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반쯤 번쩍 눈을 뜨고 짐정리를 시작한다. 오늘은 대망의 체크아웃 하는 날이다. 장장 일주일간 있었던 쑬리네 호스텔을 떠나는 날이다. 그 동안 퍼질러 놨던 것들을 정리하고 짐을 다 싸고, 아침은 간단하게 씨리얼을 먹고는 출발이다.
조금 이른 8시 반쯤 경찰서에 여유롭게 도착 했다. 차는 뒤쪽으로 주차하라는데 거대한 일방통행이라서 저 멀리까지 가서 삥~ 돌아와야 했다. 이렇게 헤매도 9시가 넘지 않는다. 인스펙션은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이루어 지기 때문에 또 생으로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지루하다. 지루하다. 경찰 눈치를 보느라 우리 장비를 꺼내서 영화를 본다거나 좀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나 지나서 10시 반이 되었을 때야 인스펙션 전담 경찰이 어슬렁 걸어 들어온다. 차 소유 증명과 정식 입국절차를 밟았는지에 관한 입국관련 서류들을 복사본으로 2장씩을 요구한다. 우리는 여권과 차 등록증은 예전에 미리 복사 해 둔 게 많아서 자신 있게 꺼내 주니, 입국서류와 예약 확인서에 관한 복사본도 요구한다. OTL 그렇담, 다시 복사 가게를 찾아 삼만리를 할 시간. 무단 횡단 2번을 하고 겨우 찾은 곳에서 복사를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가니 11시가 다 되어 간다. 시간 ~ 잘 간다. 그래도 이제 인스펜션을 마치고 바로 콜론으로 출발해서 세관검사를 받으면 시간이 딱 맞겠다.
인스펙션 확인서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떨어진 또 한 번의 날벼락은 오늘 3시 반에 다시 경찰서로 인스펙션 확인서를 받으러 와야 한다고 한다. 오잉~ 그럼 세관은 언제 가라구~? ㅠㅜ 4시간 반 동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고 다시 경찰서로 와야 한다. 인스펙션을 하는 경찰이 있고, 인스펙션 관련 서류 작업을 하는 공무원이 따로 있기 때문이란다. 남은 시간 동안 점심이라도 먹고 와야 겠다. ㅠㅜ 어디가지? 어디가지? 우리는 어제 갔던 레오나르도 핏자가게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 곳에 다시 한 번 가기로 했다. 도착하니 11시 20분쯤.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기다려야 하는 데 오늘 이 곳의 첫 번째 손님이 될 듯한 예감. !.!
10분쯤 기다려서 드디어 들어간 곳에서 우리는 어제와 같이 핏자 1개를 주문하고 추가로 리조또 1개를 추가했다. 우리는 큰 사이즈 음료수를 하나 달라고 했는데 작은 사이즈 음료를 두 개 줬다. 그 것도 같은 맛으로… ㅠㅜ 이씨~ 바꿔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단다. 그래도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다. 핏자, 리조또, 음료 2개 합쳐 B6.24 다. ^^ 개점 시간이라 그런지 어제 극찬했던 맛보단 오늘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파나마 시티 외곽 지역. - 빈민가처럼 보인다>
<국도 입구 가드레일에 매달린 청바지들? 빨래하고 말리는 거겠죠?>
<다시 찾은 몰-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 사실 여기가 젤 시원하고 좋아요>
<응가 머리 토끼>
식사를 마치고 잠시 약국에 들렸다. 자다가 벌레에게 물렸는지 손이 퉁퉁~ 부어 버린 것이다. 얼마나 부었는지 손이 전혀 구부러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간지럽고 계속 신경 쓰이는 고통이다. 붓기를 가라 앉게 도와주는 약을 2일치 구입 했다. ( B1.75) 8시간 마다 한 번씩 먹으라 한다. OK!!
