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08 Fri 2010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으나, 퍼질러 놓은 우리 짐들도 많고, 뭐 서둘러 갈 필요 있냐 싶어 차근 차근 준비를 한다. 아침으로는 간단하게 과일을 먹고,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인 김치 참치 볶음밥도 완성! 자~ 이제 출발을 해 볼까? 하는데 갑자기 자취를 감춘 아저씨! 어딜 가셨나 찾았더니 과일 사러 다녀 오셨단다. 바람처럼 사라 졌다 바람처럼 돌아 오시는, 바람의 아들. ㅋㅋㅋ
사모님이 메디아루나와 커피를 챙겨 주셔서 두 번째 아침을 먹고는, 엘 찰텐으로 출발 한다. 꼰트롤(경찰 체크 포인트)까지는 팬더가 운전 하고, 지나서는 아저씨가 운전하기로 했다. 루타40를 달려 보는 게 소원이었다 하는데, 그게 이루어 지는 순간이다. 조금은 긴장한 듯 얼굴은 무표정이 되었고 경직된 어깨와 손이, 심리 상태를 말 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상관 없이 우리 셋은 조잘 조잘 떠들고, 동영상도 찍으면서 소풍 가듯 마냥 즐거웠다. 아무리 길이 좋아도 흔들리는 차 안에서 금새 지쳐서 최신가요를 들으면서 ( 소녀시대 "OH!" 가 들어 있는, 우리에겐 최신 가요) 차 안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음악 듣는 것도 지루해 지면, 재밌는 사연만 모아 둔 컬투 라디오쇼도 들은 것 또 한 번 듣고, 아무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나 저나 난 차 안에서 고민이 시작 된다. 아주머니 아저씨를 부를 때, 왠지 아주머니랑 아저씨란 호칭은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 조금 더 친근하게 부르고 싶은 데 마땅한 게 안 떠오른다. 한 번 본 사이면 몰라도, 같이 시간도 보내고 이젠 많이 친해졌는데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 팬더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ㅋ 관찰해 보니, 팬더도 호칭을 자제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약간 벌어진 입....지금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강이 나와서 잠시 쉬기로 했다. 강도 바라 보고, 사진도 찍고 풀 냄새, 바람 냄새도 맡고 자연과 그렇게 논다. 그런데 오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예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빌야손 등지에서 느꼈던 바람의 강도와 비슷하다. 아니, 오늘이 더 심한 것 같다. 이것이 파타고니아 표 바람?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시카고도 아마 따라 오지 못할 바람의 세기다.
<구혼????? 열심히 풀냄새 맡는 중...ㅋㄷ>
다시 차에 올라 타서 남은 길을 따라 다시금 간다. 가면서 보이는 설산, 호수, 하늘 등의 풍경이 수준급이다. 왜,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엽서가 되는 곳이라고 일컫는지 알겠다. 드라이브 하기 좋은 곳! 도로 포장도 잘 되어 있고, 주변에 차도 잘 안 다니고, 주변 경치는 끝내주고!
루타 40에서 RP23으로 꺾는 그 순간. WOW 피츠로이 산이 바로 앞에 보이고, 그 주변으로 약 180도 정도 우리를 감싼 거대한 설산,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빙하와 그 주변의 호수들.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백만불짜리 풍경이 눈 앞에 펼쳐 진다. 너무너무너무X1,000,000,000 아름다운 풍경. 흰색과 푸른색이 만들어 낸 명화다. 우리는 근처에서 점심 도시락을 까 먹기로 하고, 차 안에서 도란 도란 모여서 점심 식사를 마쳤다. 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독수리 발톱처럼 우리를 할퀴는 데, 으릉이 안은 참 포근하다. 꼭 엄마 배 주머니에 들어 있는 캥거루처럼 별로 무서울 게 없다.
<눈 앞에 나타난 피츠로이 산>
<잠시 으릉이를 세우고는 몸을 풀어봅니다.>
<저 끝엔...엘 찰텐이 있답니다.>
<10여번의 점프 샷 중에 유일하게 두 분 모두 발이 땅에서 떨어진 ....귀한 사진.>
왼쪽에 보이는 빙하를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으로, 왼쪽에 보이는 비포장길로 들어 섰다. 그리고 두 분을 으릉이 지붕 열차 투어로 안내 해 드렸다. 바로 차 지붕에 올라 타고 가기^^ 작은 비포장길이라 속도도 얼마 안 나고, 다른 차 들도 잘 다니지 않아, 경찰 걱정 없이 올라 타기 적당한 장소다. 스릴 있게 파타고니아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시원한 기회다! ㅋㅋ
면허증 없는 나도(면허는 있는 데, 단지 면허증이 없을 뿐 - 콜롬비아에서 자동차 털릴 때 같이 날라 갔음 ㅠ) 운전에 도전 해 팬더도 잠시지만 으릉이 위에 올라 타고, 돌아 갈 땐 아주머니가 운전 해, 오늘 4명 모두 골고루 조금씩은 운전 해 봤다.
