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3 Tue 2010
팬더는 아침부터 주유를 하러 갔다. 10시에 기름 차가 온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오전 8시부터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주유를 하기 위해 백미터는 넘게 늘어선 줄. 참 이색적인 풍경이다. 우리도 일찍 가서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으릉이 배 부르게 먹이고 비상 기름통 80L를 꽉 채우자, 530 볼리비아노(약 9만원). 그나마 기름값이 싼 볼리비아라 다행이다. 우리 나라의 1/3 정도 될까?
<주차장. 차를 빼기 위해서도 전쟁이닷 ~~!!>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서 기다리는 차들...우아~~>
<기름을 기다리는데...양떼 들이 지나간넹??@@>
<큭..너네 들은 1시간 뒤에서 기름을 받을꺼야~>
시장으로 가서 우리도 살떼냐로 아침을 떼우고는 우유니 사막으로 출발한다. 보통 우유니 사막과 근처 호수들을 묶어서 여행사에서는 상품으로 많이 판매를 하는데, 4륜 구동이 아니면 호수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해 우린 질리도록 우유니 사막만 보기로 했다.
소금 사막으로 들어가는 곳은 꼴차니 마을 쪽이라 꼴차니 마을까지 우선 가는데, 비포장 빨래판 길이라 우리 차 속력으로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런데 가는 중간에 차 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적절한 휘발유 통이 아니라 차가 흔들리면서 기름도 새나 보다. 랩과 얇은 비닐 봉지를 뚜껑 사이에 끼워 잘 닫아 보지만 약간의 냄새는 어쩔 수 없다.
드디어 도착한 우유니 사막, 입구 바닥은 주민들이 소금을 채취하느라 소금을 바닥까지 긁어 내서 황토와 하얀 소금이 한 데 섞여서 조금 지저분 했다. 하지만 점점 안 쪽으로 들어갈 수록 바닥은 순수한 하얀색으로 변해 간다. 중간에 '크리스탈' (1인당 US50)이라는 소금 호텔에 들러서 한국인이 있는지 물어 보자, 어제 체크아웃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계속 엇갈리는 구나.
<꼴차니 마을로 가는 길..>
<소금을 채취하는 사람들>
<고급 소금 호텔 크리스탈>
우유니 입구를 지나 자 하얀 소금밭과 그 가운데 멋지게 난 길이 인상적이었다. 수 많은 투어 차들이 오기 때문에 자동으로 우유니 소금 사막 안에서도 저렇게 길이 생겨 났다. 계속 비 포장길에 고생을 한 우리들은, 쫘악 미끄러지는 소금 사막에서의 라이딩에 신이 났다.
많은 투어 차량들이 정차해 있는 곳에 우리도 차를 세우고 내렸다. 다들 쌓아 놓은 소금 위에 올라 가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도 그들에 합류에 여러 사진들을 남기는데, 그 때 들려오는 빵빵 소리. 투어 차들이 이제 출발한다고 사람들보고 빨리 돌아오라는 신호 였다. 우린 우리를 재촉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으니 자유롭다. 이게 바로 우유니에 자차를 가져 오는 것에 대한 매력이다.
<소금 벽돌로 만든 집...우아~>
<드뎌 으릉이가 소금 사막에도 섯습니다. 축하합니다.~!>
<투어 차들이 끊임 없이 들어옵니다.>
휴휴휴휴휴휴~숨찬다.
우리는 한 껏 자유를 만끽하다, '소금사막의 눈' 이라고 불리는 물이 솟아나는 곳으로 향했다. 보글 보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물, 그리고 특유의 유황 냄새는 엘로우스톤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만져봤지만 뜨거운 물은 아니었고, 기포 때문에 보글 보글 끓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 가지 자연 현상이 조합되어 만들어 진 우유니 사막의 다양한 모습에 놀라울 따름이다.
<소금 사막의 눈>
그리고는 소금 사막 안의 유일한 숙박 업소인 소금 호텔로 가 본다. Playa Blanca(쁠라야 블란까 : 하얀 해변)라고 불리는 이 곳은, 불법 건물이지만 버젓이 소금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다. 이 곳 볼리비아 라는 나라가 그런 것 같다. 라 파스에도 몇 십년째 정부 땅에 불법건물을 짓고 살면 그 땅을 본인 소유로 인정해 준다고 하는데, 이 호텔도 곧 그리 되지 않을까?
