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South America)/Colombia

Feb 20 Sat 2010 [Floridablanca] 바쁜 두 딸들을 대신 아들 딸 노릇하기

팬더는팬팬 2010. 4. 19. 00:51

 

 즐거운 토요일이라, 시험기간인 이벳과 안지만 빼고 집안 분위기는 느긋 나른하기까지 하다. 이벳과 안지는 시험공부 하러 학교로 향하고, 집에는 우리 넷만 덜컹 남는다.  우리가 진짜 집의 아들 인냥 ,아니따 아줌마는 아침 차려 놓고 얼른 내려 오라고 우리 이름을 부른다. 내려 가니 따듯한 가정식 백반과 신선한 과일주스가 빛이 난다. 맛있게 냠냠냠냠 먹어치우니, 먹는 예쁘다고 하는 아니따 아줌마가 정말 엄마처럼 느껴진다. 우리도 모르게 나오는 "Mama" 라는 소리에, 아니따 아줌마는 너무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한다.

 

 

 

 

<가정식 백반입니다용>

 

 

 

 

<후식으로는 진한 콜롬비아 커피>

 

 

 

오늘은 아저씨가 일하는 식물원에 같이 놀러 가기로 했다. 아저씨와 같이 가면 직원가족이라 입장료도 안내고 무료입장이 가능한데다 아저씨의 능숙한 가이드도 함께하는 만족 소풍이 같다. ^^V

 

   외출 준비를 하고 밑으로 내려 오니, 아니따 아줌마는 내가 너무 예쁘다고 난리다. 피부 비결이 뭐냐고 묻는데, 나는 단지 썬크림 하나 발랐을 ^^;;; 빈말이라도 예쁘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좋다.  동양적인 외모가 신기해서 아줌마 눈엔 얼굴이 특별 보이는 같다.

 

 

 

 

<안지네 집 아파트단지>

 

 

 

 

 

 

 

 

<출입구 - 작고 아담해요>

 

 

 

 

 

 

우리는 으릉이를 타고 아저씨 식물원으로 출발 했다. 뒤에 나란히 앉은 아니따 아줌마는 우리의 짐에 대해 궁금한 가득인가 보다. 우리의 식량들인 씨리얼, 한국음식 재료들을 보며 우리가 똑똑하다고 칭찬 일색이다. 미리 음식도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니는 똑부러지는 이미지로 우리를 보신 모양이다. 역시, 우리의 콜롬비아 엄마답게, 자식 칭찬하는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 모습과 똑같다

 

 

식물원에 도착한 우리들 모두 신났지만, 가장 신난 다름아닌 푸들 애완강아지였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풀밭을 뒹구르고 단거리 경주를 혼자서 하며 어찌할 줄을 모른다. 자꾸만 강아지 이름을 까먹어서 우린 그냥 오베하(스페인어로 ''이라는 ) 라고 부른다. 생긴 것도 양이랑 같이 생겨 가족들도 새로운 강아지의 별명을 좋아 모두들 같이 오베하라고 부른다.

 

   우린 다정하게 같이 사진도 찍고, 아저씨는 눈에 불을 키며 식물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스페인어라 반도 알아 듣겠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매운 고추도 베어 먹어보고(잠깐 씹고 바로 뱉었는데도 눈물 나게 매웠다 ,), 산책로를 따라 세상 누구도 부러워 다정한 가족처럼 같이 걸음 걸음을 내딛었다.

 

 

 

 

 

 

 

 

 

 

 

 

 

 

 

 

 

 

 

 

 

 

 

 

 

 

 

 

 

 

 

<아주아주 신난 오베하>

 

 

 

 

 

 

 

 

 

 

 

 

 

 

 

 

<나무를 자유자재로 다니는 다람쥐들도 많았어요>

 

 

 

 

 

 

 

 

 

 

 

 

 

 

 

 

<콜롬비아의 특이종이라고 합니다.>

 

 

 

 

 

 

 

 

 

 

 

 

 

 

 

 

 

 

 

 

 

 

 

 

 

 

 

 

 

 

 

 

<토끼랑 거북이랑>

 

 

 

 

 

 

그리고는 식물원을 나와 근처 작은마을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열리는 작은 장터에서 우리는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고 시장 물건도 구경하고, 그렇게 어느 토요일 어느 마을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하루를 우린 그렇게 공유했다.

