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1 Fri 2010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몇 배나 바빴다. 아침 먹으면서 점심 도시락인 샌드위치를 동시에 만드는 기술을 선보이고, 아침 일찍 호스텔을 나섰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내일 '차빈' 가는 버스표 구입하기. 시장 근처에 있는 차빈 전문 회사인 '임페리얼' 에서 내일 첫 버스인 오전 5시 30분 출발 버스표 3장을 구입 했다. 돌아오는 건, 정해진 시간이 있기 보다 그 때 그 때 표를 구해서 오면 되는지라 출발 표만 미리 구입했다.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내일 일찍 와라스로 돌아 오게 되면 69 호수의 베이스 캠프 마을이라 할 수 있는 융가이로 미리 이동할 수 있으니 시간을 버는 셈이다.
그리고 미리 국립공원 사무실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산타크루즈 트레킹을 가려면 사무실에 등록해야 한다고 어제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말 했기 때문에, 등록도 할 겸 입장권도 구입하기 위해서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1인당 65 솔레스(28,000원) 라는 거금을 주고 입장권을 구입 했다. 이 입장권으로 69 호수까지 다 커버 되고 유효기간은 한 달이다. 69호수만 갈 사람들은 1회 입장권( 5 솔레스)만 사면 되지만, 트레킹 할 사람들은 꼭 어드벤쳐 용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저렇게 가격이 뛴 것이다. 모레부터 사용한다고 하니, 23일부터 유효하다는 도장을 쾅 하고 찍어 준다.
내 이름이 적힌 입장권도 샀으니, 이젠 발을 뺄 수도 없다. 체력적으로 항상 뒤 처지는 내게 이번 트레킹은 도전과도 같다. 동네 뒷산도 헥헥 거리고, 과테말라의 볼깐 빠까야도 가이드가 손 잡고 끌어서야 겨우 올라가고, 갈라파고스의 시에라 네그라 갈 때도 골반 삐끗에 구토까지 경험한 나(토끼)에겐 산은 두려움과 같은 존재다. 그런 내가 3박 4일동안 산을 타고, 산에서 생활 한다고라…?? 나 혼자만 있었으면 절대 안 하는 트레킹을 팬더와 여우 덕분에 억지로 라도 하게 되니 여행의 맛이 참 다양해 진다.
이젠 전망대를 향해 출발!! 무덤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가다 왼쪽으로 가서, 그 길을 따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포장도로가 비포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포장에서 최악의 비포장으로 또 다시 바뀌기 시작한다. 지난 번 민도에서 엉뚱한 길로 가서 멍멍 고생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이건 절대로 차가 갈 수 없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험한 길로 가면 우리 으릉이도 고생이지만, 으릉이 운전자 팬더도 스트레스를 빡! 받기 때문에 이런 길로 운전하는 건 절대 안 내키는 일 중 하나다.
즉, "길이 험하다" --> "팬더 스트레스 받는다 " --> "토끼 괴롭힌다" -->" 토끼 엉엉 운다" 이러한 도식에 따라서 길이 험하면 팬더 운전을 그만 두게 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 차를 돌려 도로라 볼 수 없는 도로 한 켠에 세우고 걸어서 전망대를 올라 가기로 했다.
전망대까지는 금방이었다. 그런데도 토끼는 헥헥~ 오랜만에 산 길을 걸어봐서 그런가… 힘에 부친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뿌까벤타나 까지는 전망대에서 부터 왕복 3시간쯤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숨 좀 고르고 다시 출발하자~
<이 친구의 이름은...젖돼지 랍니다..ㅋㅋ>
<으릉이에겐 너무나도 힘든 비 포장길..>
<결국 걸어 가기로 합니다.>
<와라스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토끼는 당나귀..ㅋ>
전망대는 내가 생각한 그리 훌륭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낙서된 그림과 글들이 인상 깊었다. 특히, Dinero es diablo(돈이 악마다)라고 적혀진 이 문구는, 아직은 시대에 반항정신을 가지고 있는 젊은 청년이 쓰지 않았을까 생각 된다.
전망대, 그 위에서 바라보는 와라스 마을은 아름다웠다. 빨간 지붕의 건물들, 그리고 그 마을을 둘러 싼 설산들. 다행히 오늘은 어제처럼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오전 10시만 넘어가면 구름 사이로 들어가 버리는 설산들이 야속하다. 조금만 더 얼굴을 보여 주지, 조금 더 보여준다고 눈이 좀 녹니?
<전망대 앞에 우뚝 솟은 십자가>
뿌까벤타나를 향해 출발이다. 산을 가장 잘 타는 여우오빠가 앞장 서고, 그리고 그 뒤에 팬더군, 그리고 내가 제일 꼴찌다. 산은 그리 험하지 않았으나 평소 운동량이 적은 나에겐, 이 등산도 절대 만만치 않았다. 우선 고산이라 산소가 공급량이 적은 것이 1차 적인 문제였다. 그래도 끈기 있게 잘 기다려준 여우오빠가 고마웠다.
