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2 Thu 2010
아침도 챙겨 먹고, 갈 채비를 마쳤더니 어느새 11시. 루타 40의 첫 번째 도시인 '까치'로 간다.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가 교대로 있는 산길 도로인 이 곳은 다른 아르헨티나 도로에 비하면 최악이지만 볼리비아에 비하면 또 감사한 길이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경찰도 없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이 참 좋았다. 역시 도시 보다는 마음 편한 작은 시골길이 훨씬 좋다. ^^b
<어제의 잠자리>
<강물에서 설거지 하기^^: >
<다시 비포장길로..들어갑니다.>
가는 길의 풍경 하나 하나가 어제 밤에 출발 하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이 곳이 바로 독특한 선인장으로 유명한 까르도네스 국립공원이다. 왕복 2차선 혹은 때때로 왕복 1차선으로 바뀌는 작은 시골길을 따라 몇 개의 언덕을 굽이 굽이 넘고, 그 산 위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어울리는 선인장과 나무들이 박혀 있었다. 역시 예쁜 길은 낮에 가야지~ 어제 밤에 갔으면 억울할 뻔 했다.
<그늘 진 곳엔 아직 흰눈이 쌓여 있어요>
<선인장으로 유명한 국립공원 까르도네스.>
<4km들어가면 마떼(아르헨티나 녹차)가 있다는데....가볼까??>
<더 내려 갈까....하다..눈길이 나와서...포기하고 돌아갑니다.>
<다시 포장도로로..>
전망대마냥 폭 파여진 한 쪽 구석에 차를 세워 놓고는, 오늘 간식인 핫 도그를 하나씩 만들어 먹는다. 아침 먹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이리 배가 고픈지… ^^; 그리고 미리 준비한, 삶은 계란을 얹은 샐러드도 싹 비우니 그제야 흡족하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먹으니 평소보다 더 잘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도 없고, 꼭 가야 하는 일정도 없다 보니 넉넉하게 마음을 먹고 쓱쓱 들러 보는 기분이 여유로워 행복하다. 세계에서 8번째로 큰 땅덩이를 가진 나라, 아르헨티나. 넓은 만큼 아름다운 다양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멕시코로 돌아온 것 같아요.>
눈이 호강을 하며 '까치'라는 마을에 도착하자, 꼭 숨겨진 오아시스 마을처럼 놀랍다. 산 골짜기 마을이 이렇게 예쁠수가~ 공원을 중심으로 두어 개의 메인 도로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인 이 곳은 하얀색 건물과 바닥의 자갈길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옛 도시를 연상 시킨다. 그리고 바캉스 시즌이라 넘치는 관광객으로 활기 가득 넘치는 발랄한 거리의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도 그들 사이에 끼어 근처 붐비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인트 크기의 아이스크림 하나(10페소 - 약4,300원-250g)를 사서는 공원에 앉아 맛있게 떠 먹는다. 팬더는 우연처럼 아이스크림 집 이름이 'Panda'라고 좋아하고, 나는 생각보다 훌륭한 맛에 너무 기뻤다. 딸기 맛의 프루띠야, 민트 맛의 씨엘로, 캐러멜 맛의 둘세 데 레체, 세 가지 맛 모두 내 맘에 쏙 들었다. 아르헨티나가 후식의 천국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올레~~~ ㅋㅋ
마을 한 바퀴 둘러 볼 겸 공원 벤치에 붙은 엉덩이를 떼고는 슬슬 둘러 본다. 기념품 가게에서 나무 모양으로 조각 한 귀걸이 하나(12페소- 약 5,160원)를 생일선물로 구입!! 아싸~ 신난다. 그리고 마을 광장 노점에서 호두와 고춧가루 한 봉지도 구입. 한국에선 꽤나 가격이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주먹보다 조금 큰 봉지에 가득 든 호두가 5페소, 고춧가루가 2페소다. 호두는 운전하다 입 심심할 때 먹을 간식으로, 고춧가루는 꽤 맵길래 한 번 먹어 보려고 구입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퍼에 들러 식량으로 사과 두 개, 식용유 하나, 물 한 박스도 구입했다. 예상보다 이 노숙(?)이 길어질 것 같아서다.