도착한 소금 호텔 앞은 수 많은 투어 차량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호텔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들 그 앞에 놓여 있는 소금 식탁과 소금 의자에 앉아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는 다시 바쁘게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스케쥴을 갖고 있었다. 투어 차량 운전사 아저씨게 여쭤 보니, 대부분의 차량은 이제 화산 근처 작은 마을로 이동해서 하룻밤을 자고는 그 다음 날 전망대에 갔다가, 물고기 섬에 갔다가 우유니 마을로 돌아가는 1박 2일 코스라고 한다. 우린 오늘 어디서 자지? +_+ 해 질 시간도 얼추 됐는데, 여기서 잘까?
살떼냐로 점심을 먹기는 했지만, 살살 출출할 때라 버너를 빼 짜파게티를 끓여 먹기로 했다. 소금 탁자에 버너를 올려 놓고 정선언니가 미국에서부터 가져 온 짜파게티를 드디어 이 곳에서 오픈 한다. 쉽게 설거지를 하기 위해, 하얗게 끓여서 각자 그릇에서 비벼 먹기로 했다. 이 때 길거리에서 종철오빠가 주어 온 일회용 용기가 값지게 쓰였다. 다 있으면 잘 쓴다. ^^ 너무 추운 날씨 탓에 그릇에 옮겨 담자 마자 차갑게 식어 버렸지만, 우유니 사막에서 먹는 짜파게티 맛은 독특했다. 아 좋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또 저녁 식사 시간. 해산물 베이스 숩에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끓이고, 토스트한 빵을 찍어 먹기로 했다. 빵 6개를 구워서는 팬더 빵 5개, 난 1개. 역시 타고난 먹깨비 팬더. 잘 먹으니 좋다.
해 질 무렵이 되니 더 아름답게 변한 우유니 사막. 지금까지 와 본 사막 중에 가장 아름답다. 눈 부시게 하얀 소금덩어리인 바닥과 푸르른 하늘, 그리고 붉은 태양이 지면서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려는 의지가 만날 때, 그 아름다운 조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함들이 너무나 많은 곳이다.
이 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언니는 일본인 둘과 동행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인에게 굉장히 목말라 하고 있던 터에 우리를 만난 게 굉장히 반가웠나 보다. 언니는 엄청 착하고 좋았는데, 같이 다니는 한 일본인은 좀 재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이해 해보려고 노력을 해 봐도 여전히 재수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말도 섞지 말아야지.
그 언니는 신기하게도 우리와 루트가 비슷해서, 적도 민박 아저씨도 알고, 태양여관 아저씨도 알고, 지수 언니의 언니인 지희 언니도 과테말라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어느 새 시간을 보니 10시가 넘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을 옮겨 줘서, 심심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 혹시 내일 또 못 만나게 되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언니는 자러 소금호텔 안으로, 우린 으릉이 안에 자리를 폈다.
밖에는 살인적으로 추운 날씨이지만, 으릉이가 바람은 막아줘서 다행이다. 새벽에 너무 추워 우리 둘 다 동시에 잠이 깼는데 에어매트리스가 문제 였다. 밑에 깔판을 댔어도 공기 층이 차가워져서 우리에게 그 온도를 그대로 전해 주는 것 이었다. 에어 매트리스의 공기를 모두 빼고 다시 누웠더니 아까 보다 낫다. 차에 시동을 걸어 히터를 가동시켜 뜨거운 공기로 몸을 데운 뒤, 수 많은 별 빛 아래서, 어둠이 깔린 순백의 우유니 사막 안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듬직한 으릉이 안에서 잠이 든다.
PS. 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소금 호텔 주인 아저씨가 어슬렁 나오더니 오늘 여기서 잘 꺼냐고 묻는다. 우린 자릿세 내라고 했던 콜롬비아에서의 일이 생각 나, 방어적인 자세로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그냥 물어봤다고 한다. 우리 으릉이가 볼리비아에는 없는 모델이라 신기해서 나와 본 것 같은데 괜히 우리가 넘겨 짓고 너무 방어적으로 대한 것 같아 미안 했다.
갑자기 종철오빠의 말이 생각 났다. 편견이 많은 사람이라 편견을 없애고 싶어 여행을 나왔는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편견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던 말. 처음에는 우리도 우리에게 말을 거는 모든 사람에게 귀와 마음을 열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우리도 모르게 경험에 의거해 카테고리를 나누고는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지금 같은 경우도 비슷한 경험이 없었다면 귀와 마음을 열고 저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를 들었겠지만, 예전에 콜롬비아에서 캠핑할 때 자릿세를 내라고 했던 아저씨가 우리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또 그런 사람인가 싶어 방어벽을 치고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그리고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실어서 반격을 해 버린 것이다. 여행에 익숙해 지고, 경험 많은 여행자가 될 수록 말랑 말랑한 가슴 대신 이러한 편견들만 생기는 건 아닌지, 스스로가 반성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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