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시 약속이라 맘이 늘어져선가..10시 반에 일어났다.
간단히 씨리얼로 아침을 먹고 지붕킥 2편을 보니 12시가 되어 버렸네. ^^
후다다닥~씻고, 1시 정각에 투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과 자가용으로 함께 오신 현지인들 모두 6명. 그리고 선생님 2명, 일하는 분 또 2명 모두 10명이서 산을 올랐다.
그런데 운전하는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불안해진다. 아무래도 패러 글라이딩 선생님 같은데...초짜인가???
산힐에서 부카라만가 쪽으로 가다보면 Peaje(돈 내는 곳, 톨게이트)가 나오는데, 빼아헤 바로 전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약 20분 더 산을 올라가면 오늘 새로운 역사가 이루어질 장소가 보인다.
낙하산을 하나씩 풀기 시작하는데.... 흑….바람 엄청 부네. 차 위에 올려둔 장비를 내리면서 선생님은 바람의 속도를 측정해 본다.
최고 속도 44(아마 단위는 Km/h). 26이 가장 이상적이고 38을 넘으면 안된다고 하신다.
우선 잠시 기다려 보잔다. 잠시……….잠시……………………….잠시……………………..2시간을 기다렸다. ㅠ ㅠ
혹시 도난이 있을까봐 사진기만 달랑 하나 들고 왔는데….이럴 줄 알았음 바리바리 싸들고 올껄.
목도 마르고 배고프고 심심하고,,,,
2시간 동안 함께 온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캐나다 커플이 있었다. 두 명 다 우리가 머물렀던 캐나다 알버타 주( 캘거리와 레드 디얼) 출신이다. 반갑다~ 남자는 영국 런던에서 살고 있는데 서로 중간에서 만나자고 해서 콜롬비아에서 만났다는…………(중간 맞나.?? ㅋㅋ) 짧은 일정이라 곧 떠난다고 한다.
이렇게 오후 4시가 되었다. 다른 도시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오후 5시 반이라 캐나다 커플은 그냥 내려가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강사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마침 바로 옆 Point 에서도 낙하산 한 개가 떠 올랐다.
떴구나~!!!
그럼 내려오는 지점을 물어보니 여기란다. ㅋㅋㅋ 우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것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네. 이렇게 맘대로 조정할 수 있구나
(다행히도) 우선 시간이 급한 캐나다 커플과 따로 차를 가지고 온 콜롬비아 아저씨 3명이 차례로 15분 씩 하늘로 올랐고, 콜롬비아 아줌마는 무서워서 포기!! 먼저 다녀온 사람들 모두 입이 찟어지게 웃고 있다. 그렇게 좋은가?? 낙하산이 쭉 올라갈 때 우아~~~ 싶으면서도 진짜~~무섭겠다 싶어 벌벌 떨었다.
<먼저 올라가신 콜롬비아 아저씨>
이젠 내 차례. 남은 사람은 나와 토끼. 윽……….그런데 또 바람이 강해졌는지 잠시 쉰다. 바쁜 사람들은 먼저 산을 내려 갔고, 이제 우리 둘 만 마치면 오늘 스케쥴은 끝.
점점 해가 지가 슬슬 노을까지 보인다.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아직 바람은 쌩쌩.
춥고 배고프고 아~~~고달프다. 그냥 안해도 좋으니깐 내려가지…..이전에 핼멧쓰고 안전 장치 입은 사진도 있고, 멀리서 찍은 패러 글라이딩 사진도 있고 하니…내려가도 후회는 없을 텐데.
<이렇게 준비 끝!! 했는데 바람이 점점 세지는데....>
<토끼 날기 준비 끝!!>
<사진만 찍고는 다시 1시간 더 기다립니다.>
5시 반 쯤. 드디어 출격~!!!! 무섭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 그러면.............우선 토끼 먼저 ㅋㅋㅋㅋㅋㅋ
무서움을 많이 타는 토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웃으면서 올라가더군 ㅡㅡ+
이젠 나만 남았다. 토끼도 올라갔고 하니 멋지게 가보자..근데 왜케 떨리냐.