<지역 라디오네요. 105.5. ^^>
<빤다야~~~~빤다닷~!!! 으으으응으으으흣>
<정말정말 맛난 팬더 아스꾸림~!>
<우리가 산 고추가루.>
<그리고 호두>
아름다운 까치 마을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추스리고는 길을 가는데, 까치 마을 이후부터는 완전한 비포장길로 변해버렸다. 어라라… 다시금 시속 30km/h을 넘지 못하는 볼리비아 시절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금새 도착할 것 같았던 세클란타스에 도착하니, 어느새 5시. 이 곳은 민예품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특히 로마의 교황이 입은 판쵸를 만든 장인이 이 곳에 살아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민예품을 모아둔 상점이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민예품 작업장마다 들러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이라 섣불리 구경만을 위해 작업장까지 들어가기가 민망했다. 결국 망설이다 작업장은 들어가지 못했다.
< 유명한 루타 40의 거의 시작점. 인 까치.>
<우슈아이아까지 4487km 남았어요.>
앞으로는 비포장길의 연속인 것 같아 이동은 내일 마저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곳에서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다. 가장 저렴해 보이는 캠핑장에 들어가보니, 주인은 보이질 않고 방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전화번호만 남겨져 있다. 안으로 살짝 들어가 시설을 둘러 보니 건물에는 방도 있고, 마당에는 아사도를 해 먹을 수 있게 빠리샤 판도 준비 된 꽤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어랏, 그런데 화장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우린 갑자기 잔꾀가 생각 났다. 오늘도 어차피 노숙일텐데, 세수라도 화장실에서 편하게 하자는 것 ㅋㅋㅋ 우린 차에 다시 가 세면도구를 꺼내 와 돌아가며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을 세수를 했다. 난 세수를 마치고 팬더 차례에 되어 내가 망을 보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성큼 성큼 들어 온다. 에잇 망했다. 우리 보면 왠지 화장실 이용료를 내라고 할 것만 같고 갑자기 불안해 진다. 준비해 간 수건으로 얼굴을 말끔히 닦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인사를 하니, 이 곳 관리인 인 듯 방이 필요한지 물어 본다. 우린 가격만 물어 보고는 고민하는 척하며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 타고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와 버렸다. 그리고는 몰래 세수를 한 우리 스스로가 너무 웃겨 한 참을 웃기만 했다. 아르헨티나에 와서 정말 별 짓을 다 한다.
왕래가 적은 언덕으로 올라 가 오늘의 캠핑 자리를 잡고 보니, 거긴 바로 무덤 앞 ㅋㅋ 지난 번 우유니 마을에서도 그렇고, 우린 무덤과 참 인연이 깊다.
<세클란타스를 거닐며...>
오늘 저녁은 팬더표 미역 된장국. 버너에 밥을 하며 동시에 미역 된장국을 빠르게 요리해 내는 팬더. 케케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생일 주간이라 요리 당번에선 쏙 빠진다. 점점 요리가 솜씨가 쑥쑥 늘어가는 팬더때문에 하루 하루가 행복하다. ^-----------^
<오늘의 여기서 쿨............................바로 뒤엔 묘지가..ㄷㄷㄷㄷ>
'남미(South America) > Argentina' 카테고리의 다른 글
[Cafayate - Tafi del valle] 오랜만의 사치~~ (0) | 2010.10.17 |
---|---|
[Valles calchaquíes] 기묘한 계곡을 따라서 (0) | 2010.10.17 |
[S.S de Jujuy - Salta] 도시가 싫어~! (0) | 2010.10.14 |
[ S. S de Jujuy]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나라 아르헨티나. (0) | 2010.10.13 |
[La Quiaca - Tilcara] 아르헨티나 쇼크. 띠용@@ (0) | 2010.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