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눈을 번쩍! 뜬 후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어제 약간의 음주로 해장이 필요한 우리는 '북어국'이 나오길 두 손 모아 빌었지만…. 메뉴는 어제와 같은 김치찌개와 반찬들 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맛있는 한국음식들~ 후훗 의철이는 오늘도 밥 두 그릇을 여유 있게 비웠다. 우리가 식사 막바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을 때 어제 같이 술을 나눠 마신 어르신들이 내려오셨다. 우리의 짧았던 만남을 아쉬워 하던 참에 한 분이 우리에게 묻는다. "T셔츠 필요하면 하나씩 줄까?" 헉… 우리에게 정말 정말 필요하던 것 중 하나다. 베드벅스에게 시달려 새 옷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제 빨래를 하기 위해 내 놓은 옷들이 시간이 늦어 빨래를 못하게 되어 그대로 남아 있기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우렁차게 "네~~"라고 답했고… +_+ 우리는 차를 얻어 타고 인근 봉재공장까지 동행하였다.
불안정한 치안을 대변하듯 사업하시는 분들은 곧잘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니셨다. 우리 차에도 긴 총 든 보디가드 한 명 있었는데.. 괜히 영화 속에만 나오는 장면 같아 신기하기만 하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인근 봉재공장에 도착하였다. 큰 아울렛과 공장이 붙어 있고, 우리는 사무실로 곧장 향했다. 그런데 사무실에도 재밌는 것이 하나 있었다. 군복을 입고 얼굴을 천으로 돌돌 감싼 마네킹이 창문 밖으로 총구만 내 놓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도둑들에게 위협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으셨다 한다. 꼭 한국의 농촌에 있는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군복 입은 마네킹이 또 한 번 치안이 불안한 과테말라를 나타낸다.
감사하게도 여기서도 커피를 대접해 주신다. 과테말라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안티구아 등지에서 나는 커피는 화산지대라는 특이한 지형으로 독특한 향을 품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라는 테마를 가지고 중남미를 여행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멕시코 남부와 쿠바 일대,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커피로 유명한 나라들이 널리고 널린 것이 중남미다. 커피 관련 업종에서 일 년이 넘게 일해온 나지만, 카페인에 약한 나로서는 커피에 취미를 갖기가 어렵다. !.!
또 한 번 감사하게도 옷을 한 사람당 2벌씩이나 주신다. 나는 흰색 검정색 티셔츠, 팬더와 의철이는 똑같은 디자인의 검정색 셔츠 2벌씩. 마침 사장님께서도 같은 옷을 입고 계셔서 단체로 기념티로 갈아 입고 사진 한 장도 찍었다. 히~~ ^^* 팬더한테 옷 한 벌 더 받았으니 난 갑자기 옷 3벌이나 생긴 셈이다. 캬~~ 좋다~ ^----^ 당분간은 옷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사람이 드문 타지에서 만난 한국사람간의 정은 다른 민족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같은 미국인을 만나도 그렇게 반가워 하지 않지만 나라가 작은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가 이웃이고 모두가 먼 친척이다. 학연, 지연 등을 따지다 보면 왠지 모두가 건너 건너가 다 아는 사이가 되 버린다. 예전 TV에서 밝혀낸 재밌는 사실은 한국사람들은 4~6번 이내의 인맥을 건너 건너다 보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간단하게 봉재공장 견학도 할 수 있었다. 안 쪽에서 천을 잘라 재단을 하고, 그 다음에 미싱을 하고, 다리질을 하고, 상표를 달아서 사이즈 별로 정리를 해 상점으로 보내진다. 한 참 붐이 있었을 때는 200명 이상의 직원이 일을 했지만 지금은 약 50명 정도의 직원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감사하게도 공장투어 이후에는 다시 민박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오늘 하루 왜 이렇게 감사한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우리도 나중에 다음 세대 젊은이들에게 베풀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도해 본다.
다시 돌아온 민박집. 우리 옷을 보더니 단체T를 맞춘거냐고 물어보신다. 우리는 봉재공장 사장님께서 주셨다고 하니, 그 옷이 유명한 옷이라고 하신다. 오잉? 미국 백화점에서 꽤 비싼 옷이라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덥썩 받아버렸다. 아이코~ 감사하기도 해라~
우리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그 공안 벼려왔던 한국음식 장을 보기로 했다. 우리가 필요한 건 카레 1kg*3(개당 Q70-약 10,500원), 짜장 1kg*1(개당 Q100-약 15,000원), 고추장 3kg*1(개당 Q240- 약 36,000원), 된장 1kg*1(개당 Q45 약 6,750원), 불고기 소스 1 / 돼지갈비 소스 1 (개당 Q65 약 9,750원), 미역 2개(개당 Q30, 약 4,500원), 회충약 2개(개당 Q10 약 1,500원), 버물리(개당 Q30 약 4,500원), 페브리즈(개당 Q45 약 6,750원) 등 이었다. 이 정도면 아르헨티나까지 딱 맞게 버티지 싶다. 만약 모자라면 중간에서 더 사면 될 것이고, 현지 음식도 때때로 먹으면 된다.