<날아라~~토끼야>
(팬더도) 쭈~~욱.쭉쭉쭈우우우우욱~~~
순풍을 타고 올랐다. 악~~~~~~~~~~~~~~~~~~~~~~진짜 무섭다.
왜케 빠른 것이여!!!! 솔~ 께딸 께딸? 하면서 물어보는 강사.
난 그저 비엔비엔 하면서 애써 무서움을 감춘다.
노을이 져서 그런가...춥지만 더 예쁘다.
갑자기 빙빙빙 돌기를 감행~ 우아아아아악~~~~
잼있으면서 무섭네. 강사는 계속 손을 놓아 보라고 하는데 별로 놓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토끼가 강사에게 팬더 쪽으로 가자고 했다. 사진찍기 위해서...ㅋㅋㅋ>
<빙글빙글 돌 때. 청룡열차 보다 10배는 잼있음>
<15분 후. 착륙 하러 가는 중...>
이런 기분이구나. 비행기를 타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이 기분. 예전 TV에서 패러 글라이딩 하시는 분이 나와서
아나운서가 "패러글라이딩 어떻습니까??" 라는 질문에 "일단 해 보십시오" 라고 답한 그 분의 생각을 이해 할 것 같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타고 그냥 내려가도 후회 없었을 것 같았는데,
타보고 나니 안타봤음 후회했을 꺼라는 아이러니 생각의 전환은 뭘까?
어두워지고 7시쯤 다시 산힐로 돌아왔다. 이 소중한 느낌 오래도록 간직하렵니다.
기회 봐서 또해야징 우훗~!!
아침 씨리얼 먹은 후, 물 한잔 못마신 우리들. 고기를 구워 먹자고 맘 먹었지만 고기집은 왜케 일찍 문들 닫는것이야?? 차선책으로 공원에서 팔고 있는 소시지/고기 꼬지로 기분은 달랜다. 토끼는 먹다 땅에 흘린 소시지도 주워서 먹는 지붕킥 신신애같은 모습도 보여준다. 여러가지로 새로운 하루다.
우리 주인들은 오늘도 11시가 다 되어서 들어와서는 내일 아침 6시에 또 나가야해서 일찍 들어갑니다.
내일은 주변의 작은 마을을 보러 갑니다.
PS. 토끼 생각.
바람이 많이 불어 몇 시간 동안 대기만 하면서 오늘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날씨 때문에 못한거니까… 라는 핑계로 내 겁 많음을 감추고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엔 지금 날 수 있다고 하자, 갈등이 된다. 패러글라이딩 하려 시간을 내고 이렇게 왔건만 막상 못할 뻔 하자 안도의 숨을 내뱉고, 다시 할 수 있다고 하자 죽도록 고민하는 걸까?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그러는 사이에 내게 안전모는 씌여지고, 장비는 장착되었다. 정말 뛰기 까지 30초만 남은 이 순간.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안 하려면 지금 말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어이없이 하늘에 붕 떠버렸다. 수 많은 걱정과는 달리 막상 떠보니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밑에서는 벌벌 떨게 하던 쌀쌀함마저도 기분이 좋았다. 용기를 얻은 나는 그 때부터 즐기기 시작했고, 밑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보였던 나선형으로 빙글 돌면서 내려오는 것 까지 소리 한 번 지르고는 짜릿함을 느꼈다.
뒤에서는 내가 어떤지 계속 묻는다. 뜰 때부터 겁 많은 티를 팍팍 냈기 때문에 강사도 내가 걱정이 됐었나 보다. 난 큰 소리로 퐌타스티코~ 엑셀렌떼~ (환상적이야, 훌륭해~ )를 고래 고래 질러대자 강사도 맘에 놓였는지 더 높이 더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그래. 이거다. 여행 길에 나서지 않았으면 죽을 때 까지 안 해 볼 패러글라이딩이다. 무서워서 바이킹도 못하는 내가 어디 상상이나 했겠어. 하늘을 난다는 걸.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 25년 동안 살아 온 나와 다른 나를 경험해 본다는 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다. 누군가 여행은 자아를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라면 하지 않을 짓을 하는 짜릿한 일탈을 하려고 여행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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