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8 Tue 2010
자명종을 맞춰두고 아침 7시에 일어 나려고 했지만… 어제 늦게 잔 여파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니 8시 반. 또 9시 입장은 물 건너 갔네. ㅠ.ㅠ 우선, 주인 아저씨한테로 가 본다. 오늘 언니들이 숙소를 옮기면, 우리 둘만 남을 텐데, 가격을 보고 우리도 짐을 싸서 나가든, 여기에 계속 있든 결정 해야 한다. 주인 아저씨께 사정을 설명 하니, 2명에 100페소를 받겠다고 한다. 그럼 여전히 1004호스텔 도미토리 보단 싼 거니까 뭐, 부담 없이 하루 더 자면 되겠네. 유후~비수기라 행복해요~ 넓은 집 한 채를 하루 100페소에 빌리다닛!! ^^*
어제 남은 된장국과 밥을 아침으로 먹고, 다 함께 숙소를 나선다. 둘을 1004 호스텔에 내려 주고, 우리들은 까떼드랄 스키장으로 향한다. 까떼드랄일반 전망대 올라 가는 가격이 75~90페소 인데, 스키장 하루 입장료는 150페소다. 보드도 탈 겸, 전망도 볼 겸 올라가면 절대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까떼드랄로 올라 가는 내내 장비 렌탈 샵이 이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반납하기도 편하게 여기서 빌릴 걸… 괜히 센트로 가서 빌렸군! 산 중턱까지 올라갔을 때, 커브를 꺾는데 저 밑에 펼쳐진 전망이 너무 시원하고 좋다. 오늘 왠지 예감이 좋다.
주차장에 차를 무사히 주차하고, 장비를 챙겨서 위로 올라 간다. 곤돌라 상태는 차펠코 스키장 보다 헐어 있다. 이 곳이 먼저 생겨서 그런 걸까? 곤돌라에 타고 올라가며 밑의 전망을 내려다 보는 순간,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생크림 케익 같은 예쁜 산을 끝없이 올라가다, 베이스에 내려 주고, 우린 장비착용을 마치고 중급자용 코스로 올라 간다. 지난 번 얻은 교훈은, 초보자 코스 보단 중급자 코스가 더 재밌고 신나다는 것, 괜히 초보자 코스에서 힘 빼지 말고, 바로 중급자용 코스로 가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난 오늘 부터 구피다. 오른 발이 앞으로 나가는 구피. 그래서 오른쪽 발을 보드에 묶어서 조금 어색 하긴 하지만 두근 두근 하며 리프트에 타고 조금 더 올라 간다. 약간을 쌀쌀한 바람마저 기분이 좋다.
도착해서, 왼발도 마저 고정하고는 연습 겸 쉬엄 쉬엄 내려 가 본다. 눈이 약간 미끄럽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전망이 예술이다. 아직 보드는 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돈이 안 아까울 정도로 멋진 호수 전망이 눈 앞에 펼쳐 진다. 저렇게 예쁜 걸 보면서 내려 간다고? 히히~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좋다. 아 오늘 진짜 오길 너무 잘했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주원언니도 같이 데려오는 건데… 참으로 아쉽다. 가슴 속까지 바람이 들어 오도록 전망 보면서 생크림 산을 내려 가는 기분은 말도 못하게 좋다. 왠지 오늘은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은 마법 같은 기분. 구피로 바꾼 첫 날이라 그런가? 헤헷
거의 다 내려와서 걸려서 앞으로 철푸덕 넘어지긴 했지만 씩씩하게 털고 다시 올라 가 본다. 평소같으면 금방 지칠 텐데, 오늘은 지치지도 않고 쉬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올라 간다. 쉬는 시간도 아까워서… ^^ 몇 번을 그렇게 이어서 타고는 준비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선 다시 Go Go Go. 지금까지 왔던 스키장 중 가장 신나는 오늘!!
어랏? 이번엔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한다. 어제 밑에서 맞았던 비가, 높은 곳에 올라 오니 눈이 되는 구나. 눈 맞으면서 내려 오는 기분. 아 정말 신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고글. 고글을 하나 빌려 왔음 좋았을 텐데, 선글라스를 꼈더니 중간 중간 눈이 들어와서 차갑다. ㅠ.ㅜ 오늘은 하늘이 도운 날 같다. 하늘에서 눈까지 오다닛!!
