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해가 떴다. 호텔 옥상 위에서 보는 구아따빼
오늘은 엘뼤뇰이라는 바위에 올라가야 하는 날. 약 36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 져 있다는 이 곳을 오르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다. 우리의 저질 체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 아침을 든든히 먹기 위해 어제 저녁 먹었던 그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메뉴는 초꼬라떼가 나오고 계란이 추가 되, 어제보다 더 휼륭한 메뉴였다. 연희언니는 음식 생각이 없어 음료 한 잔만 마시고, 난 결국 다 못 먹고 팬더에게 넘겼다. !.! 아침으로 먹기엔 좀 과한 양이었다.
엘뻬뇰로 향하는 길은, 엄청난 오르막을 지나야 해 혹시나 으릉이가 뒤로 안 굴러 떨어질 지 무서울 정도였다. 엄청난 오르막을 지나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료 5,000페소에, 입장료 1인당 7,000페소 였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밑을 내려다 보는데, 와우~ 호수들이 한 눈에 보이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 엘뻬뇰 바위 위에 올라가면 더 크게 보이겠지?
엘뻬뇰의 계단은 바위에 인공으로 계단을 놓아서 바위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바위를 따라서 나선형으로 놓인 계단을 올라 가는 데 1/3쯤 올라왔나? 숨도 차고 다리도 아파 도저히 못 올라 가겠다. 처음엔 엄살 부리던 태경이도 슝~ 하니 잘 올라가고 내가 꼴찌다. 조금씩 오르다 경치보고, 또 조금씩 오르다 경치보고, 조금씩 나눠서 올랐더니 올라갈 만 하다. !.!
<저렇게 만든 계단이 난 더 신기하다.>
<점점 작아지는 우리 으릉이>
<토끼는 결국 퍼져서 꼴찌!!!!>
야호~~~ 드디어 정상이다. 360개의 계단을 다 올라왔다. 정상에 오르니 호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난 역시 자연은 대단하다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연희언니가 이건 인공호수라고 한다. 설…마.. 이렇게 예쁜데? 사람이, 사람 손으로 이걸 만들었단 말야? 난, 도저히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신비라 생각 했건만, 내 환상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 동시에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에 대한 경외심도 생겨 난다. 1만시간의 남미 저자 박민우씨도 이 곳에 와서 눈물을 흘리고 간 일화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엘 뻬뇰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전경이 정말 아름답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녹색 빛의 호수물에 작게 떠 있는 섬들, 오직 새들만 쉬었다 가게 생긴 아주 작은 섬들이 호수보다 더 짙은 녹색으로 덮혀있다. 난, 사람이 건물이나 번듯하게 세우는 존재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사람의 손 인것 같다.
<엘 빼뇰의 정상>
<아이쿠~~!! 허리야.... ㅠ ㅠ>
<누나의 여행 취미는 외국인과의 한마니 '올라!' 그리고 현지인과 함께 사진찍기>
정상에 있는 건물 위 까지 올라가 수 있다. 그럼 360도로 보이겠구나~!!
그런데, 이렇게 예쁜 호수에서 갑자기 팬더는 허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어랏?? 갑자기 허리를 삐끗한 것 같다고 허리가 너무 아프단다. 어쩌지? ㅠㅜ 불쌍한 팬더. 계단이 너무 많아서 허리가 힘들었나? 아침까지 멀쩡하다 엘 뻬뇰에 올라오자 마자 허리가 아프다니.
우리는 서둘러 내려 가기로 한다. 내려 오는 길엔 내 다리가 후들거려 죽을 뻔 했다. 토끼도, 팬더도 너무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했나 보다. 내려와서 태경이가 팬더 허리 맛사지를 해 주니 좀 낫단다. 이게 왠 날벼락이람. ㅠㅜ 메데진까지 조심 조심 기어가야 겠다.
약 두 시간쯤 달리니 도시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다. 수 많은 건물들, 넓어진 도로, 많아진 차들이 도시의 시작을 알린다. 그런데 주소만 달랑 가지고 있으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지 모르겠다. 길을 물어보기 위해 내려 택시기사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한다. 모를 땐, 직진이지.
<메데진 시내. 멀리 메데진의 명물 케이블 카가 보인다.>
경찰 검문에 또 걸렸다. 또, 자동차 등록증, 보험, 면허증, 여권 등을 다 보여주고 나서야 풀려 날 수 있었다. 걸린 김에 길이나 물어보자 싶어 물었더니, 교통경찰이라 그런지 이 동네 길을 다 꿰고 있다. 경찰이 알려 준 대로 가니,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근처에 가서는 또 물어서 물어서 도착. 드디어 찾았다!! La33 !!
