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게 들어 온 안드레스에게 오늘 떠나겠다고 말 했더니 너무 아쉬워 하면서 우리를 자꾸만 붙잡는다. 결국은 가더라도 점심이라도 같이 한끼 하자고 하길래, 우리도 우리 일정을 다시 수정하면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보고타에 있는 카우치 써핑 호스트에게 결국은 메일 보냈다. 못 가겠다고. ㅠㅜ 겸사 겸사 보고타에선 태양여관을 갈 수 밖에 없겠다.) 거기다 오늘 점심도 우리가 한국식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뛸 듯이 안드레스와 쑬마는 기뻐 한다.
그런데 워낙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라 슈퍼마켓 가려 해도 한 시간은 걸어 나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결국은 있는 재료로 하자는 판단 하에 야채와 소시지를 넣고 카레를 만들고 양파와 참치를 이용 해 매운 고추장참치볶음을 만든다. 한국 음식 만들 때도 맨날 하는 것만 하다 보니 나름 레파토리가 생긴다.
12시 땡. 정확히 도착한 안드레스와 쑬마. 그런데 쑬마에게 뭔가 변화가 생겼다. 쑬마가 드디어 팔에 감고 있던 붕대를 푼 것이다. 쨘~ 그런데 한 달동안 팔을 사용하지 않다가 붕대를 푸니 느낌이 이상하다고 한다. 손도 잘 안 움직이고, 한 달동안 쓰지 않아서 인지 손 크기도 오른손보다 작아진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쑬마 완젼 축하!! :)
우리는 나름 야외에 식탁을 마련했다. 집에 마땅한 식탁이 없어 우리가 저녁 먹을 때처럼 아이스박스를 식탁처럼 사용하고 우리 캠핑의자 2개 + 집에 있던 의자 2개를 합쳐 만든 테이블이다. ^^V
그들은 우리 아이스박스의 다양한 쓰임에 감명 받은 게 분명하다. 갑자기 우리 물건들에 대한 칭찬들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카우치서핑으로 다녀 간 자동차 여행자들도 몇몇 있었는데 우리만큼 체계적인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물건들에게서 감명 받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처음 에어매트리스를 피던 날, 우리가 캠핑의자를 꺼내던 날, 우리가 아이스박스를 꺼내던 날들을 기억해 내며 우리에게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며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 많은 물건들이 필요할 지를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 준다. 우리 역시 삼촌 댁에 초대 된 것부터 너무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하고 칭찬을 해 준다. 오고 가는 칭찬 속에 싹 트는 우리의 우정.
갑자기 궁금해 진다. 이 작은 마을 산힐에 유일하게 있는 카우치서핑 멤버 두 명. 그 둘이 안드레스와 쑬마다. 서로가 연인이면서 유일무이한 카우치서핑 멤버로 활약하는 그들이 어떻게 카우치서핑을 시작하게 됐는지… 약 10년 전, 안드레스가 신문을 보다가 카우치서핑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 때 처음 가입한 뒤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리고 쑬마는 안드레스의 권유에 의해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 이런 선구자들이 있어 우리가 6일간 편히~ 쉬다 갈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한국음식 '점심뷔페' 시간이다. 메뉴는 단촐하게 밥 + 카레 + 참치볶음 + 김 이지만 나름 자율배식이다. ^^ 우린 음식이 맵다고 경고했지만, 매운 음식엔 자신 있다고 코 웃음 치는 안드레스. 어디 지켜 보겠어.
