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부터 체해서 고생 했기에 아침은 먹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생략하고는 바로 크리스마스 특별 예배를 위해 대예배당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박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 또 다시 계속되는 복통으로 인해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묽디 묽은 설사가 계속되고 토해서 속을 비웠는데도 아직도 속이 불편하고 아프다. 결국은 화장실에 들렀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요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만찬을 즐기지만 나는 갈 수가 없었다. 팬더에게 내 몫의 반찬을 조금만 따로 남겨둘 것을 부탁했지만 다 같이 사람들과 어울러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게 서글펐다. 꼭 파티에 초대 받지 못해 집에만 있는 콩쥐처럼 말이다. 계속 누워 있는데 지수언니와 아버님이 문병 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내 손 따기 위해 사혈침을 준비 해 오신 아버님 덕분에 무서워서 인지 벌써 다 나은 듯한 기분에 극구 사양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생 살을 찌른다는게 무섭다. 벌벌벌~~
지수 언니와 나는 방 에 같이 누워서 뒹굴 뒹굴 하는데 이번엔 어린이 친구들이 놀러 왔다. 윤진이와 은진이. 윤진이는 오늘 크리스마스라고 공주 드레스를 입어 한껏 뽐을 낸 모습이다. 어린이 둘과 한참 놀아주다 보니 오늘 가뜩이나 없는 힘이 더 쭉~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감당이 안 되어 2층으로 올려 보내고 나는 다시 쉬기 시작했다. 오늘은 절대안정이 필요한 날이다.
우리가 사는 교회는 작은 사회이다 보니 어느 새 내가 아프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몸이 괜찮은지 물어봐 주신다. 이럴 땐 무리의 일부가 된 듯 안정감과 안도감이 느껴진다.
저녁쯤 되어 복통과 설사가 멈췄다고 느껴질 때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팬더가 남겨다 준 반찬 몇 가지와 매운탕. 밥 한 그릇을 그렇게 비운 후,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다시 또 배가 아파 온다. 결국 다시 처음이자 단 한 번 먹은 모든 음식을 그대로 앞으로 다 쏟아내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왕진 하신 아버님이 베푸신 사혈침 의료를 받는데 내 피가 새까맣다고 놀라신다. ㅠㅜ 그렇게 10손가락을 모두 따고는 내일 하루는 소화가 잘 되는 죽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따듯한 차와 한방 소화제도 챙겨 주셔서 내 지친 위를 좀 달랠 수 있었다.
어제 오늘 연속으로 먹자 마자 이렇게 탈이 나다니. 그래도 마침 교회에 머물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 계획대로라면 내일 아침 라세이바를 향해 떠나야 하지만 몸을 좀 더 추스리고 떠나기 위해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이렇게 예정에 없던 일정들이 하나 둘 늘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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