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Mexico)/In Oaxaca

Oct 30 Fri 2009 [Oaxaca] 뚤레와의 이별...

팬더는팬팬 2009. 11. 5. 12:43

 

토끼가 씁니다.

 

 지난 , 유난히 뚤레에게 시달렸었다. 처음엔 무뚝뚝하게 굴던 녀석이, 어제는 자는 내내 침대에 올라와 같이 놀자고 머리를 긁어대고, 이마를 핱아대고, 손을 핱아대고, 배위를 숙숙 지나다니는 통에 잠을 설쳤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피곤하다. 오늘은 기필코 뚤레 집을 사리라 굳게 다짐을 한다.

 

  팬더는 스페어타이어를 가는 법을 알아냈다며 얼른 내려와 구경을 하라며 졸라댄다. , 그래 봐주지.. 뚤레와 같이 내려가, 뚤레는 풀밭 식사에 집중을 하고 나는 팬더에게 집중을 한다. 벌들이 윙윙 대며 주위를 날아다니는 틈에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지만, 팬더 하는 얘기 귀기울여서 듣지 않으면 어떤 보복이 올지 모르니.. 듣자 듣자.

  팬더의 설명이 끝나고, 팬더는 작은 동물인 뚤레가 혼자서는 먹지 못하는 키가 사람만한 나무에 달린 잎을 따서는 뚤레에게 준다. 뚤레는 맛나게 먹다가 어느 순간 식사를 멈추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지? 갑자기 졸린가? 벌도 윙윙 대고 무서우니 다시 우리는 방으로 올라왔다.

 

 

 

<오랜 만에 풀밭으로 나온 뚤레>

 

 

 

<긴장이 풀렸던 걸까요...오자마자 쉬~~~.,,,>

 

 

 

오늘의 점심메뉴는 비빔국수~ 매콤새콤달콤한 비빔국수, 그리고 위에 아삭 아삭 씹히는 야채와 삶은 계란. 완벽해! 완벽해! 스스로 외치고는 팬더와 뚤레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뚤레가 아픕니다. ㅠ ㅜ >

 

 

  팬더는 뚤레가 아픈 같다며 어쩌지 묻는다. 뚤레를 바라보니, 평소에 앉아 있는 자세가 아닌, 사람이 누워서 자는 것처럼 아니, 시체처럼 옆으로 늘어져 있다. .. 사태가 심각해 보인다. 우리는 서둘러, 주인 할머니에게 토끼가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배가 고파 그런게 아닌지 묻는다. ㅠㅜ 에잇 우리가 배고 고픈거랑 아픈거랑 구분도 못할까!! 아니라고 하니,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한다. 우리는 위치를 묻고는 서둘러 동물병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알려준 병원이 오늘은 문을 닫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아… 미치겠다.

 

    뚤레가 많이 아픈지 담겨져 있는 상자를 손톤으로 긁으며 발작을 한다. 손톱으로 상자 긁는 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긁는다. 힘도 하나도 없는지, 숨만 겨우 쉬며 귀를 겨우 움직여 된다. 갑자기 눈물이 돈다. 대체 아까까지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저렇게 아픈건지.. 수가 없다. 빨간 불을 기다리는 잠시가 영원처럼 느껴지고, 조금이라도 서행하는 차가 원망스럽다. 지금 일분 일초에 우리 뚤레의 생사가 달려있는데.. 이들은 그걸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고 내가 지금 있는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기도밖에는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도착한 동물병원. 뚤레를 안고 병원으로 허겁지겁 달려들어가 Mi Conejo, Mi Conejo( 내토끼, 내토끼) 연거푸 외친다. 당황한 수의사는 뚤레를 보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Muriendo(죽은)라고 말한다. 병원까지 오면서 나쁜 상상이 진짜로 벌어졌나보다. 나는 믿기지가 않아서 그냥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니, 수의사는 다시 만져 보더니 Murio(죽었어요)라고 반복한다. 나는 말에 이제는 소리내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수의사는 어찌 일인지 묻고, 나는 작은 잎을 먹고는 갑자기 저렇게 아팠다고 대답하고는 그쳐지지 않는 울음은 나도 어찌 수가 없다. 마침 주차를 하고 팬더가 들어온다. 팬더도 내가 우는 보고, 상황을 눈치 챘는지 조용히 어깨를 두드리며 나가자고 한다. Gracias(고마워요)라고 힘없이 말을 하고는 동물병원을 나선다.

    

 하늘도 마음을 건지, 뚤레가 흘리는 눈물인지 마침 조금 전까지 말짱했던 하늘에서는 소나기가 거침없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손에 들려진 뚤레의 주검이 맘을 벅벅 긁는다. 이렇게 연악하고 작은 생명을, 아무런 저항도 없을 정도로 갑자기 강렬하게 고통을 주어서 데려가는지.. 하늘도 원망스럽고, 조금 잘해주지 못한 나도 원망스럽다.

 

     어쩐지, 어젯 밤에 유난히 안기다 했었지.. 마치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처럼,.. 그렇게 그렇게…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아이였는데, 몸이 점점 식어간다. 내가 좋아 하던 뚤레의 , 발바닥, 눈과 사이를 하염없이 만져본다. 따듯하고 같던 아이였는데.. 식어감과 더불어 딱딱해지는 몸에 가슴이 너무 저리고 아파온다. 단지, 일주일 같이 있었을 뿐인데, 녀석 때문에 아파 죽겠다. 죽기 전에 발버둥칠 안아줄걸.. 작은 몸으로 그렇게나 많이 아팠을까.. 하니 불쌍해서 눈물만 난다.

    

 뚤레를 할머니는 나를 그냥 안아 주신다. 우리는 조용한 공터에 뚤레를 묻어주고는 예쁜 나팔꽃 세송이를 따서 뚤레의 작은 무덤위에 올려준다.

 

뚤레야.. 안녕... 

 

 

 

 

 

 

 

 

 

 

PS.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포를 드디어 받았다. 평소라면 기뻤을 텐데… 뚤레때문인지 하루 종일 녀석이 눈에 아른거리고, 눈물만 나서 이건 .. 좋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