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릉이 인스펙션을 위해 경찰서에 가야 하는 날이다. 아침은 씨리얼을 먹고 출발한다. 예약 확인서를 꼭 들고 가야 하기 때문에 출력하는 곳을 찾고 출력을 하느라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어 경찰서에 도착하니 11시 반이다. 우리는 인스펙션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하루에 10시부터 11시까지 딱 한 시간만 접수를 받는데 30분 늦었다고 내일 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컨테이너에 차를 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 했는데도 소용없다. 선박회사에서 미리 시간에 대해 귀뜸이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어쩔 수 없이 내일 다시 와야 겠다.
호스텔에서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이대로 다시 돌아가긴 뭣 하다. 우리는 근처 큰 쇼핑몰인 Albrook으로 차를 몰았다. 계속 사려고 벼른 등산용 샌달을 구입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여행용 신발으로 등산용 샌들을 애용하는 데, 한국서부터 신던 팬더신발이 거의 수명을 다 했는지 신발 밑창이 너덜 너덜이다. 새 신발 구입을 위해 멕시코부터 코스타리카까지 찾아 봤는데 그 동안 찾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왠지 파나마에는 뭐든 찾는 게 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상 무역 왕'의 이미지 때문이다.
<거대한 알록달록 쇼핑몰 알부륵!>
이 엄청 넓은 몰에는 신발가게만 해도 몇 개가 있는 지 모르겠다. 특히 일반 운동화 종류는 거의 모든 게 있다고 보면 되고 우리가 찾는 등산신발도 몇 가지 종류가 있었다. 그런데 맘에 쏙 드는 게 없다. 그냥 일반 운동화를 구입해야 하는 건지, 아님 그냥 몇 가지 등산신발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지 모르겠다. 오랜만의 쇼핑에 지친 우리는 고픈 배도 채울 겸, 아픈 다리도 좀 쉬어갈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장소는 지난 번 가고 싶어하다 못 갔던 '레오나르도' 라는 핏자가게다. 우리는 핏자1개와 브루스게트라는 바게트에 치킨 아사도 토핑을 얹을 것을 골랐다. 프란차이즈 점으로 곳곳마다 있는 이 곳 강력추천이다. 가격도 싸고, 종류도 많고, 맛도 있고, 양도 많다. 특히나 핏자가 가격대비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주문한 즉시 오븐에 구워 만들어 주는 데, 빠르게 만들기 위해 얇은 도우를 사용 해서 특별 오븐에 약 5분 쯤 굽는다. 이 오븐은 벨트식으로 돌아가는 오븐인데 강력한 불로 빠르게 음식을 익힌다. 그리고 달콤한 맛의 이 곳 특유의 토마토 페이스트가 입맛을 돋구어 처음 먹는 순간부터 끝까지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먹고 나오면서도 아쉬운 이 기분. 한국에도 이런 핏자가게를 내면 좋을 것 같다. 맛 있고 저렴하고, 주문 즉시 만들면서 빨리 나오고, 핏자가게엔 여러 명이 가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1인당 주문할 수 있는 곳. 보면 볼 수록 맘에 드는 곳이다. (한 명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 핏자 한 개와 음료 하나 셋트 메뉴에 B3.8)
<왕팬더가 있네요. 곳곳에 동물 상들이 많습니다. 다들 왕입니다.>
<체인형 오븐!!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도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신발 구경을 하러 나선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핏자가게 근처에 콜롬비아 매장이 있었다. 오호~ 이 곳에 콜롬비아 매장이 있다니!! 엄청 반갑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콜롬비아 제품 뿐 아니라 팬더가 즐겨 신는 브랜드도 (Keen) 있다. 자회사인가? 팬더는 3가지 다른 디자인의 신발들을 점 찍어 놓고 직접 신어보기로 했다. 