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벨 간판. 나오는 길에 찍어봅니다.>
어제 독하게 마음 먹은 후, 기적적으로 6시 기상 실천. 그리고 번개와 같은 속도로 텐트 정리 및 기타 짐 정리 후, 8시쯤 다음 도시인 우쉬말로 향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3시까지 우쉬말 도착 후, 약 2시간 정도 유적 살펴보기, 그리고 다시 2시간 후에 펼쳐지는 빛과 소리의 쇼 감상하기.
우선 가는 법 정리.
빨렝께에서 메리다까지 버스로는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도로의 길이는 약 500km. 우쉬말을 들렸다가 메리다로 가려면 186번 도로를 빨렝께에서 부터 계속 타고 오다가, Escarcega라는 곳에서 북쪽으로 난 길 261 번을 탄다. 만약 여기서 계속 186번을 타버린다면 멕시코 벨리세 국경도시인 채투말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깜페체를 지나서 한번 더 우쉬말과 메리다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쉬말로 바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도로인데 이정표가 써져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현지인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 지도랑 나침반이랑 있다면 최소한 방향이 맞는지는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는 네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상세 맵은 없지만 대략적인 위치와 진행 방향은 확인 할 수 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이 좋았다. 100km로 달릴 수 있었다. 최악의 도로 였던 산크리스토발 가는 길을 상상하고 갔던 지라 이 정도면 양반. 아니 양반대장이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죽음의 또페(과속방지턱)는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도 벌써 멕시코 운전에 적응 다 되었나 보다.
오늘 따라 유난히 검문이 많다. 군인, 경찰, 지역수비대 할 것 없이 면허증 보자 하고 신상명세 물어보고 짐도 바짝 뒤진다. 뭐지? 빨리 우쉬말까지 가야 하는데.. 길에서 시간 다 뺏기게 생겼다. 우씌~ 결국, 우리 아이스박스를 열어 본 아저씨는 꼬투리 하나를 잡으셨다. 계란 통과가 안된단다. 왜??? 계란이 왜???ㅠㅜ 결국, 아껴 아껴 먹던 싱싱한 계란 6개 뺏겼다. 엉엉엉. 그게 어찌나 아깝던지.. 차 안에서 우에보(계란), 우에보, 우에보 …. 하며 한 시간은 중얼거린 것 같다.
<무료 도로 치고는 어쩐지 길이 좋더라 했다...역시나다. 가격은 준유료 도로급. >
<깜페체 가는 길. 갑자기 앞에 나타난 바다. 멕시코 만!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야.>
어느 정도 지나니, 갑자기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우리 나라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초가집들이 하나 둘 나타난 것. 오잉? 정말 우리나라의 초가집과 너무나 비슷하다. 왠지 안에 들어가면 구수한 된장찌개가 있을 법 하다. 산 크리스토발 지역에서 보던 기와집, 이 곳에서 보는 초가집, 우리 나라의 그것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우쉬말에 거의 닿았을 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설마… 설마… 설마… 비를 기원하는 곳이 우쉬말 이러더니… 어찌, 다른 곳은 다 맑았는데, 이 곳에만 이렇게 폭우가 내리다니. 고민된다. 폭우 속에 비 맞고 유적을 볼 것인가. 아님 메리다로 곧장 갈 것인가. 열심히 고민 중이었는데, 갑자기 빗발이 약해진다. 그렇지!! 그렇지!! 하늘이 돕는 구나. 그렇다면, 들어가 보자~ 우리 으릉이를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20페소) 매표소로 가는길, 갑자기 폭우가 다시 시작된다. 아...울고 싶다.
이렇게, 갈팡 질팡 하는 사이 시계는 4시를 넘어간다. 지금 들어간다 해도, 한 시간도 채 못보고 유적을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엔 입장료가 아깝다. 특히나 유까딴 반도에 있는 유적지는 주정부에서 추가 요금을 징수해 다른 유적지들 보다 60페소가 더 비싼 111페소 이다. 옆에 있는 가이드 아저씨와 의논을 해 보니, 말을 잘 하면 공짜로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때가 약 4시 20분쯤이었다. 매표소 직원에게, "유적지에 들어가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남았는데… 어쩌지… 30분 구경하기엔 111페소는 너무나 비싼것 같아"라고 조심스레 얘기하니, 높은 분과 상의를 하더니 공짜로 들여 보내 주셨다. 얏호~~~~
나중에 들어보니 이렇게 늦게 도착한 관광객을 위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서 도착 한 사람들에게는 가끔 이렇게 무료로 들여 보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겐 엄청 좋은 기회다.
<우쉬말 가는 길. 20km 전 아직까지는 햇볕 쨍쨍>
<우쉬말 차림표>
비가 오든 말든, 공짜라는 기쁨에 팔짝 팔짝 콩콩콩 뛰며 유적지로 입장했다. 이미 빨렝께에서 마야의 유적지를 보았지만, 또 새로운 세계이다. 약간 분홍빛을 품고 있는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비오는 유적지는 첨이라 그런지 운치도 있고, 비를 기원하는 곳에 비가 내리는 뭔가 재밌기도 했다. 우리는 마법사의 피라미드를 둘러 본 후, 수녀원의 방으로 이동하였다. 굉장히 큰 규모가 인상 깊었고, 또 아름다웠다. 마야의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왜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유럽의 성들이 생각나는지는 모르겠다. 아쉽게도, 한정된 짧은 시간 안에 봐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을 다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유적지로 아직도 기억된다.
<비오는 잔디 밭에서 슬라이딩을 즐기는 아이들>
<오늘의 메인 사진. 우쉬말의 원더 우먼>
<단지 수녀원처럼 생겼다하여 수녀원으로 불리운다. >
<하늘의 점= 비둘기들. >
<전체적으로 노랑색 바탕의 건물. 깔끔하고 굉장히 섬세하다>
<수녀원의 방>
<가보지 못하는 곳은 망원으로라도 당겨 봅니다.>
유적지를 나와 직원들에게 문의를 하니, 많은 비 때문에 오늘 빛과 소리의 쇼는 취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일도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니, 내일 다시 오는 것도 무리가 있다. 어서 서둘러 메리다로 가야 하겠는걸~
일요일 밤에 도착한 메리다는 밝게 켜진 광장의 불 만큼이나 환한 느낌이었다. 모든 거리가 숫자로 되어 있어 길찾기도 엄청 쉬운 도시다. 우리가 숙소를 찾기 위해 방문한 곳은 총 3곳. 론니에 소개된 숙소는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올라 있었다. 왜, 하나같이 론니에만 소개되면 그렇게 방값을 올리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결국,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는 저렴한 더블룸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인 관광객이라 그런지,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된 호텔은 가격이 아직도 참 착하다. 후훗~ 2명이 하루에 160페소에 개인 화장실까지. 대규모 빨래를 해야 하는 우리에겐 개인 화장실이 무척이나 반갑다.
비에 젖어 찝찝한 몸을 씻고, 밀린 설거지와 빨래를 마치니 어느 새 9시가 넘어간다. 침대에 누워 오늘 공짜로 우쉬말에 들어 갔던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킥킥킥 웃음이 나온다. 역시, 에스빠뇰 어학연수 하길 잘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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