한 시쯤 차 정비가 완료된다 했으니 이제 씻고 짐 정리하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샤워를 하고 짐을 싸서 다시 일층으로 내려왔다. 정비소에 전화를 해 보니, 정비는 끝났는데 틴팅하는 사람이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 한다. 아마 토요일이라 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신다. 음 그러면 틴팅은 하지 말고 이대로 떠나야 겠다. ㅠㅜ 우리가 틴팅을 하려고 했던 이유는 동얀인이 운전하는 걸 보면 강도나 경찰강도(?)의 표적이 되기 쉬워서다. 멕시코까지는 틴팅이 불법이어서 하지 못했지만 과테말라부터는 불법이 아니라니 이왕이면 운전자가 누구인지 보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오늘 못하게 됐으니 다시 한 번 더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데.. 그 다음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
슈퍼 사장님께 여쭤보니 10분 후에 다시 정비소로 라이드 해 줄 수 있다 한다. 그럼 그 동안 점심을 해결하자~ 마침 슈퍼에서 파는 떡볶이 1인분과 김밥 2줄, 김말이 튀김 1인분을(Q85 - 약 12,750원) 구입 해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분식이라 괜히 신이 난다.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어묵과 오징어 튀김도 많이 먹으라고 그냥 주셨다. 정말 오늘 하루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한국인의 인심을 듬뿍~ 느끼는 하루다. 또 한 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
하루 만에 다시 돌아 온 정비소. 우리 으릉이가 어디에 있나 고개를 쓱~쓱 돌려보니 으릉이와 비슷하지만 말끔한 귀공자 차 한대만이 눈에 띈다. 혹시?? 자세히 보니 우리 으릉이가 맞다. 깔끔하게 목욕하고 나니, 누군지 몰라보게 멋있어 졌다. 하지만 Q4,230(약 634,500원)이라는 계산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뒤 브레이크 패드와 평형 잡아주는 부품 등등 브레이크 관련해 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수리해서다. 여름철 쾌적한 운전을 위해 대나무 시트 등도 함께 구입했는데, 모두 다 합해서 Q4,300만 받으셨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우리 으릉이가 아르헨티나까지 이제는 끄덕 없을 거라 하신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나 안심되고 마음이 놓인다. 그레고리 사장님 최고!! ^0^ 게다가 여행 선물로 차 방향제도 선물로 주신다. 정말 따듯하신 분이다. 거기다 무료 타이어 얼라이먼트 체크까지. 흑~ 감동의 눈물 쥬르륵~~
미국 캐나다에서는 차가 있다는 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멕시코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각 나라를 넘을 때마다 각종 서류관련 비용에 차 수리비, 그리고 길거리 주차가 위험하기 때문에 주차료까지… 일반 비행기/버스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 비해 돈이 몇 배나 더 들고 운전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에 군인, 교통 경찰들과도 시시 때때로 상대해야 하는 피로함까지 있다. 하지만 자동차로 맨 윗 나라 캐나다부터 맨 밑 나라 아르헨티나까지 횡단 한다는 의미 있는 여행을 그리고 즐거운 자동차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있다. ^^b
환송을 받으며 그렇게 과테말라시티를 빠져나갔다. 우리의 목적지는 국경지대지만, 오늘 오후 늦게 출발을 했기에 해 지기 전까지 목적지까지 도착을 못 할 확률이 99%다. 해가 지면 무서운 나라기 때문에 일단 모든 행동을 멈추고 숙소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과테말라시티에서 두 시간쯤 떨어진 도시 입구의 허름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가격은 착하게도 1인당 Q20(약 3,000원)이었다. 하지만… 시설은… 화장실에 문이 없어서 샤워는 커녕 화장실 볼 일마저 수고스럽게도 바깥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왜 문이 없을까? @.@ 여긴 가족들끼리 문을 닫지 않고 일을 보나? 참 신기한 일일세~
어제, 오늘 과테말라시티에서 많은 한인 분들이 학생들이 미대륙횡단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 주셨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들이다.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 그 나라를 잊지 못하는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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