역시나 10초 뒤엔 얼굴이 벌개지면서 진짜 맵네~ 라고 놀라는 안드레스 표정이 재밌다. 우리는 이때다 싶어 젓가락 강습을 시작했다. 태어나서 젓가락을 처음 잡아봤다는 쑬마가 너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아주~ 열심히 연습을 한다. 집중하니 곧잘 젓가락질을 해 낸다. 그리고는 상대적으로 전혀 맵지 않은 김이 완전 인기다. 나는 젓가락질의 고급버젼인 '손으로 김 안 만지고 김에 밥 싸먹기' 편을 선 보이자 아주 선풍적인 인기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니 어떻게 저런 걸 할 수 있어!'라는 눈빛으로 나를 우러러 본다. 크큭~ 초보자인 쑬마에게는 아무리 연습해도 젓가락으로 김을 잡을 수는 없었다.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들에게 한국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 해 주자 딴 세상 얘기처럼 듣는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나이세기에 대해 설명 해 주자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지만 사람의 나이를 엄마 뱃속부터 센다는 아이디어가 멋지다고 칭찬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2시다. 쑬마는 다시 일하러 갈 시간이고, 우리는 오늘 예정한 바리차라와 구아네를 둘러 보러 갈 시간이다. 오늘 오후 스케쥴이 자유로운 안드레스에게 모든 뒷정리를 맡기고는 쑬마와 우리는 집을 빠져 나간다. 잠시 후, 쑬마 일하는 곳에 쑬마를 내려 주고는 우린 다시 바리차라 마을로 출발~
1시간 조금 못 달렸을 무렵 '바리차라' 마을에 도착했다. 안드레스는 30분이면 간다고 했지만, 우리처럼 정상속도로 가면 30분은 훨씬 더 걸린다. 지난 주 콜롬비아 가족들과 갔었던 히론마을과 닮아있지만 다른 모습이었다.
하얗게 칠해진 담장들이 너무나 예쁘다. 예쁜 집들 가운데 어느 마을처럼 마을광장이 있고, 또 그 중앙에는 성당이 있다. 그래서 어느 마을이나 마을의 중심은 성당이 된다. 이 마을의 성당도 혹시 흰색일까? 기대를 했지만, 붉은 벽돌로 잘 지어진 성당이었다. 이 마을에선 가장 높은 건물이라 멀리서도 종탑이 보인다. 오히려 붉은 성당이 하얀 집들과 더 잘 어울린다. 홍일점.
<하얀 집들로 가득한 바리차라>
<중앙 공원 주변>
<공원 옆에 있는 성당. 저녁이 되면 오렌지 색이 된다고 합니다.>
<성당 내부>
<팬더랑 토끼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기도하는 토끼>
우리는 근처 종이공장을 방문 해 보기로 했다. 입장료는 한 사람당 2,000페소지만 종이를 만드는 과정도 다 설명해 준다고 하니 입장.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신문지를 불려 종이탈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아마 그렇게 종이를 만드는 걸까? 들어가 보면, 의문이 풀리겠지?
오늘의 가이드는 푸짐하게 생기신 아주머니다. 종이를 만드는 풀을 보여주고, 그 풀을 물에 불리고 때리고, 물에 끓여서 해체 되도록 한다. 그걸 다시 식힌 다음 거름 망에 걸러서 틀에 넣고 압축 한 다음 햇볕에 6시간 쯤 말리면 그 때서야 종이 한 장이 완성 된다고 한다. 종이 한 장 만드는 데 엄청나게 긴 공정이다. 그리고 모든 과정을 다 손으로 하니 일반 종이보다는 비싸지만 수제느낌이 팍팍 나는 예쁜 종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종이로 만든 제품들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었다. 각종 다이어리, 노트, 그리고 종이로 만든 인형까지.
<이 작은 식물이 종이의 원료가 된다고 합니다.>
<작기 갈라서 물을 먹입니다.>
<계속 계속 잘라서 아주 얇은 실이 되게 하고 물에 푼 다음 채로 걸러서 담습니다.>
<한 장씩 차곡 차곡 쌓아서는>
<압축기로 물을 쫙 빼는데.>
<그럼 벌써 종이 형태가 나옵니다. 그리고는 말리지요>
우리는 귀여운 인형 3총사를 구매하기로 했다. 천장에 달아 놓으면 예쁠 것 같은 나비와 분홍 옷을 예쁘게 입은 야옹이, 그리고 흰색 검정색이 꼭 팬더같은 펭귄까지. 동물 친구 3인방이다. 가격은 개당 15,000페소 (약 9,000원)으로 만든 노력에 비하면 절대 싼 가격이다. 마음에 쏙~ 든다. 혹시라도 나중에 까페를 하게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딱~ 일 것 같다. 만약 한국에서 만든 수공예품이라면 더 비쌌겠지? @.@
인형친구 3인방도 우리 으릉이 안에 태우고 이번엔 구아네 마을로 출발이다. 바리차라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 진 더 작은 마을이다. 가는 내내 길이 예뻐서 시간도 금방~ 간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차를 마을 광장에 대 놓고 론니에 소개된 작은 박물관으로 들어 가 본다.
