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를 걷고 다시금 라끼라 시내로 나가 본다. 어제 마저 못 끝낸 쇼핑을 오늘 시~원하게 끝내기 위해서. 아침 일찍이라 아직 기념품가게가 문을 듬성 듬성 열었지만 하나씩 구경 하다 보면 다 열리겠지?
팬더는 유난히 커피잔을 사고 싶어 한다. 콜롬비아에서 부터 온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서 팔면 좋을 것 같다는 거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무리인게, 아직 까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단계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 어느 컨셉일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컵을 사는 건 아니라고 난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깨지거나 더 필요하면 조달이 쉬운 제품으로 한국에서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아니면 나중에 까페 이름을 정하게 되면 로고를 새겨 예쁘게 자체제작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튼 컵은 패스하기로 했는데도, 팬더는 미련이 남는 것 같다. 결국 우리 반씩 양보해서 일반 잔은 사지 않고 에스프레소 잔만 사기로 했다. 부피도 작고 아직 한국에선 에스프레소에 대한 수요가 적으니 많은 양이 필요할 것 같진 않고, 또 이건 장식용으로 써도 될 만큼 예쁘니 에스프레소 잔과 주전자가 세트로 된 커피세트를 총 4개 구입.
우리의 스페인어 예명은 '솔' 과 '루나' 이다. 어쩌다 지었는데 사람들의 호응도 너무 좋고, 부르기 쉬워서 우리도 이제 정이 많이 가는 이름이다. '솔'은 태양, '루나'는 달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데, 고대부터 해와 달을 숭배해왔기에 해와달에 관한 장식품들도 꽤 많이 팔고 있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의 까페를 연 다면 SOL y LUNA라고 짓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어서 해와달 벽걸이 장식품도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선물용으로 예쁜 집 모양의 벽걸이도 4개 구입, 토끼 귀걸이도 하나 구입, 팬더가 어제부터 가지고 싶어 했던 가죽모자도 구입. 이렇게 완전 차가 터지도록 물건들을 사고야 말았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우리가 나름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는데, 액자를 구입 했다. 그것도 엄청 큰 걸로. 집마다 가면 가훈을 쓴 붓글씨 액자만한 크기의 그림을 덜컹 사버렸다. 통나무를 깍아서 그 위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 거라 부피를 작게 만들지도 못한다. 빼도 박도 못하는 크기의 그림을 그렇게 사 버렸다.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사안일한 태도로 단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그렇게 그림을 사 버렸다.
<이 두가지 중에 아래 것으로 결정>
<오늘의 사고 물품~!!! 저지러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큰 액자에, 해먹4개가 뒤에 들어서니 뒤는 바늘 구멍 하나 안 들어갈 정도로 꽉 차고 말았다. 이젠 운전할 때 뒷거울이 보이지도 않는다. '커다란 미니밴에 두명 분의 짐이 얼마나 된다고'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큰 미니밴이 두명 분의 짐으로 가득~~~ 찼으니까.
뻐쩍지근한 우리의 쇼핑을 마치고 서둘러 찌빠끼라로 향한다. 론니 플래닛에는 5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지금 벌서 1시라 시간 맞춰 갈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수요일에 가면 더 할인이 된다고 해 오늘 무조건 가야 된다.
그런데 세상 일이 우리 맘대로 그렇게 쉽다던가. 가는 길은 구불 구불, 게다가 폭우까지 쏟아지니 이젠 맘 편하게 가기로 했다. 못 가면 못 가고, 가면 가는거지. 오히려 급한 맘에 사고라도 날 까 겁난다.
라끼라에서 나와 씨빠끼라 까지 향하는 길은, 너무 예쁘다. 싱그러운 목초지에 유유자적 풀을 뜯는 젖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기도 하고, 유토피아의 환상을 자아낼 만큼 예쁘다. 태어나서 본 목초지 중 가장 예쁜 모습. 거기다 중간 중간 우유통을 옮기는 모습에 파트라슈 강아지가 불쑥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드라이빙 하는 즐거움을 톡톡히 느끼게 해 준 라끼라-씨빠끼라 구간이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라라~~~~
드디어 진입한 씨빠끼라 마을. 시간은 벌써 5시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금성당 입구로 가 본다. 그런데 경비원 아저씨 말에 따르면 6시 반까지 한다는데… 에잇 속았다. 론니 바보!!