갑자기, 내 숨은 적이 나타났다. 나를 괴롭히는 건 오르막길, 산소량 뿐만이 아니었다. 그건 '벌'. 자꾸만 나만 졸졸 따라 다닌다. 왜 나만 졸졸 쫓아 다니는 거야!!! ㅠㅜ 어렸을 적, 벌에 물린 뒤로 벌이 정말 무섭다. 그런데 이 '벌'이 나를 조용히 따르는 것도 아니고 윙윙~ 소리를 내면서 내 귓가와 얼굴 주변만을 전문적으로 맴 돈다. 여우는 파리라고 무서워 하지 말라지만, 내가 파리랑 벌도 구분 못할 줄 알아?? 이건 벌이다 벌. 엉엉엉엉~~~~ 거기다 결국 한 방 쏘이기 까지!! 결국 용맹한 팬더가 벌을 잡아 줬다. 그것도 두 마리나!! 멋지고 용감한 우리 팬더. 감동받은 나는 앞으로 팬더에게 충성 하기로 했다. 충~성~!!
<꼴찌 토끼~~>
<신발 속에 쏙쏙 들어간 끈끈이 풀들....발등을 찌릅니다.>
<여우가 갑니다...>
<숨은 여우찾기....어딧을까요 ㅋㅋ>
그렇게 두 시간쯤 올라 갔나? 갑자기 팬더는 눈을 감게 한다. 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뜨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 뜨니, 붉은색 절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침식된 면을 보아하니, 빙산에 의해서 침식된 듯 절단 면이 크고 또렷했다. 드디어 왔구나~~~ 뿌까벤타나!!
우린 적당한 곳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산에 앉아 점심을 먹으니 기분이 제법 상쾌하다. 오늘은 날 보채는 가이드도 없으니 더욱 맘이 편하다. 항상 투어회사에서 가는 건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라 긴장되는데, 오늘은 편한 사람들과 동행하니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홀가분 하다.
<절벽 아래에 펼쳐진 계곡....사실 생각보다 얕았다. ^^>
<오늘 점심입니당.~팬더는 4개. 여우는 3개, 토끼는 2개>
<이게 파리여~~모기여?? 벌이여??>
내려 오는 길은 언제나 올라 가는 길보다 쉽다. 하지만 사고는 내려 올 때 더 많이 생긴다고 하니 항상 발목과 무릎을 조심해야 한다. 거진 30분 만에 올라 온 길을 내려와서, 다시 한 번 전망대에서 와라스 마을을 감상 한뒤 우리 으릉이에게로 돌아왔다. 무사히 우리를 잘 기다려 준 참 착한 으릉이.
으릉이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작은 재래시장이 하나 보인다. 우린 마침 장 볼 것도 있었기에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 섰다. 다들 오늘 장사를 접는 분위기 였다. 우린 트레킹 할 때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은 시장이다 보니, 있는 물품에는 한계가 있어 작은 치즈 한 덩어리, 쌀 2kg 등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큰 슈퍼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장 안에서 마침 옷 수선집을 발견한 여우는 즉석에서 바지 수선을 맡긴다. 찢어진 청바지의 구멍을 메우는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아주머니가 가진 청바지 천을 안에 덧댄 뒤, 두 천을 봉합하는 방식이었다. 이젠 바지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 걱정 없어진 여우는 안심을 한다. 크큭ㅋ
<여우는 세미 나체가 되어버립니다. >
<봉재하는 아줌마.>
<여우의 ... 표정... 압권...>
우린 곧바로 슈퍼로 가 산타크루즈 트레킹을 대비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초콜릿, 말린 과일, 파스타 면과 소스들, 참치 캔, 현지라면, 물, 빵 등등을 구입했다. (84.7 솔레스) 투어회사에 참가해도 개인적인 간식은 스스로 챙겨야 하기 때문에 식비로 그리 많이 지출한 것 같지는 않다. 부족한 부분들은 융가이 혹은 다른 마을에서 추가로 더 구입하기로 했다.
호스텔로 돌아 와, 오늘 산 파스타 재료 맛 좀 미리 보기로 했다. 보기엔 그럴 듯 해 보였지만, 맛은 뭔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다. 잘 익으라고 산 엔젤헤어 면이 문제인지 소스 맛이 문제 인지, 아님 둘 다 문제인지. 결국 나는 그 위에 케찹을 뿌려 먹으니 좀 먹을 만 했다. 이걸 3일 내내 먹어야 한다는 거야? -_- 갑자기 급우울해 진다.
PS. 내일 새벽 출발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미리 짐을 다 싸서 차 안에 넣어 놓고, 작은 짐만 곁에 둔다. 그리고 미리 숙박료 계산도 마치고 여권도 돌려 받았다. 그리고 9시부터 취침 시작!! :)
PS 2. 오늘 긴 바지 하나 구입했다. 깎아서 22솔레스 주고 구입한 내 갈색 긴 바지. 저렴하고 편해서 너무 좋다. 드디어 나에게도 긴 바지가 생겼다. 얏호!!! 하지만 길이는 내일 수선해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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