 

 

 

 

 

 

 

 

<사탕수수를 찢는 기계 소나 말을 이용해서 빙빙 돌린다고 하네요>

 

 

 

<어디서나 있는 일본 야옹이~이 작은 마을에서 까지 파네요>

 

 

 

 

 

 

 

 

 

 

 

 

 

 

 

 

 

 

 

 

 

 

 

 

 

 

 

<응가 중인 오베하>

 

 

 

해가 기울 무렵, 우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다시 돌아 우리들은, 나름 각자 바빴다. 우린 오늘 찍은 사진 정리와 인터넷을 하는 동안, 아주머니는 학생들 쪽지시험 채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장 학생은 92, 백지를 내서 채점할 필요도 없게 만든 학생도 있었다. 나름 집에서도 학교 일을 하느라 바쁜 아줌마와 하릴없이 심심해 보이는 아저씨 모습이 상반된다. 아저씨는 갑자기 뭐가 번뜩 생각난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로 한국에 대해 검색해 본다. 마침 강남역사진이 하니 나와, 정말 한국이 이렇게 생겼냐고 물어 본다. 나는 아저씨를 위해 유투브에서 국악 공연들도 찾아 보여드리니 다른 문화에 대해 신기해 한다.

 

   아저씨는 학생들이 어떻게 많은 돈이 있어 여행을 하는 궁금한가 보다. 우리는 캐나다 살면서 열심히 저금한 돈으로 여행하고 있고, 최대한 돈을 아껴가면서 여행한다니 우리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준다. 오늘 하루 종일 우리를 칭찬해 주는 콜롬비아 엄마 아빠. 칭찬은 고래 뿐만 아니라 팬더와 토끼도 춤추게 한다.  :)

 

   갑자기 오늘 저녁 핏자와 치킨 중에 먹겠냐고 묻는다. 우린 고민하다 핏자를 선택. 그러니 어떤 핏자를 먹겠냐고 묻는다. 고민하는 우리 표정을 읽었는지 같이 나가자고 한다. 별다른 일도 없는 우리는, 집에 돌아와 다시 열공하는 이벳과 안지, 그리고 열심히 시험지 채점 중인 아니따를 집에 두고 밖으로 나간다.

 

   아저씨는 능숙하게 단골 핏자집으로 우리를 안내 한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하와이언 핏자와 아저씨를 위한 멕시칸 핏자를 포함해, 사람 수대로 6조각을 구입한다. 주문 즉시 새로 구워주는 형태라 우리는 10 정도를 기다려야 했고, 10 동안 근처 치킨집에 가서 치킨 아사도도 한마리 구입했다. 우리나라의 짬짜면 처럼, 먹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치킨과 핏자 동시에 구입하는 정책이다. 치킨 값을 계산하는 우리의 손을 아저씨는 한사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남미 끝까지 알뜰하게 여행하려는 너희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냐고, 조금이라도 아껴서 여행하라고 하는 말에 눈물이 찔끔 같다. 본인도 아직 해외여행도 번도 가봤으면서 우리 여행 걱정을 먼저 주는 아저씨 마음이 그냥 그대로 전해져 온다.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 우리는 식탁에 6명이 오순 도순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다. 가족들은 우리가 언제 떠날 건지 묻는다. 하루 있다 가라며 여기서도 일이 많다며 붙잡는데 살짝 흔들린다. 우리땜에 불편하게 같이 방을 쓰는 자매들을 생각하면 이상 불편을 주기는 싫은데, 헤어지기도 아쉽다. 어쩌지? 우리는 내일 치카모차 국립공원을 가보고 싶다고 하자, 같이 가자고 하는데 여기서 시간도 넘게 걸리는 데를 우리 땜에 가게 하는 것도 마음 쓰인다. 우리와 헤어지기 싫어 무리하는 모습이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갈까? 말까? 자는 순간까지 고민된다. !.!

 

 

 

PS. 부처님귀처럼 귀를 가진 우기또 아저씨. 한국에선 아저씨 같은 귀가 부처님귀라고 불리며 복이 많은 사람의 상징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기뻐하던 아저씨 ㅋㅋ

 

PS2. 우기또 아저씨는 캐나다 미국사람들이 싫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 하고 물었더니 사람사이에 정이 없어서 싫단다. 개인주의, 프라이버시 보단 함께 어울리는 좋지 않냐고 웃어 넘기는 많은 우기또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