가격 차이가 많지 않으면 도미토리 말고 개인 방에서 자려고 했는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결국 도미토리. 1박에 1인당 17,000페소로 보고타의 태양여관과 같다. 도미토리는 3층 옥상에 있는데, 올라 가자마자 주방이 보이고, 그 옆엔 테이블, 조금 더 안쪽에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 안에는 2층 침대가 30개 정도 놓여 있다. 헉;; 만약 이 방이 꽉 차게 되면 60명이 동시에 자는 건가? 한 방안에 침대가 너무 많아 어지러울 정도다. 여기가 보고타보다 땅 값이 비싸 이렇게 만든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방 안에 침대가 너무 많아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별 다른 옵션은 없으니 여기서 자야 겠다.
도미토리에 짐을 가져다 놓고, 언니와 오빠는 시티은행에 US달러 환전을 하러 가고, 우리는 으릉이 브레이크 점검 받으러 카센터로 간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대형 카센터가 하나 있었다. 우선은 앞 타이어 2개를 갈고, 브레이크 점검을 받고 싶다고 하자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으릉이에게 맞는 타이어 사이즈가 없어 다른 카센터로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타이어는 나중에 갈고, 브레이크부터 손을 봐야 겠다. 얼마 전부터 브레이크를 잡을 때, 끼이이이~익 소리가 난다. 으릉이를 들어 올려 앞 바퀴를 열어 보더니, 별 문제 없다고 쓰라 한다.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단순해 졌다. 타이어도 없어서 못 갈고, 브레이크도 그냥 쓰라고 하니… 그러면 예전부터 벼루 었던 알람을 달아야지 싶다. 지난 번, 차 안의 도난 사건도 그렇고, 알람이 있었으면 조금 더 안심이 될 것 같다. 물어보니 내일 아침에 옆집에 가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오늘 할 일이 더 이상 없어져 버렸다. 차는 카센터에 맡겨 두고, 다시 La33으로 귀환.
오는 길에 팬더랑 토끼랑 살짝 다퉈 버렸다. 팬더 허리 아프면 빨리 가서 쉬지, 쓸데 없이 주차장 가격 물어보고 다니자고 한다. 난 빨리 숙소 가자고 하고, 팬더는 주차장 가자고 하다가… 내가 먼저 가면 그냥 뒤 따라 오겠지 싶어 숙소로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팬더가 뒤 따라 안 온다. 걱정이 된다.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주름 잡던 곳이 메데진인데, 괜히 나쁜놈 만나 고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씨~ 그냥 주차장 같이 갈 걸… ㅠㅜ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데, 팬더가 왔다.
팬더는 내가 자길 버리고 갔다며 화 내며 툴툴 거린다. 나랑은 말도 안 한다고 흥~ 하며 침대에 그대로 누워 버린다. 어쩌지..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내가 팬더야~ 불러도 들은 체도 안한다. 결국, 다시는 안 버리고 가겠다고 싹싹 빌고 나서야 팬더한테 용서 받았다. 다시 친해진 동물 친구들.
오늘 저녁은 가볍게 도미노 핏자에서 사 와서 먹기로 했다. 4~5인용 세트 메뉴인 핏자 패밀리 사이즈 한 판, 시나몬 빵 한 줄, 콜라 를 사 와서 같이 먹으니 양이 딱 맞다. 저녁 먹자 마자 팬더는 허리 땜에 다시 누워야 겠다고 먼저 올라 가고, 우린 또 이야기 하느라 정신 없다.
소설가가 꿈이 었던 연희언니는 대학생 때 학교 휴학을 하고, 노동소설을 쓰고 싶어 일부러 공장에 들어가 일 했다고 한다. 혹시 안 써줄까봐 고등학교도 안 나왔다 하고, 야간에 생산라인에 서서 일하는 가장 악조건에서 그렇게 일 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괜히 내 가슴이 뭉클 하면서 언니가 너무 멋있어 보인다. 소설을 쓰고 싶어서 직접 공장에 들어가 봤다라. 그 정도 마음가짐이면 어떤 일을 해도 다 잘 할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도 언니처럼 내 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도 또 이렇게 배운다.
PS. 메데진에서도 우리 블로그를 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 계셨다. 더 힘내서 블로그 업데이트 자주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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