찰텐 마을 들어 가는 입구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들어가서 몇 가지를 물어 보기로 했다. 우선 날씨 정보. 오늘 바람이 무척 많은 날인데, 내일은 더 많다고 한다. 어랏… 그래도 구름은 끼지 않아 정상에 올라 가면 전망은 멋지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 2일 동안 트레킹 하는 것이 정석인데, 우린 하루 밖에 시간이 없으니, 무리 하지 않고 내일3시간 정도 카프리 호수까지 걸어 갔다 오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주에 차를 국립공원 입구에 세워 두고 트레킹 다녀 온 사람 차가 털렸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귀중품은 차에 놓지 말고 들고 가거나 호텔에 맡기고 가라고 충고도 해 준다. 친절한 국립공원 인포 센터. 숙소 정보를 물어 보니… 잘 모르겠단다. 그건 버스 터미널에 있는 찰텐 마을 인포 센터로 가라고 알려 준다. 왜 복잡하게 두 군데에 만들어 놨을까? 통합형으로 운영하면 편리할 텐데…
마을에 들어가서, 인포센터를 찾아서 숙소 정보를 물어 보러 갔다. 그 앞에 차를 세워 두고 짧은 거리를 걷는 데도,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힘이 든다. 바로 이것이 바람의 힘. 먼지 바람 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 뜨겠고… ㅠ.ㅠ 이렇게 힘 들게 갔는데도 별 성과는 없었다. 인포센터에서 제대로 아는 게 없어서… 결국 하나 하나 돌아 다녀 봐야 겠다.
가장 가까워 보이는 숙소(방갈로)부터 가서 숙박이 가능 한 지 묻자, 내일부터 마을의 축제라서 모두 예약디 되었다고 다른 숙소도 찾기 힘들꺼라고 한다. 두 번째 숙소는 텅텅 비었는데, 4인용 방이 250페소, 도미토리가 160(1인당 40페소)페소라고 하는데, 주방도 넓고 우리끼리 편하게 쓸 수 있는 구조 였다. 세 번째 숙소는 인포센터에서 200페소짜리 아파트 호텔이라고 해서 갔는데, 300페소에 시설도 별로 였다. 네 번째 숙소는 캠핑 밖에 안 되는 곳인데 1인당 25페소를 달라고 한다. 다섯 번째 숙소는 린다 사모님이 추천해 주신 란초 그란데라는 호스텔인데 깔끔하고 1인당 50페소 였다.
숙소 보러 돌아 다니는 것도 참 힘 드는 일이다. 아마 강풍이 휘몰아치는 날이라 더 그랬을 거다. 더 이상의 숙소에 가 보지는 말고, 우리가 가 본 곳 중에 선택하기로 했다. 1번 후보, 처음 갔던 곳은 우선 1인당 10페소가 저렴하고, 숙박객이 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모든 시설을 남들 눈치 안 보고 사용 할 수 있었다. 대신 란초 그란데 보다 조금 더 어두운 느낌. 그리고 란초 그란데는 밝고 환한 느낌이지만, 주방이 작고, 식탁이 호스텔 내 까페와 같이 사용해야 해서 음식 먹을 때 까페 눈치가 조금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선택은 저렴하지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처음에 봤던 그 곳, Iris(무지개 라는 뜻)라는 곳이다.
숙소에 들어 오자, 다들 피곤 했는 지 잠시 침대에서 쉬다가 간소하게 커피브레이크를 갖고는, 장 보러 슈퍼 가서 오늘 먹을 저녁 거리를 사 왔다. 로모와 타파 데 아사도 라는 부위. 여기 로모는 왜 이렇게 비싼지… 부에노스의 두 배 가격이다. Kg 당 62페소. 그래도 입에서 살살 녹는 로모를 오랜 만에 한 번 먹어 봐야지!! 그리고 와인과 올리브도 구입.
맛있는 고기와 같이 구운 감자, 양파, 그리고 올리브, 와인까지 곁들어 먹으니… 이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 맛있는 것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 평균 나이)-6세 인데, 세대 차이 없이 이야기가 잘 통해서 참 좋다. 나중에 서울 오면, 집에도 놀러 오라고 초대 해 주셨다. 맛있는 것 많이 해 주신다고^^
잠시 사라진 아저씨, 슈퍼에 가서 말벡와인과 치즈 안주를 사 오셨다. 다 먹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또 잠시 사라진 아저씨, 이번엔 또 다른 와인 한 병과 각종 빵과 케잌을 한아름 들고 나타나 셨다. 산타클로스처럼 자꾸만 선물을 들고 나타나시는 아저씨. 참 푸근하고 좋다. 그리고 새로운 와인을 또 다 비웠을 때, 또 잠시 사라진 아저씨. 이번엔 레스토랑에 들어 가서 술 한 잔 하다가 마누라 생각 나서 왔다고, 우리도 같이 가서 와인 마시자고 하셔서 한 밤중에 우르르 그 레스토랑으로 몰려 간다. 분위기 좋은 곳, 다른 사람들은 가족끼리 정찬을 즐기고 있지만 우린 와인 한 병을 끝내고는 다시 호스텔로 돌아 간다.
<와인 바에서...지금도 배가 터질 듯..한데>
<지금. 신.나.있.다.고.- 와인 잔을 턱받침 삼아......>
우린 덕분에 숨 쉴 공간도 없을 만큼 정말 많이 잘 먹었다. 결국, 어제 칼라파테 린다 비스타 에서 하루 종일 먹고 또 먹은 일을, 엘 찰텐으로 장소만 바꿔서 먹고 또 먹은 것 같다.그리고 아줌마 아저씨랑도 많이 친해졌다. 꼭 엄마와 아빠 같은 느낌. 별로 눈치 보고 불편한 것 없이 편하고 친근하다. 아들 딸처럼 잘 챙겨 주셔서 너무 감사한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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