<주차장>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 표를 끊으로 갔다니 1인당 17,000페소로 할인을 전혀 해 주지 않는다. 수요일 할인에 대해 물어보니, 올해부터 바뀌어서 이제 적용이 안된단다. 또 속았다. 론니 바보!!
<매표소>
<그래도 신나게 기분좋게 !!! 아장~!~>
<누가 보면 코카콜라 회사 견학 온 줄 착학할 정도! 누가 주인인 거이여???>
길이 평평하지 않다는 소리에 가벼운 하이킹화로 갈아 신고 입장을 하러 갔다. 무조건 가이드와 동반 입장을 해야 하는터라 영어/스페인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우린 추가비용이 없다면 영어가 더 나으니까 영어 가이드와 달랑 우리 둘만 같이 소금성당으로 들어 갔다.
내가 이름만 듣고 예상했던 소금성당의 웅장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엔 어두운 소금동굴을 걸어서 한참 들어가 보니 십자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소박한 십자가는 소금광산의 광부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신에게 기대기 위해 만들어진 간절함 같은 거였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달 동안 이 광산에 갇혀서 햇빛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그들이 신에게 단 하나의 희망처럼 매달리고 또 매달렸던 그런 공간이었다. 이름만 듣고 웅장한 재단 따위를 기대했던 무지함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소금 성당 입구로 들어가 봅니다.>
<입장 대기 시간 때 미리 성당에 대한 책도 읽을 수 있답니다>
작은 십자가를 지나, 성모 마리아상, 그리고 곳곳에 또 다른 십자가들을 거쳐 거쳐 큰 예배당에 당도했다. 이 곳은 특별히 성가대가 노래를 부르면 잘 들리도록 설계된 곳이라 한다. 원래는 소박한 예배당이었지만 더 이상 이 곳이 광산으로 사용되지 않고 관광객에게 공개되면서 좀 더 예쁘게 꾸며진 곳이라 한다. 거기다 매주 일요일마다 미사도 열린다니, 사람이 붐비긴 하겠지만 일요일에 방문해 봐도 특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더 재밌는 건 여기서도 보통 성당처럼 결혼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신부입장은 뒤쪽으로 금방 하지만 신랑입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길을 내내 걸어와서 입장을 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남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결혼 해, 말어? 를 20분 동안 걸으면서 생각할 수 있으니.. 여자들에겐? 좋은건가 나쁜건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소금이다!!>
<광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곳. >
<중앙 대 성당>
<역시나 끝은 기념품 샵>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비는 곳>
<아래는 물. 천정이 반영되는 데 단 몇 cm 의 깊이라고 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가 이해 되는 듯..>
<카페테리아도 있었지만 늦은 시간이라 다들 퇴근해버렸네요. 일하기 좋은 곳입니다>
약 한시간의 투어가 끝날 떄쯤, 3D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일회용 안경도 나눠주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영화가 시작된다. 소금광산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재밌게 설명 해 놓은 교육용 영화였다. 그런데 피곤한 우리는 꾸벅 꾸벅~ 그리고 다운 받아 놓은 아바타 영화 보는 데 도움이 될까 해 3D안경도 잘 챙겨놨다. 그런데 그 안경쓰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봐도 입체가 될려나? 아무튼 나중에 실험 해 보면 알겠지 ^^
<극장 위. 당연히 모두 모두 소금>
<거의 졸기 직전 까지 몰아간 영화.... ㅠ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작은 소변기!>
밖에 나오니, 벌써 6시가 넘었다. 오늘의 계획은 보고타 가기 였는데, 무리해서라도 보고타에 갈지 아님 이 도시 씨빠끼라에서 하루 잘 지 고민이다. 다른 사람들은 투어버스에 쏙 올라타서 보고타로 안전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생판 모르는 길을, 게다가 GPS도 없이 운전해야 해서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보고타까지는 기껏 한 두 시간 거리인데 오늘 이대로 멈춰 버리기는 아쉽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고민 고민 고민 고민 하다 그냥 보고타까지 밟아 버리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니 금방 가겠지라며 순진한 생각을 하며 출발한 것이 오늘 밤 고생의 시발점이었다.
보고타까지의 길은 좋았다. 그런데 워낙 큰 규모의 도시다 보니,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도시 중간에 메트로 라고 불리는 전차가 다니는 통에 좌회전도 쉽지 않아 몇 번을 돌고 또 돌고 하며 길에서 시간을 다 까먹었는지 모르겠다. 점점 스트레스에 우리는 말수가 적어진다.
