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채비를 꾸리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건다. 오늘의 목적지는 'Cabo de la vela' 라는 곳이다. 차가 4륜 구동이라면 북쪽 땅끝마을까지 가보겠지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리오아차를 떠나기 전에 잠시 해변 구경에 나섰다.
<편히 묵었던 호텔이랍니다.>
<리오아차 해변에는 널판자 길이 나 있어요>
-바다 속으로 풍웅덩~ 놀이를 하고 있는 동네 청소년(?) 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몸도 탄탄하고, 수영도 엄청 잘하고 겁도 없더군요.
ㅋㅋㅋㅋㅋ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리오아차 스타일의 가방이라네요.>
리오아차로 가는 길...
가만보니 주유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고 사람들이 다 길에서 주유를 한다. 개인 영세업자들에게서 기름을 사서 넣는데, 6갤런을 기름통을 기준으로 18,000페소에 판매중이었다. 엄청나게 싼 가격. 그러니 다들 이 곳에서 기름을 넣는구나… 우리도 질 세라 길거리 노점상에서 기름을 사서 주유를 한다. 리터당 473원꼴의 가격이니, 맘 같아선 차 안에 있는 모든 물을 버리고 그 안에 기름을 채우고 싶지만, 아주 적은 물이라도 기름이랑 섞인 걸 주유하면 으릉이가 아프다는 말에 살포시 포기 했다.
<오늘의 점심 햄쌈밥!>
도시의 풍경이 하나 둘 사라질 때 쯤, 황량한 모래와 선인장으로 가득한 사막이 나오기 시작한다. 곳곳에 염소들도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니는데 염소들이 선인장을 뜯어 먹고 있다. 헉;; 다른 곳에 사는 염소들은 맛있는 풀 먹고 자랄 텐데… 넌 이 곳에서 선인장이나 먹는 구나. 그런데 그건 비단 염소만이 아니었다. 스치며 지나간 많은 원주민들도 척박한 땅의 염소들처럼 힘겨운 삶에 지친 듯 보였다. 많은 어린이들은 맨발로 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내밀며 구걸하기에 바빴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표정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듯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걸 줄 수는 없었다. 어떤 상황이든지 돈을 준다는 건 조심스럽다.
<비포장길로 들어 섭니다. 약 2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으릉아 미안>
<먹을 풀이 없어서 일까. 다들 비쩍 말라서 갈비뼈가 다 보일 지경입니다.>
단 한번의 동정과 적선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고, 또 내가 원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 태어난 그들이 잘 못인가? 아님 이런 곳에 온 나의 잘 못인가? 같은 거지라도 어떤 이는 부자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달 국가보조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이들은 관광객에게라도 손을 벌리기 위해 달리는 차를 쫓아와 차를 막고 처절하게 구걸을 한다. 사실 나도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는 단체를 통해 내가 가진 것을 기부하여 재분배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거리 곳곳에 있는 집 들. 식 수 조차 구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땅이 고르지 못해서 인지 우리 으릉이 마저 무거워진 기분이다. 아직 까보 데라 벨라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는데 해가 야속하게 져 버린다. 게다가 이제는 비포장 도로마저 없어지고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할 지경이다. 이걸 어쩌나. 희미한 앞 차들의 바퀴 자국을 지도마냥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렸을 쯤 저 멀리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얏호~ 드디어 마을이다!
마을의 중심가인 해안가 길을 따라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 마을 전체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는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모래 사장에 차를 세우고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는다. 역시 언제나 맛있는 라면! ㅋㅋ
식사를 다 마쳤을 무렵에 우리 옆에 흰색 밴 하나가 자리를 잡고 주차를 시도하다 모래 사장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우린 얼른 가서 같이 차를 밀어 주고 도와줬더니 고맙다 인사한다. 한 눈에 보기에도 콜롬비아 사람같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서 왔을까?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해 본다.
"안녕, 우린 한국에서 온 자동차 여행자들이야. 캐나다부터 운전 해 여기까지 왔어."
"친구, 반가워. 내 이름은 마리오. 아르헨티나에서 왔고 옆은 내 여자친구, 그리고 저 둘은 베네쥬엘라에서 만난 커플인데 잠시 동행하고 있어. "
오호라~ 콜롬비아 사람이 아니라고 짐작은 했지만 아르헨티나부터 운전해서 콜롬비아까지 운전 해 오다니… 게다가 큰 도시도 아니고 아는 사람만 오는 이런 외진 곳에서 우리처럼 외국인 자동차여행자들을 만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은 남미여행은 거의 다 끝났고 중미로 차를 보내 캐나다까지 올라가고 싶다 하는데 우리랑 정 반대 루트이다. 89년식 폭스바겐 하얀색 밴에는 스스로 그렸는지 남미 지도와 블로그 주소도 크게 적어 놓았다. www.viajeparaaprender.blogspot.com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라… 공감가는 말이다.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사진>
마리오네도 옆에 텐트를 치고 잘 거라 하니 우리도 텐트를 치고 자야겠다. 그런데 낯선 아저씨가 나타나 자릿세를 내놓으라 엄포를 늘어 놓는다. 어? 자릿세?
"왜 우리가 자릿세를 당신에게 내야 하죠?"
"여긴 우리 집 앞이니까, 만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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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지만, 아저씨 눈 빛이 풀린 게 예사롭지 않다. ㅠㅜ 우린 마리오에게 도움 요청 신호를 보내 본다. 우리의 마리오는 먹던 밥을 내평개치고 벌떡 일어나서는 우리에게 달려온다. 오오~~ 갑자기 스페인어를 엄청 잘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형제, 무슨 일이죠?"
"여긴 우리 집 앞이니까 자릿세를 내야 해, 너네도 마찬가지로 한 사람당 오천페소씩 내."
"이 곳에 텐트를 치기 전에 슈퍼마켓 아주머니께 텐트를 치는 데 허가가 필요한지 물었을 때 필요 없다해서 여기에 텐트를 친 건데 당신이 불편하다면 옆 쪽으로 옮기겠습니다."
"응? 슈퍼마켓에 이미 물어봤었다고?? 그럼 그냥 여기서 자."
오잉? 이게 뭔 일이래? 아무튼 마리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조금 있다 보니 그 아저씨 가족들이 우르르 나와서는 그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약값이 필요해 우리에게 돈을 요구한 것 같은데 지금도 약에 취해서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한다. 음;;; 그래서 눈이 저렇게 풀린 거였구나… ㅋㅋㅋㅋ
자~ 이제 마음 편하게 텐트로 들어가 볼까? ^-^ 오늘 길었던 하루도 이렇게 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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