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7 Wed 2010]
새벽 2시 반. 옆에서 자고 있는 토끼는 벽을 치며 딩굴딩굴 거린다. 어제 난 배탈이 아직 진행 중?
나도 아프다. 윽…. 있는 것 없는 것 다 뺀 것 같지만 아직 배가 살살 아프다. 다시 억지 잠을 청하지만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복통으로 잠을 설친다.
새벽 5시. 자명 종이 울리지만 꼭 움켜 잡고는 좀 더 누워 있을 핑계를 찾는다. 아직 아프다… 토끼는 열까지 나는 것 같다. 택시가 5시 반에 오기로 했다. 토끼는 주인 아저씨께 배 티켓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적힌 전화 번호로 전화해서 내일 배를 탈 수 있냐고 대신 물어봐 달라고 여쭤봤다. 우선 곧 오기로 한 택시를 취소 시켰고, 다시 전화를 걸어서 내일 좌석을 맡을 수 있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난 사실 그냥 아파도 지금 가고 싶었다. 왠지 문제가 더 복잡해 질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쿨…….하고 잠들어 버렸다.
오전 11시. 창가에서 내리 쬐는 햇살에 땀 범벅이 되면서도 침대랑 딱 붙어있다. 아….덥다.. ㅠ ㅠ
불안불안해서 어제 표를 샀던 여행사로 갔다. 가는 길에 속을 달래기 위해 요구르트를 마셨지만 바로 토끼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여행사로 가서.
나 : " 오늘 배를 타야했지만 아파서 타지 못했다. 아침에 여기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 "
어디에 전화를 해보더니...
직원 : " 다시 표를 사야해"
나 : "뭥미???? 왜"
직원: "이건 오늘 표니깐…ㅡㅡ;"
나: "오늘 아침에 전화했을 때는 문제 없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다른 말을 하지"
직원: "아침에 전화한 곳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이다. 그럼 잠시만…"
그리고는 다시 전화를 건다. 슬슬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직원: " 그럼 한 사람당 10불씩 더 내야 해"
' 이건 또 무슨 소리'
나: " 난 이해 할 수 없어"
직원: "그럼 다른 회사에 가서 물어봐봐. 이 티켓은 다른 여행사에 소속된 거라서 직접가보는게 좋겠어"
'그래서 어제 티켓당 5불씩 챙긴 거였군.'
그럼 그 실제 담당 여행사에 가보자. 방금 전화를 받아선지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다시 자초 지정을 설명했다. 그랬는데 더 황당한 것은 여기 적힌 전화번호로 오늘 아침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남미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사람들 마다 말이 다 다르고 하니...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우리 호스텔 주인이 거짓 전화를 한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럼 자기가 도와 주겠다고 오늘 저녁 7시에 다시 와서 배 캡틴이랑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럼 대체 아침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실제 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복잡하다 복잡해. 2개의 여행사와 캡틴, 배의 소유주. 모두에게 연락을 해야만 했던 걸까?
우선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해서 나중에 저녁에 호스텔 주인 아저씨랑 같이 와야겠다. 휴…몸에 힘도 없는데 맘까지 상하는 구나.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호스텔 마당 해먹에서 몇시간을 자버렸다. 그렇게나 자고도 또 자다니….오후 3시가 되었네. 주인 아저씨가 보인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니 있다가 자기랑 함께 가보자고 한다. 역시 우리 착한 아저씨가 거짓말을 했을리가 없다. 의심해서 미안 아저씨 ^^
그리고 3시 반. 호객행위를 하러 갈 시간. 이 시간만 되면 호스텔 이름이 적힌 옷으로 갈아입고 최대한 깔끔하게 단장한다. 한번씩 귀엽다. ㅋㅋㅋ
오늘은 우리랑 함께 부두로 가기로 했다. 함께 하는 호객?? 개인 여행업 조자사인 안드레스의 차를 타고 항구에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인지 한산하다.
항구에 근처에서 맴도는데 어디선가 한국 노래가 들린다???? 진짜다. 김범수의 '보고싶다' 옆에 노천 카페가 있는데 그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만국기가 걸려 있는 걸로봐서는 각국 노래를 다 가지고 있는 듯. 암튼 갈라파고스 한 쪽 구석에서 듣는 '보고 싶다.' 굉장히 어색하다.
- 에콰도르에 현재 천국의 계단이 방영중이다..
<한국 노래가 나왔던 항구 앞 카페>
<트럭 택시들..>
한참을 함께 손님을 기다리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사라지고, 안드레스도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그리고 항구는 조용해졌다. 뭔일인가?? 즉….버림 받았다. 간다면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갈 것이지.. 아저씨에 대한 신뢰도 -50점.!!!! 덥고 힘도 없는데 집까지 30분을 걸어가려니….참…..오늘은 이. 런. 날이구나 싶다.
<햇볕은 쨍쨍....땀 방울을 송송~♬>
역시 아저씨는 집에 있었고.. ㅜ ㅜ . 만나자 마자 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같이 여행사 가서 배 티켓 해결하러 출발!. 여행사 직원이랑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저씨. 속사포처럼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OK 해 주시는 직원. 역시.. 남미는 법이 없다. 목소리 크고 말 잘하는 놈이 장땡이!! 아저씨 고마워용!!
이렇게 해서 우리의 남은 숙제는 몸 추스리기 하나만 남았다. 저녁이 되어서 옆방의 성일군. 하루만에 투어 두 개를 해치워버리는 무척이나 부러운 여행자다. 장화를 신고 말도 탔지만 엄청 힘들었다고 하고, Bay tour 에서는 지금까지 봐오던 걸 또 봤단다. 내일은 서핑을 한번 배워볼까….생각 중.
어제 지금 이 시간부터 시작된 배탈. 난 이제 아물고 있다. 토끼만 나으면 끝.!
내일부터는 뜨는 해가 아름답게 보이길 바란다.
우리 호스텔 모습. (Posada de camin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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