몇 번을 물어본 끝에 근처까지 온 것 같은데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이 어딘지 모르겠다. 약간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거리에 차를 세워 주차장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봤다. 보행자 중 전부가 부랑자라 해도 될 만큼 어둑하고 무서워 보이는 거리였다. 그런데 길을 물어봐야 겠고, 결국 소심하게 창문만 살짝 내리고 아주머니를 불러서 길을 물어 본 것이다. 친절하게도 종이에 지도까지 그려가며 친절하게 설명 해 주신다. 이렇게 길 물어보는 잠깐 사이에도 부랑자들이 차로 얼굴을 들이밀고 돈 달라고 떼를 쓴다. 예전에 갔단 파나마의 슬럼도시 '꼴론'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모습에 거기다 밤이니 더 무섭게만 느껴진다. 건물들은 다 부서져 있고, 그 사이에 배회하는 자들은 전부 부랑자. 아마 어떤 소문이 난 곳이라 여기는 경찰도 안 오는 곳인 것 같다. 우리는 서둘러 빠져 나가기로 한다.
어찌 어찌해 드디어 진입한 도심. 그런데 여기서도 주소 하나만 덜렁 들고 '태양여관'을 찾긴 너무 힘들다. 일방통행도 너무 많고 경찰들이 막아 놓은 거리도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는 청년에게 길을 묻자, 길이 너무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며 직접 데려다 줄 테니 오토바이를 따라 오라고 한다. 너무나 친절하게도 자기가 가는 길 돌아서 우리를 데려다 준 청년, 그리고 뒤에 타신 청년의 아버지. 우리는 작은 한국 기념품 하나로 마음을 대신한다. ^-^
띵동~~ 태양여관의 초인종을 눌러 본다. 우리는 대충 짐을 내리고 근처 주차장을 물어 보는데, 아무도 모른단다. 응?? ㅠㅜ 근처 어디서 보긴 했는데, 확실하진 않다 그런 얘기. 그리고 밤에는 문을 닫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런 얘기. 시계는 벌써 밤 10시를 가리키는데, 우리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금방 가겠거니 출발 한 보고타에서 길 잃고, 엉뚱한데 빠져 무서워 벌벌 떨다가, 겨우 겨우 왔는데, 이번엔 또 주차장 찾기 전쟁이다.
헤매고 헤맨 끝에 주차장을 찾았는데, 다른 사람들 말처럼 문이 역시나 닫혀 있다. 이대로 포기 할 순 없다. 우리는 손으로 쾅쾅 두드려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아무리 지나도 나오지 않아 포기해야 하나 할 때쯤 한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나오더니 왜 그러는지를 묻는다. 지금 주차가 되냐고 묻자, 망설이다 겨우 문을 열어 준다. 우리가 나쁜 사람들일까 경계를 한 것 같다. 가격은 낮 5,000페소, 밤 5,000페소에 하루 만페소로 합의를 하고 3~4일쯤 뒤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히유~ 험난한 주차고행이다. 그리고는 워낙 악명이 자자한 곳이니 걷지 말고 가까운 거리지만 택시를 타고 간다. 주차하고 다시 택시타고 오는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지만, 안전이 최우선 이지 않는가. 실제로 태양여관에 몇몇은 설마… 라는 생각으로 잠깐 걸었는데 그 사이에 당한 강도가 한 둘이 아니었다. 남미의 대도시에선 언제나 조심 또 조심 하는 게 좋다.
택시타고 다시 도착 한 태양여관. 휴~ 엄청 피곤하다. 밤엔 운전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우리 스스로 깨서 우리 무덤을 판 거다. 그 대가는 혹독했으니, 다음부턴 진짜 진짜 진짜 밤에 도시에선 운전하지 말아야지. ㅠㅜ
그리곤 또 하겠지??? ㅋㅋ
PS. 콜롬비아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이 너무 신기하다. 북쪽에선 동양인조차 만나기 어려웠고, 만난 단 한 명의 한국인이 거주 한국인이었으니 실제 한국인 여행자들은 처음 본다. 신기~
PS2. 우리를 알고 있는 여행자분들이 몇몇 있었다. 블로그에서 사진을 봤었는데, 어쩐지 눈에 익었다 싶었다며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 우리도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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