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1 Thu 2010 ]
아침 7시. 밥도 못 먹고 다이빙 샵에 집합했다. 다른 장비들은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리들도 택시에 올라 타 항구까지 간다. 항구에는 일 분만에 도착한다. 이렇게 가깝다니!! 직원들은 짐을 내려 다시 배에 옮겨 싣는다. 공기통만 해도 거진 30개에, 개인 장비에… 짐이 어마 어마 하다.
곧, 배에 올라타야 할 시간. 그런데 가래가 멈추질 않는다. ㅠㅜ 계속 목을 탁~ 가로 막고 있어서 간질 간질 하며 기침할 때마다 조금씩 나와서 날 괴롭힌다. 앤드류에게 내 증상을 설명하고 다이빙을 할 수 있을 지 묻자, 코만 막히지 않아 이꿜라이징을 할 수 있으면 상관없다고 한다.
불안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배에 올라 탔다. 오늘 가는 곳은 Santa Fe. 다이빙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다. 배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평소 버스에만 타도 멀미를 하는 내가, 배라고 안 할리 없었다. 흔들 흔들 파도에 흔들 흔들 배 안에서 내 머리도 흔들, 내 몸도 흔들. 앤드류가 주는 멀미약을 급하게 하나 먹었으나 미리 먹지 않아서 인지 약효는 그닥이다.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라는 다른 이들의 충고를 따라 눈을 반쯤 풀고 매직아이를 하듯이 바다를 바라본다. @.@
어느 새 다이빙 스팟에 도착 했는지, 장비 착용을 해야 할 시간이다. 매직 아이로 이완된 눈을 다시 똑바로 하고, 웻수트를 먼저 입고, 마스크를 챙기고, 웨이트 벨트를 허리에 두른다. 한 개당 2kg 이라고 하는 데 나는 총 4개, 8kg을 단다. 그리고는 BCD재킷을 입고, 오리발을 신는다. 앤드류와 나는 수업이기 때문에 펀 다이빙 하는 사람과는 별도로 우리 둘만 뛰어 내린다.
하나! 둘! 셋! GO! 하는 소리에 맞춰 동시에 배에 걸터 앉아 바다에 눕듯이 뒤쪽으로 입수. 를 해야 하는데, 난 또 겁이 나 들어 가지 못했다. 미리 바다에 들어가 둥둥 떠 있는 앤드류는 마음 편히 먹고 얼른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마음 하나도 안 편하다!! ㅠㅜ 몇 분을 그렇게 실랑이 하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나도 드디어 입수.
그런데 이건 물에 들어온 다음에도 문제였다. 도저히 겁이 나 바다로 얼굴을 못 집어 넣겠다. 내가 울려고 하자, 앤드류는 물고기 뭐 있나 구경 해 보자고 얼굴만 넣어 보라고 한다.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살짝 바다 안으로 고개를 들이 밀자, 새로운 세계다. 파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배, 그리고 그 주위를 떠 도는 작은 물고기 떼. 그리고 나.
어렸을 적 좋아했던 인어공주의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 버린다. 인어공주 마냥 물고기들에게 손을 내밀지만, 날 본 척도 안하는 무심한 물고기들. 쳇! 처음 다이빙이라 배에서 내리는 닻을 잡고 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약 7미터쯤 내려 갔을 때, 평평한 땅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곳에 무릎 꿇고 앉아서 이런 저런 연습들을 하기로 했다. 먼저, 앤드류가 시범을 보이면 나도 따라 하는 순서. 그런데, 바다라는 생각에 겁이 나서인지, 앤드류가 시키는 것 하나도 못하겠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기만 한다.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겁쟁이 같아 한심하지만, 날 죽일 것만 같은 공포심 앞에선 나도 어쩔 수 없다. ㅠ.ㅜ
결국, 첫 번째 다이빙은 바닷속을 둘러보는 것만 하기로 결정. 앤드류 손을 잡고 이리 저리 자유롭게 바다를 누빈다. 경직되었던 내 몸도 서서히 물에 적응을 하는 것 같다. 못생긴 물고기, 화려한 보라색, 노란색이 선명한 물고기 들이 내 눈 앞에서 알짱~ 알짱~ 된다. 오~ 귀엽다!! 만화 영화 속에서 보던 물고기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갈치 같이 생긴 은색 물고기 떼가 수면 위에 떠서 햇빛을 받으니 반짝 반짝 눈 부시게 빛을 낸다. 아름답다. 생전 처음 보는 이런 아름다움. 내가 그 동안 바닷속을 모르고 살았으니, 누구 말 대로 세상의 2/3를 모르고 살았구나 싶은 통탄감이 든다.
