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머물렀던 안티구아를 떠나 오늘은 과테말라시티로 간다. 워낙 흉흉한 소문들로만 가득한 과테말라시티라서 조금 긴장이 된다. 현지분들은 그냥 간단하게 '과테' 라고 부른다. 우리의 1차 목적지는 '금호타이어' 2차 목적지는 과테말라 - 온두라스 국경도시다. 몇 일간 문제가 많았던 브레이크에 대한 문제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총체적인 점검을 위해서다.
우리의 길 찾기 방법은 이렇다. 구글 맵을 통해 미리 갈 곳의 위도와 경도를 찾아 놓는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의 통과 지점 또한 위도와 경도를 찾아 놓는다. 그 후, GPS 에 위도와 경도를 입력해 하나의 길을 만든다. 캐나다와 미국의 지도만을 제공하는 GPS라 멕시코 이후부터는 잘 맞지 않아서 이렇게 위도와 경도를 찾아 입력해 놓아야만 길 찾기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론니 지도와 이정표만을 참고해서 다녀야 하는데 그건 더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물론 미리 인터넷을 이용해서 길 찾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 귀찮지만 매우 정확한 방법이라 우리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한 시간쯤을 달려 '금호타이어'에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운전팬더의 운전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사무실에는 사장님이 계시고 나머지는 현지 과테말라떼꼬들이다. 오늘 비서가 결근을 해 밀려드는 전화로 정신 없어 하신다. 우리는 지난 번 발생한 으릉이 브레이크 사건과 2번의 정비소를 거쳐 겨우 안티구아에 도착했던 일에 대해 설명한 후, 으릉이의 전체적인 체크업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으릉이의 상태는 별로였다. 특히나 브레이크에 관한 부분들이 모두 교체나 수리를 요하는 지경까지 가 있었다. 으릉이의 견적은 부품값만 Q3,500(약 53만원) 이상. 이 것도 대략적인 견적이기 때문에 수리가 끝나봐야지만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고 하신다.
알고 보니 여기 '그레고리' 사장님도 대단한 여행광이셨다. 그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한국인 중에 3번째로 등반하셨다고 하니 뭐, 할 말 다 했다. 다음 목표는 남미 일주지만 자금을 위해서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중이시다. 미국이나 캐나다 이민자와는 다른 형태의 이민자들이다. 좀 더 흥미롭고 좀 더 위험하고 좀 더 매력적이고 좀 더 용감한 자들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한국인들이 특히나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자국민 보호에 나서고, 중국의 경우 조직 삼합회가 워낙 끈질기기로 유명해 괜히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사관도 별로고 민간 조직도 그렇다 할 만한게 없다. 예를 들어, 지난 번 어느 중국인이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중국 삼합회가 끝까지 추격해 범인을 밝혀 내 똑같이 복수 해 시체 의 머리를 높은 곳에 걸어두었던 사건이 있었다 한다. 반면 이번 해에 들어서 죽은 한국인들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는데도 한국대사관 측에서는 조심하라는 말 밖에는 어떠한 액션도 없었다 한다. 이 것이 현재 과테말라 거주 한인들의 현실이다. 사장님의 경우 밤에 추격자들 추격도 몇 번이나 받아보고 위험한 순간도 몇 번이나 넘겨서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길을 다른 길을 통해 오고 시시 때때로 수상한 이가 없는 지 창 밖을 내다 보신다. 만만치 않은 삶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리가 내일 오전이나 되야 끝나니 오늘 하루는 과테말라시티에서 자야 한다는 얘기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또 이렇게 한 번 나간다. 사장님이 근처 하숙집을 알아봐 주셨는데, 가격은 1인당 Q200(약 3만원). 헉. 우리가 지금까지 자던 곳 중 젤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근처 한국식당에서 밥 먹게 되면 보통 Q100정도 나오기 때문에 밥 2끼가 포함된 가격이면 괜찮은 가격이라 하신다. 우리에게 별 다른 선택사항은 없었다. 무조건 내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위험한 과테말라 시티라 아무 곳에서나 잘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있는 정비소까지 픽업서비스가 된다고 하니 뭐 고민할 것도 없다. 가자~~
약 10분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뉴서울 민박집'. 민박집과 한국슈퍼를 겸하는, 정말 말 그대로 철통경비가 보장되는 곳 이었다. 문 밖을 지키고 있는 경비가 둘이고 두 개의 문을 통과해야만 한국슈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한국슈퍼에서 또 다른 뒤쪽 문을 통과해야만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척 안전 해 보여 제대로 잘 찾아 왔구나 싶다. 경비들이 총 들고 덤비지 않는 이상은 별 다른 사건 사고가 없을 것 같다. ㅋㅋㅋㅋ