이렇게 시간을 보냈는데도 2시간도 안 지나있다. 엉엉~ 시간 때우는 것도 참 힘들다. 기념품 가게도 들러 보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기념품 가게도 가보고 해도 여전히 시간은 참 더디다. 시간이란 참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이다. 무의미한 시간 때우기에 지친 우리는 기다리더라도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걸려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 까, 도착하니 주차 할 곳이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2중 주차를 해 놓고 필요 시 차를 빼기 위해 한 명은 남아 있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자동차 서류들이 팬더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팬더를 들여 보냈는데, 팬더가 잠시 뒤에 돌아와서는 옷 갈아 입고 오라고 팬더를 되 돌려 보냈다 한다. 무조건 긴 바지만 출입이 된다. 민원인이고 뭐고 얄짤 없다. 마침 오늘 호스텔에서 짐을 다 뺐기에 긴 바지가 있어서 갈아 입었더니 그제서야 통과.
경찰서 안으로 들어 간 팬더는 기다려도 또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ㅠㅜ 처음엔 차 안에서 기다리다 너무 더워서 차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다 앉았다 섰다 해도 안 나온다. 4시 반이 되서야 겨우 나온 팬더는 지친 얼굴이다. 팬더도 안에서 기다리면서 졸았다 한다. 차 때문에 같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팬더는 안에서 졸고, 난 밖에서 힘만 뺐다. 이휴~ 한 시간 뒤면 해가 질 텐데… 이 대로 콜론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된다. 콜론까지는 1시간 반쯤 걸려 지금 출발한다면 해질 때 도착할 듯 하다. 워낙 위험하다고 악명이 자자한 곳이니, 걱정이 살포시 된다. 중남미의 낯선 도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경계할 만한 이유는 충분한데, 거기다 최대 슬럼가라고 불리는 콜론이니… 뭐 말 다했다.
우선 주유소에 들어가 기름을 넣고, 정신 차리기 위해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으~ 정신이 확 든다. 그런데 아무래도 왼쪽 뒷바퀴 상태가 안 좋다. 타이어 하나 갈고 보내고 싶은데 … 시간이 부족하다. 내일 오후 한시까지는 차를 컨테이너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세관도 가야 하고, 돈도 미리 찾아야 한다. (콜론의 ATM에서는 돈 안 찾는 게 좋고 론니, 풋프린트에도 걸어 다니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적혀 있는 곳이다. ) 그런데 지금 마음 같아서는 타이어도 갈고 싶고 기름도 가득 채워 보내고 싶다. 파나마 기름은 옥탄가 93/95로 매우 질 좋은 기름에 속한다. 그리고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아 많이 주유하면 할 수록 이익이다. 아까 시간 많을 땐 이런 일들을 할 생각 못하고 지금 와서야 후회하다니. 지금에서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 지금부터라도 있는 시간 활용을 잘 해야지.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ATM 최대 인출액인 B500을 미리 출금하고는 바로 콜론으로 향했다. 유료도로를 탔기 때문에 길은 좋았다. 그런데 콜론 도착 해서 우리가 가려는 론니에 나온 숙소를 찾지 못하겠다. 어느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길을 찾고는 숙소에 가기 전 대형마트에 들러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해결 할 것들을 구입 했다. 위험한 콜론에서 밖에 나가지 않기 위해 오늘 저녁으로는 전기구이 통닭, 내일 아침으로는 사과4개와 머핀6개다. ^-^
<꼴론에 도착하다..거대한 슬럼가에 놀람>
우리가 도착 한 호텔은 생각보다 시설이 훌륭했다. 그리고 24시간 경비 서비스도 제공되어 좀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격이… 론니에 나온 것보다 2배도 넘게 오른 것 같다. 그래도 차선책이 없기에 그냥 체크인 한다. B38.5 로 미국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다.
우리는 내일 우리가 손으로 들고 갈 짐들, 차로 보낼 짐들을 가르고, 쓰레기통도 비워주고 으릉이를 보내기 전 마지막 단장을 해 줬다. 그리고 노동 뒤에 오늘 달콤한 휴식. 오랜만에 도미토리가 아닌 시원한 방에서 남의 눈치 안 보고 누워 있을 수 있다. 화장실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샤워하기 위해 혹은 화장실 가기 위해 계단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리고 방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기쁘다. 도미토리 생활하다 내 방이 생기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크크큭~ 방 안의 식탁에 앉아 마음 놓고 먹는 통닭구이. 키키 최고로 맛있다. 오늘은 행복한 밤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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