팬더의 발 사이즈는 10, 혹은 10.5, 어쩔 땐 11이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10이기에 같은 브랜드라 10이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10은 작고, 10.5는 맨발에는 딱 맞지만 양말을 신으면 발이 끼어서 불편하다고 한다. 팬더 생각엔 11이 딱 맞아서 11을 사고 싶은데 원하는 디자인의 11사이즈가 없다 한다. 디자인 별로인 제품 사이즈 11을 살 것인가, 맘에 드는 디자인 제품 사이즈 10.5를 살 것인가. 고민 고민을 하다 우리의 취향을 반영 해 예쁘고 조금 작은 신발(10.5)을 샀다. 내가 신발은 어차피 늘어 나게 되 있다고 작은 소리 뻥뻥 쳐서 팬더도 따라 산 것. 나중에 이 것 같고 불평하면 어쩌나 싶지만 신다 보면 다 맞겠지 뭐 … ㅋㅋ 가격은 택스 포함 B89.25. 팬더는 새 신발 샀다고 엄청 좋아 한다. 그런데 자기 신발만 산 게 미안했는지 내 것도 뭐 하나 사라고 자꾸 부추긴다. 가뜩이나 돈 들어 갈 때 많은데… 꼭 필요한 것만 사야지 라고 눈을 흘기자 팬더는 그래도 미안한지 그래도 토끼도 하나 사야지… 라고 말 끝을 흐린다. 마침 쪼리가 하나 필요 해서 쪼리 하나를 구입 하자, 그 때야 맘이 놓였는지 활짝 웃는 팬더~ 이제 똑같이 하나씩 샀으니 공평하다고 좋아한다. 토끼 신발은 15% 할인 후 택스포함 B14.28
앗, 그런데 차를 타고 나서 생각 하니, 우리만 쇼핑을 하면 으릉이가 섭섭해 한다. 파나마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을 미리 다 구해가면 좋다고 한다. 파나마엔 포드차도 많고 부품가격이 미국과 거의 비슷해서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하면 싼 편에 속한다. 우린 뭐가 고장 날 지 몰라서 무슨 부품을 사야 할 지 모르겠다. ;; 그렇다면 언젠가 써야 할 필터들을 사가기로 했다. 시 외곽쪽으로 나가면 자동차 부품 가게들이 많아서 그 중 포드마크가 그려진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에어필터와 에어컨필터를 구입하고 나오는 길에 타이어 가격을 물어 보니 또 엄청 싸다. 70$ 헉; 그런데 처음 보는 브랜드다. 아무래도 차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브랜드 제품을 따지게 된다. 어느 나라 제품인지 물어보니 중국제란다. 중국제란 소리엔 우린 챠우~(안녕~) 라 외치고 부품가게를 나와 버렸다. 우리의 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 벌써 수 차례 증명이 되기도 한 '메이드 인 차이나'는 패스다. 가끔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 간팔 볼 때 마다 반갑다. 다음엔 한국제 타이어로 갈아야지~~ ^^
드디어 장장 몇 시간 동안의 신발 구입과 으릉이 필터 구입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 데, 왠지 기분이 좋다. 이렇게 기념품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해 물건을 사러 돌아다닌 게 한참만인 것 같다. 오늘 구입한 물건들도 마음에 들고 싸우지 않고 쇼핑을 끝낸 것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쇼핑 중간의 식사도 대 만족이었기에, 뿌듯한 하루다. 암튼 사이 좋은 우리는 팬더 쇼핑, 토끼 쇼핑, 으릉이 쇼핑도 공평히 합니다. ^^*
이제 내일이면 차 인스펙션을 받고 콜론으로 떠난다. 위험한 도시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콜론이 조금 무섭기도하지만 으릉이를 보내는 절차에 또 한 발 다가섰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일찍 경찰서에 도착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겠다.
PS. 오늘의 저녁은 해물볶음 이었답니다. 각종 모듬 해물과 브로콜리, 양파를 넣고 굴소스를 첨가 해 볶습니다. 그리고 밥과 냠냠~ 먹다 비벼 먹다~ 맛이 좋았습니다. :)
PS2. 몰에 있던 마네킹 입니다. 중미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팬더도 지을 수 있는 표정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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