 크게 뜨고 잘 찾아봐야지~ @.@ 그런데 호랑이처럼, 10분도 안 되어 한국말이 시끌 벅적 들리기 시작한다. 찾았다!! 물어보니, 네 청년들은 오늘 화산투어를 밤에 예약해 두었다 한다. 시간이 괜찮으면 같이 온천에 가자 하려고 했더니, 아쉽다.
우리는 털레 털레 2분쯤 걸어 숙소와 정말 가까운 온천에 도착했다. 내가 알고 있던 입장료는 US1.5였는데, 우리를 비웃기나 하듯 딱 두 배 US3 로 올라 있다. 순간 갈등이 살짝 되었지만, 이왕 온 것 들어갔다. 먼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옷 바구니를 중앙에 있는 보관소 아주머니께 맡기고 번호를 받는다. 어렸을 때 갔던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이 문득 떠 오른다. 그 때도 락커가 없어 다 이렇게 사람이 일일이 보관하고 번호를 나누어 줬는데… 여기서 짜장범벅까지 먹게 되면 그 때를 완벽재연 하는 건데… 아쉽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긴 머리는 정갈하게 묶고는, 온도 체크를 위해 발만 살짝 담궈 본다. 오~ 딱 적당한 온도 39도 다. 물어 보니, 밑에 내려가면 42도의 더 뜨거운 물도 있다는데, 나에게는 이게 딱 맞다.
어둑 어둑 해가 져서 깜깜한데,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 좋다. '시원~하다'라는 말은 이 때 쓰라고 있는 거겠지? 한 참 기분 좋아졌을 때, 팬더는 물 온도가 성에 안 찼는지, 더 뜨거운 42도로 가자고 한다. 나도 동네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에 단련 될 때로 단련 된 터라, 자신 있게 상급자용 코스로 향했으나, 이게 왠 걸… 정말 뜨겁다. 몸을 넣으면 찌릿 찌릿 할 만큼 몸이 약간 저리면서 너무 뜨겁다. 결국 팬더는 온 몸을 깊게 담그고, 난 다리만 넣고 족욕에 그쳤지만 어찌나 뜨거운지 차가운 밤 공기가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옆에서 놀던 젊은이들은 술래를 정해 한 명을 냉탕에 밀어 넣는다. 차가운 밤 공기 + 차가운 냉탕. 휴~ 역시 젊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나도 조금씩 나이 들어 가는 것일까?
온천에서 나와 근처 전화방에서 끼토 적도민박 사장님께 전화를 해 본다.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인 우리 소포. 혹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 된다. 이렇다면 만일의 경우도 생각해야 할 텐데…
밤 열 시. 아까 잠깐 만난 한국 청년들의 화산투어가 끝날 시간이다.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에,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한 쪽 방에서 한국말이 들려 온다. 노크를 하고 물어보니, 다들 기진맥진 한 상태. 결국, 각자 쉬기로 하고 우린 다시 방으로 올라 와 내일 아침 떠날 준비를 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점프한 오늘. 지난 몇 일 동안 지나간 일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 만큼은 현실에 집중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하루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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