맛보기 첫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 오니, 피곤 그 자체. 헥헥~ 펀 다이빙 나갔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배 위로 올라 온다. 그리고는 휴식 겸 점심 식사 시작. 그런데 난 배에 올라 오자 마자 멀미가 또 심해진다. 그런데 앤드류는 지금 한 번 더 다이빙을 하고 오자고 한다. 두 번째 다이빙 포인트는 파도가 심한 곳이라, 여러 가지 기술들을 연습할 수 없으니, 점심은 나중에 먹고 지금 다녀오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뱃멀미 때문에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그것도 못 하겠다 손사래를 친다. 결국 오늘은 다이빙 1회만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다이빙을 마쳤다. 그렇다면 웻수트를 벗고 편하게 쉬라는 앤드류의 말에 웻수트를 벗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어졌기에 가볍게 빵 하나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는 파도가 거친 곳으로 이동 해 다른 다이버들은 다시 입수. 그리고 나는 다른 이 몇몇과 함께 배에 남아 있는다. 그런데, 오마이갓!!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봤던 파도는 애교 수준. 배가 뒤집힐 듯한 파도에 난 정신이 잃을 것만 같다. 배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흔들 흔들 오뚜기 인형처럼 무지막지하게 흔들린다. 앤드류가 입수하기 전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부터 40분 동안이 최악의 시간이 될지도 몰라"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바다에 들어갈걸… 얼굴 빛은 사색으로 바뀌고 아까 집어 먹었던 빵 마저 바다로 다시 돌려 보냈다. 물 속에 있을 때는 시간이 금방 가더니 이렇게 기다리니 그 시간이 그리 길 줄은 몰랐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정신을 살짝 놓았더니 그 때서야 하나 둘 물속에서 얼굴들이 튀어 오른다. 아, 오늘의 기억 때문에 다신 배가 타기 싫어지면 어쩌지… ㅠㅜ
다시금 육지를 향해 Go Go. 여전히 어지럽고 토악질 나는 배 안이지만, 차라리 달리는 게 그 파도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것 보다는 낫다. 한 시간쯤을 달려 다시 돌아 온 육지. 땅을 밟아도 땅이 흔들리는 착각이 든다. 아,,, 이러다 내일 다이빙도 무사히 할 수 있을까아?
곧바로 호텔로 가 물어보니, 오늘 팬더가 호텔을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예약이 꽉 차 오늘 옮겨야 한다더니, 다행히 자리 하나는 있었나 보다. 그런데 문을 잠그고 나가버려서, 내가 들어갈 방법이 없다. 기다려도 안 오고, 혹시 밥 먹으러 갔나 해서 식당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안 보인다. 결국 아까는 열쇠 없다 하던 아주머니가 열쇠로 방 문을 열어 준다. 있으면서… 쳇.
들어가 샤워부터 먼저 하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버렸다. 아.. 힘들어. 때 마침 들어오는 팬더. 오늘 고생한 이야기를 했더니 불쌍하다고 토닥 토닥 해 준다. 우린 사이 좋게 엎드려 또 다시 '파스타' 드라마를 보며 밀린 피로를 푼다.
PS. 내일 다이빙에 대비 해 멀미약 10개 구입 했다. 내일은 멀미약 먹고 힘내야지!!
- 저녁이 되어서.......
함께 식당가로 가봤습니다. (팬더)
<파티가 열린 줄 알았습니다만.....원래 저녁에는 이런 식으로 자리 배치를 하더군요>
<많이 먹고 힘내자꾸나 스쿠버 토끼야~!!>
-설렁설렁 밤풍경을 보러 나왔는데 조명이 이쁘게 해두었더군요.
저희는 원래 중남미 지역부터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질 않는 버릇이 생겨서....오늘 처음 갈라파고스 섬의 밤을 보았습니다.
<불이 환하게 켜진 곳에서 배구를 하는 동네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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