우리가 입장하자 마자 다른 관람객은 돌려 보내고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문까지 걸어 잠그고 우리만을 위한 맨투맨 가이드 서비스를 해 주신다. 들어가자 마자 발이 차이도록 흔하게 널린 암모나이트 화석이 눈에 띈다. 예전엔 여기가 해수면보다 낮아서 암모나이트 화석이 많이 발견 된다고 한다. 정말 수 천개도 넘는 암모나이트 화석 전시실이 끝나고 나니 성당 관련 전시실로 넘어 간다. 이 박물관은 신부님에 의해 건립이 되어서 그런지 예전에 성당에서 사용하던 물건부터 잘 정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생뚱맞게 있는 동전 전시판. 우리 나라 동전란에는 처음 보는 동전이 전시 된 걸로 보아 과연 우리 나라 동전이 맞는지도 의심 스럽다. ㅡ.ㅡ a 가이드 아주머니는 혹시 가진 동전이 있으면 기부를 해 달라고 하지만 마침 가진 동전이 없어 아쉽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동전 수집이 취미 인지,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우리나라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게다가 이 박물관 마저도. 이럴 줄 알았으면 기념품으로 우리 나라 동전이나 지폐를 한 무더기 가져 올 것을. 아쉽네 그려. 다음에 남미 오면 우리나라 돈과 태극기 꼭 챙겨 와야지!! 한 번씩 참 아쉽다.
<공원 주변의 구아네의 모습>
<벤치에는 이렇게 조각이 세겨져 있습니다.>
박물관을 나오니 어느 덧 해가 늬엿 늬엿 이다. 시간은 정말 잘 간다. 우린 해 질 때 보면 예쁘다고 하는 바리차라의 성당을 보기 위해 다시 바리차라로 향한다.
<구아네에서 바리차라로 가는 길. 산과 하늘 그리고 구름. 작은 길에서 큰 풍경을 만납니다.>
해질 녘에 보는 흰색 집도 아름다웠지만 붉게 타오를 것만 같은 성당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데 아름다운 빛깔의 그 성당에 비밀이 있었으니. 인공조명이었다. 어쩐지 예쁘기 너무 예쁘다 했다. 예쁜 여자가 성형수술 했다고 하면 느끼는 감정처럼, 알고 보니 인공조명 이었다는 게 조금은 김 샌다.
성당을 바라보며 공원에 앉아 미리 준비 해 온 샌드위치도 하나씩 먹고, 근처 빵 집에서 파는 쿠키도 몇 개 사 먹는데 호박 맛 쿠키가 상당히 맛있다. 크크큭 밤 풍경도 충분히 즐겼겠다. 이제 다시 집으로 갈 시간이다. 밤 운전은 생각보다 빡셌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도로도 많이 유실되고, 갓길도 없으면서 도로 폭도 좁은데다 길도 구불 구불 해서 반대편 차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해야 했으니… 운전팬더 수고 했어요!! :)
<돌아가는 산길에서 찍은 야경. 미국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귀여운 야경이 맘에 듭니다.>
집에 돌아오니 주인들은 아무도 없고 개들만 또 우리를 반긴다. 안녕 큰 멍멍이, 검은 멍멍이, 막대기. 너네도 내일이면 이별이구나. 멍멍이네 식구들 하고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섭섭할 줄 았았음 막대기도 많이 더 자주 던져 줄 것을. 그리고 시골 길 따라 귀가 하는 기분도, 또 그 길 에서 우리 차 소리 듣고 마중 나오던 멍멍이 3총사도 이게 마지막이겠지. 그 동안 고마웠다. 멍멍이들아.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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