팬더가 가르쳐줘서 오늘은 뒤로 타기 연습을 했다. 조금 무섭긴 한데, 몇 번 더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 질 것 같다. 뒤로 타고, 뒤로 타다가 앞으로 타기 위해 방향 바꾸기. 중간에 속도가 너무 많이 붙어서 무서워서 턴이 잘 안 된다. 분명 요령이 있을 건데… @. @ 그리고 난 정말 구피인지, 오른쪽 발을 이용해 턴을 하면 잘 되는 데, 왼쪽 발을 이용하는 턴은 힘들다. 아… 정말 구피였구나. 오늘 찾은 내 정체성. 키킥!! 시험 삼아 구피로 보드렌탈 하길 참 잘했다.
내려 오는 길, 갑자기 팬더가 저 멀리 보라고 해서 보는 데 무지개가 떳다. 눈 오고 나서 잠시 그치더니 이번엔 무지개가 뜬 것이다. 아… 오늘 날을 참 잘 잡았다. 눈도 보고, 무지개도 보고, 아름다운 호수 풍경도 보고. 이 스키장 그대로 한국에 옮겨 가면 정말 정말 좋겠다. 방수기능을 상실한 내 바지지만, 엉덩이가 젖어서 얼음장처럼 차가워져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이제야 왜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짬 내서 스키장을 가는 지 알 것 같다.
슬로프에서 누가 아는 척을 하길래, 봤더니 바릴로체를 오면서 만났던 이슬라엘 자전거 여행자다. 친구는 오지 않았고, 한 명만 스키를 탄다고 한다. 우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스라엘 사람에 대한 나쁜 선입견만 있었는데… 또 가끔씩 반가운 친구들도 있으니 너무 도끼눈을 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면 안 되겠다. 그런데 이스라엘 나라 자체는 아직도 꼴불견이다.
<구피 토끼 구피 구피야~~~>
<DSLR이 아쉬웠을 때..>
<전망대를 따로 갈 필요가 없겠군.. 최고로 멋진 전망을 안겨주는 Cerro Catedral>
<이젠 무지개 까지~~으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오늘 하루 충분히, 행복하게 보딩을 제대로 하고 밖으로 나가니, 오후 4시 반. 꼬르륵 배가 고프다. 얼른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만들어 먹자. 지난 번 처럼 집에 가는 길에 닭을 사서, 닭백숙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스키장 다녀 온 날은 닭백숙을 먹는 우리만의 새로운 전통이다.
주차료가 25페소라고 들어서 돈을 준비 했는데, 아무도 주차비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다. 비수기라 그런지, 아님 우리가 운이 좋은 건지… 어쨌든 주차료 안 받으니 참으로 좋다. 그러면 지난 번 차펠코스키장이나 여기나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나는 셈이다. 계산을 해 보면…
차펠코 : 입장료 150*2 = 300페소 까떼드랄 : 입장료 120*2=240페소
주차료 0 페소 주차료 0페소
장비대여 60*2=120페소 장비대여 50*2=100페소
숙박비 140*2=280페소 숙박비 35*2+50*2=17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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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페소 (2인) = 610페소(2인)
훨씬 더 비쌀 줄 알았던 까떼드랄 스키장이, 다른 부대비용 때문에 훨씬 저렴하다니… 충격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더 탈 걸… 그래도 두 군데의 스키장 다 가 본 것도 좋았으니, 뭐 괜찮다.
센트로에 가서 장비렌탈 하고, 근처 Turista라는 초콜릿 매장에 가서 실타래처럼 얽힌 초콜렛도 구입 했다. 매장 안에는 수학 여행을 온 것으로 추정 된 고등학생들이 엄청 많았다. 누군가가 나를 보면 치노~ 어쩌고 하면서, 재네 어차피 못 알아 듣는다며 친구들끼리 하는 말을 언뜻 들어서, 그 남자애를 죽도록 째려 봤다. 그러더니 놀라서 내 눈을 회피하는 남학생. 한 마디만 더 해 봐라. 혼내줄 줄 알아!! 흥!! 그리고 그 안에는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생산 과정이 잘 보이게 투명유리로 주방이 오픈 되어 있었다. 그 앞에서 초콜릿 만드는 과정도 살펴 보고, 시식 코너에서 시식도 할 수 있었다. 수제 초콜릿은 kg당 100페소다.
집에 돌아 와, 팬더가 닭 껍질을 하나 하나 벗겨서 맛나는 닭백숙을 만들었고, 우린 '인생은 즐거워'라는 영화를 보면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말끔하게 샤워를 마치고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어제 잠을 많이 못 자서 그런지 유난히 피곤한 오늘. 그래도 요 근래 오늘이 제일 신나고 즐거웠다. 우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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