하나의 방에 싱글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침대 시트며 이불이며 모두 그리운 한국제임이 팍팍 티가 난다. 살짝 누워보니 너무 편하다~ 이히~ 그리고 옷장과 작은 TV와 DVD도 눈에 띈다. 우리는 대충 짐을 두고 다시 내려와서 하루치 방값을 계산하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다. 이대로 과테말라를 빠져 나간다면 딱 맞을 돈이지만 지금 으릉이 수리비와 한국 식품 장을 봐야 해서 추가로 약 80만원 정도가 더 써야 할 돈이니 턱 없이 모자란다. 민박집 사장님께 근처 ATM을 여쭤보니 많은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게 위험하니 되도록이면 카드를 사용하라고 하신다. 또한 ATM은 하루 출금 제한 이라든지 기타 제한 등이 많아서 많은 돈을 인출할 때는 불편한 점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 아~ 머리 아파!! 결국, 사장님의 배려로, 한국 계좌로 우리가 돈을 송금하고 Q(께찰)을 받아 쓸 수 있었다. 흐흐 다행이다~ 이게 바로 '누이 좋게 매부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백 만원 송금에 Q6,831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식품점 물건들도 둘러볼 겸 1층에서 알짱 알짱(?) 거렸다. 금은 보화처럼 쌓여 있는 한국 제품들.. @.@ 슈퍼 규모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예전 텍사스에서 갔던 식품점 보다는 약간 작았지만 멕시코시티에 있는 것보다는 두 세배 더 큰 것 같다. 친절한 사장님과 아드님께서 커피와 빵을 주셔서 굶주린 배도 채우고 새로운 과테말라 한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한 이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사는 한인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곳에 계시는 한인 대부분은 봉재사업 때문에 이 곳에 오신 분들 이었다. 하지만 침체기를 겪으면서 예전보다는 경제규모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미국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세탁업에 종사함을 떠올려 볼 때, 옷과 관련된 일을 세계 곳곳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개인 영세 사업이 아닌 공장 규모의 사업을 주로 하는 이 곳의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저녁 시간이 되어, 우리가 그렇게 고대하고 또 고대했던 저녁 시간이 되었다. 크크큭 +_+ 저녁 반찬은 너무 푸짐하게 나와 우리는 또 한 번 감동. 밥도 여유분으로 두 그릇을 더 주셨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김치찌개. 그리고 제육볶음, 생선 조림, 김치, 오뎅볶음, 미역줄기, 나물 반찬 등등~ 이렇게 많은 반찬을 상에 두고 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그리고 먹고 더 먹으라는 상냥한 말씀까지~~ 아 너무나 천국 같은 이 곳이다. 허겁지겁~ 우리는 몇 일 굶은 사람들처럼 그렇게 밥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식사를 거의 다 마치고 부른 배를 땅땅 두드리며 앉아 있을 때,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셨다. 다른 방에 묶고 계시는 분들로 식사하러 마침 들어 오셨던 것이다. 우리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드리니 마침 소주 한 잔 하려던 참이니 이쪽으로 와서 소주 한 잔씩 마시고 가라 하신다. 우리는 쫄래 쫄래 옆에 쪼르르 앉아서 팬더와 의철이는 소주, 나는 산사춘을 받아 꼴까닥 마셨다. 몇 년 만에 먹는 산사춘의 맛이다. +_+ 우리는 도란 도란 앉아서 이야기의 꽃을 활~짝 피었다.
<민박집 거실>
<화장실 - 오랜만에 보는 화려한 시설로 너무 신기했어요>
<9첩 반상인가요?? 임금님이 되었습니다. 김치찌개와 고기 볶음 . 물고기 조림까지..>
세 분은 봉재사업 관련 해 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다. 한 분은 여기서 거주하며 사시는 분이고 두 분은 2달에 한 번씩 한국과 과테말라를 오가시는 분들인데 신기하게도 그 두 분이 부자지간 이었다. 자세히 보니 두 분 눈매가 똑 같이 닮아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Ex- 동네주민에(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방이동 근처 진주아파트에 살고 계셨다) 아드님은 내 중학교 선배기도 했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은 게 혹시 지나가다 많이 마주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2층 응접실에서 2차 자리를 가졌는데 뜻 밖의 손님도 오셨다. 이번엔 우루과이에서 오신 17년 연속 한인회장을 도맡아 하시는 분 이셨다. 이 곳에는 도로공사 책임자로 오셨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에 그 분의 끊임없는 속사포 랩을 경청해야 했다. 굉장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었지만 그 분의 계속되는 이야기에 모두들 넉다운되서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우리도 침대로 향할 수가 있었다. 크큭~
오늘 하루 으릉이 덕에 과테말라에서 활약 하시는 분들 얘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 굉장히 특별한 하루였다. 으릉이가 아니었다면 정비소에 갈 일도 없었고, 이렇게 한인민박집에 올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우연들이 모여 인연들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여정.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긴장감과 어디로도 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여행.
그렇게 아르헨티나까지 쭉~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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